▲ 스와질란드의 음스와티 3세 | ||
사건을 심리할 3명의 대법원 판사들은 절대적 왕권국가인 나라에서 왕의 행실을 심판해야 하는 난감한 입장에 처해 있다. 왕실을 무조건 존중해야 한다는 전통주의자와 이제 스와질란드도 달라져야 한다는 인권주의자들과의 한판 승부도 주목의 대상이다.
인권운동가들이 감히 국왕을 상대로 고소장을 작성한 것은 음스와티 3세가 여자를 취하는 과정에서 결정적인 문제를 일으켰기 때문이다. 이미 12명의 부인을 두고 있는 음스와티 3세는 최근 3명의 여성을 동시에 부인으로 삼는 과정에서 심각한 범법행위를 저질렀다는 것이 고소인들의 주장이다.
음스와티는 영국에서 교육을 받은 사람이다. 그러나 그는 영국적 민주주의를 제대로 배우지 않은 것 같다. 그는 스와질란드에서 열린 한 전통행사에 참가한 학생 가운데 3명의 여학생을 골라 자신의 새로운 아내로 간택했다. 말썽은 이들 여자들 가운데 한 명에게 발생했다. 올해 18세인 제나 마흐랑구(18)가 바로 그 주인공. 그녀는 이미 다른 왕족들에게도 왕비 후보로 뽑혔을 정도로 출중한 미모를 자랑한다고 한다.
인권운동의 핵심인 그녀의 어머니가 왕권을 내세운 음스와티 3세의 딸 납치행위를 그냥 보고 있을 순 없었다. 그러나 그녀는 침착하게 대응했다. 너무 서두르면 절대왕권이 자신을 체포할 수 있다는 염려 때문이었다. 드라미니는 먼저 주변의 인권운동가들에게 도움을 요청했고 그들을 통해 왕이 유괴 혹은 납치라는 명백한 범죄행위로 딸을 강제로 데리고 갔음을 널리 알렸다.
아울러 남아프리카 왕족들은 신랑이나 신부후보가 쌍둥이나 장애인일 경우 결혼을 금지하는 전통도 물고 늘어졌다. 제나 마흐랑구가 다름 아닌 쌍둥이 딸이었던 것. 결국 드라미니는 주변의 도움으로 문제의 사안을 전격적으로 대법원으로 끌고 갔고 국제사회의 이목을 모으는 데 성공했다.
현재 드라미니의 가장 큰 난제는 바로 일반국민들의 인식. 처녀인 마흐랑구가 국왕의 아내로 뽑혔으면 가문의 엄청난 영광인데 왜 저 난리냐는 것이 일반적인 시각인 것. 실제 마흐랑구와 함께 왕비후보로 뽑힌 두 여자의 집에서는 믿을 수 없는 광영이라며 기뻐 날뛰고 있다. 국민들은 또 자신들의 왕이 절대로 잘못된 결정을 내릴 수 없다며 드라미니를 이상한 여자라고 비난하고 있다.
문암 해외정보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