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킹’ 하러 가니, 문 닫힌 사무실도…
탄기국 소속 회원들이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며 박 대통령 탄핵 기각을 위한 집회를 열고 있다.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탄핵 반대 집회가 열릴 때마다 탄기국이 무료로 배포하고 있는 신문은 <프리덤뉴스> <노컷일베> <뉴스타운> <미디어워치> 등이다. 이 매체들은 지금까지 ‘촛불집회가 어째서 민심이냐, 민주당 당심이지’ ‘JTBC, 성형외과 전문의 인터뷰 방송도 조작’ ‘태극기 명령, 국가 전복 음모 당장 멈춰라’ ‘흔들리는 촛불, 휘날리는 태극기’ 등 박 대통령을 일방적으로 옹호하는 각종 기사와 칼럼을 게재했다.
그동안 진보진영에서는 이 매체들이 매주 무료로 신문을 배포하고 있는 것에 대해 어버이연합 사례처럼 정부나 대기업으로부터 지원금을 받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해왔다. 박사모(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 회장인 정광용 탄기국 대변인이 “신문을 300만 부 인쇄했다. 조중동을 합친 것보다 많은 발행부수”라고 언급했는데 외부 후원 없이 매주 그렇게 많은 신문을 무료로 배포하는 것이 가능하겠냐는 것이다.
최근에는 탄기국 일부 회원들이 신문을 복지관 등에 배포하려다 이를 말리는 직원들과 몸싸움을 벌이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탄기국 신문을 둘러싼 논란과 갈등이 점점 더 증폭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자 정치권에서도 이 문제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하태경 바른정당 의원은 지난 2월 21일 국회에서 가짜뉴스에 대한 경각심을 제고하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하 의원은 가짜뉴스를 만들어 내는 ‘컨트롤타워’가 있을 것이라며 수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일요신문>은 탄기국 신문을 발행하고 있는 신문사들을 직접 찾아가봤다. 우선 <프리덤뉴스> 사무실은 오피스텔 형태였다. 주방에서는 요리를 하고 있는 사람도 있었다. 현재 서울시청 광장 탄기국 상황실에서 가장 쉽게 볼 수 있는 신문이 바로 <프리덤뉴스>다.
<프리덤뉴스> 측 관계자는 가짜 뉴스라는 비판에 억울하다고 항변했다. 이 관계자는 “우리 기사 중 사실관계가 다른 부분은 언제든지 문제 제기를 하라”면서 “그동안 다짜고짜 우리 신문사에 전화해 ‘이 가짜 뉴스’ 욕하고 끊는 사람은 있었지만 한 번도 정확한 이유를 들어 소송을 걸거나 문제제기하는 사람은 없었다”고 말했다.
<프리덤뉴스>는 탄핵안 가결 이후인 지난 1월 9일 창간됐다. 하지만 <프리덤뉴스> 측은 탄핵 때문에 창간한 것도 아니고 창간 과정에서 누군가의 요청이나 지시도 없었다고 일축했다. <프리덤뉴스> 측은 “지금 언론들이 너무 한쪽으로 편향되어 있어서 진실을 보도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외면되고 있는 보수층의 목소리를 내줄 수 있는 언론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시작한 것”이라며 “탄핵 심판 결과와 상관없이 앞으로 계속 언론사를 운영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프리덤뉴스> 측은 매주 3만 부를 발행해 탄핵반대 집회현장에서 무료로 배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프리덤뉴스> 측은 “집회현장에서 무료로 배포하는 부수만 3만 부이고 그 외에 정기구독자나 특정단체에 발송하는 신문도 있다. 무료 배포를 시작한 것은 탄기국의 요청이 있었던 것은 아니고 오히려 저희가 제안한 것이다. 신생매체를 알릴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탄기국으로부터 광고를 받은 적은 있지만 무료 배포와 관련해 지원받은 것은 전혀 없다. 모두 우리가 자체적으로 자금을 조달했다”면서 “자금 조달에 한계가 있어 언제까지 신문을 무료로 배포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현재 정기구독자 늘리기에 힘쓰고 있다”고 밝혔다.
정광용 대변인의 300만 부 발행 주장에 대해서는 “지난 설날 때 우리를 포함해 <노컷일베> <뉴스타운> <미디어워치> 등이 발행한 신문을 모두 합치면 300만 부가 됐다고 들었다. 그 이후에는 발행부수를 줄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프리덤뉴스> 측은 “현재 상근기자 5명과 시민기자들의 도움으로 발행되고 있다. <오마이뉴스>와 비슷한 시스템”이라고 밝혔다.
<프리덤뉴스>와 마찬가지로 탄핵안 가결 이후 갑자기 나타난 <노컷일베> 신문사도 찾아가봤다. <노컷일베>는 그동안 각종 논란을 일으켜온 인터넷 사이트 일간베스트저장소(일베)를 추종하는 인물들이 만든 매체가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평일 오후 4시경 사무실을 찾았지만 문은 굳게 닫혀있었다. 홈페이지에 있는 전화번호로 전화를 걸자 건물관리인이라는 사람이 전화를 받았다. 건물관리인은 “<노컷일베>사무실은 비상근 형태로 운영되고 있어 현재 아무도 출근한 사람이 없다”면서 “다만 언론사에서 찾아오면 이메일로 질문을 달라고 부탁했다”고 말했다. 건물관리인의 안내에 따라 질문 내용을 이메일로 보냈지만 이후 아무런 답변을 받을 수 없었다.
<노컷일베> 측은 지난 2월 초 김종대 정의당 의원실 관계자와 기자가 사무실을 무단 침입한 사건 이후 외부인의 출입을 철저하게 통제하고 있다고 한다. 의원실 관계자와 기자가 <노컷일베>를 취재하겠다면서 아무도 없는 사무실에 들어와 내부 자료들을 무단으로 유출했다는 것이다. <노컷일베> 측은 이 사건을 김종대 의원실의 민간 사찰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탄기국 측은 의도적으로 가짜뉴스를 배포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사실이 아니라고 했다. 탄기국 관계자는 “일부 내용이 사실이 아니라고 해도 가짜뉴스라는 것은 말도 안 된다. 기존 언론들도 최순실 사태에서 많은 오보를 냈다”면서 “일례로 막연한 근거로 최 씨의 재산이 10조 원에 달할 것이라고 보도한 매체도 있었는데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된다. 그들이야말로 가짜뉴스를 생산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애초부터 특정 인물을 옹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언론이 제대로 된 언론이라고 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면서 “중립성과 객관성을 가지지 못한 언론사는 언론이라고 불릴 자격이 없다”고 말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