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수저’ 던진 푸드트럭 사장 쿠퍼 “낙하산 없이 뛰어내려야 꿈의 날개 펼쳐진다”
새해가 시작될 때마다, 혹은 누군가의 성공 스토리를 읽을 때마다 사람들은 다시 한 번 인생의 고삐를 바짝 죄곤 한다. 새로운 직장을 알아보거나, 다이어트를 위해 식단을 바꿔 보거나, 운동을 시작하거나, 혹은 특별한 여행을 계획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계획은 끝내 수포로 돌아가기 일쑤다. ‘인생을 바꿔보라’ ‘새로운 일에 도전해 보라’는 말은 귀가 따갑게 듣지만 정작 오랫동안 동경해온 이런 변화는 그저 희망사항에 그치고 만다. 왜 그럴까.
이에 대해 독일 시사주간 <포쿠스>는 최근 전문가들의 말을 빌려 ‘인간은 변화를 두려워 하는 존재’이자 ‘습관에 익숙한 존재’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일상의 사소한 변화도 두려운데 더욱이 인생을 백팔십도 바꾼다는 것은 어떨까. 아마 커다란 모험이자 무모한 일로 비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화를 꿈꾸고 도전한 후 전혀 다른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도 많다. 흔히 말하는 ‘제2의 인생’을 시작한 것이다. 나이는 상관없다. 30대든, 40대든, 혹은 50대든 변화를 두려워하지 말고 도전해 볼 것을 <포쿠스>는 권했다. ‘새로운 도전이 어쩌면 행복의 열쇠가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최근 <포쿠스>가 전문가들의 의견을 바탕으로 보도한 ‘새로운 도전’에 대한 길라잡이를 소개한다.
베이스 연주가 겸 DJ에서 포도원 주인으로 변신한 마르틴 오즈.
오즈는 새로운 도전을 한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더 이상 새로운 일이 일어나지 않을 것 같아서 그랬다.” 연주가로 일하던 때에 대해서 오즈는 “모든 것이 질서정연했고, 매우 안정적이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너무 안정적인 것이 문제였다. 그는 다시 한 번 ‘제로’에서 시작해 보기로 마음 먹었고, 그렇게 베를린을 떠났다. 현재 그는 독자 재배한 포도로 만든 ‘할렐루야 와인’을 개발해 성공했고, 현재의 삶에 만족하고 있다.
오즈처럼 과거에서 벗어나 새로운 도전을 한 사람들은 또 있다. 함부르크에서 푸드트럭을 운영하고 있는 크리스티안 쿠퍼는 과거 기업 고문으로 일하면서 탄탄대로를 걸었다. 대대로 은행가였던 집안에서 자란 쿠퍼에게 진로는 일찌감치 결정된 것이나 다름 없었다.
하지만 문제가 없던 것은 아니었다. 경제적으로는 여유로웠지만 정신적으로는 풍요로움을 느끼지 못하고 있던 그는 늘 스트레스에 시달렸다. 그러던 어느 날, 문득 진짜 행복이 무엇인지를 생각해보게 된 그는 지난 2013년 무작정 운전대를 잡고 길을 떠났다. 플랜 B는 없었지만 하나만큼은 확실했다. ‘새로운 인생’을 살아봐야겠다는 확신이 그것이었다.
그는 집으로 돌아와서는 즉시 사표를 썼고, 천천히 무엇을 하고 싶은지를 고민했다. 그러던 중 아이디어가 하나 떠올랐다. 바로 푸드트럭이었다. 지난 2014년 마침내 함부르크 전통 음식을 판매하는 푸드트럭을 시작한 그는 현재 성공 여부에 대해서는 확신할 수 없지만 만족한다고 말한다. 매달 매출을 걱정해야 할 정도로 도전은 힘들고, 과거와는 비교도 할 수 없게 불안정해졌지만 그는 그보다 중요한 것이 있다고 말했다. “나는 내가 지금 옳은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안다”는 것이 그것이었다.
기업 고문에서 푸드트럭 사장으로 변신한 크리스티안 쿠퍼.
그런가 하면 일랴 그르체스코비츠(41)는 과거 ‘카를슈타트’ 백화점과 ‘이케아’ 지점을 운영하는 안정적인 비즈니스맨이었다. 하지만 그는 늘 ‘너는 원래 다른 것을 하고 싶었잖아’라는 내면의 목소리에 신경이 쓰였다. 그의 원래 꿈은 연설가였다. 그는 책을 쓰거나 사람들에게 힘이 되는 일을 하고 싶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고속도로를 달리던 중 문득 이렇게 생각했다. ‘나도 할 수 있어.’ 그리고 그는 3년 동안 준비한 후 직장을 그만두고 현재 동기부여 트레이너로 일하고 있다.
그런데 잠깐. 이렇게 갑자기 인생을 확 바꾸는 것은 위험하지 않을까. 대신 천천히 조금만 바꾸는 건 어떨까. 이에 대해 <포쿠스>는 “보폭을 크게 해야 더 빨리 원하는 곳에 도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심리학자들도 이에 동의했다. 최근 진행된 캘리포니아대학 연구진의 실험을 보자. 두 그룹으로 나뉘어 진행된 이 실험에서 한 그룹은 익숙한 생활 습관에 조금만 변화를 주었고, 다른 그룹은 익숙한 생활을 완전히 뒤엎었다. 결과는 어땠을까. 후자 그룹은 몇 주 동안 훨씬 더 건강하게 식사를 했고, 운동도 열심히 했으며, 주기적으로 명상도 하고, 잠도 충분히 잤다.
실험 기간 동안 이들은 육체적으로, 그리고 정신적으로 뚜렷하게 더 건강해졌다. 그리고 이런 변화는 실험이 끝난 후에도 지속됐다. 생활 습관을 근본적으로 한번에 싹 바꾼 사람들은 계속해서 높은 행복지수를 유지했고, 활력이 넘쳤으며, 활동적이고, 자의식도 강했다.
이와 관련, <포쿠스>는 개인적이든 직장에서든 오래된 관습에서 벗어나고 싶어하는 사람들, 그리고 스스로 새로운 목표를 정한 사람들에게 완전히 다른 인생을 살아보는 모험에 도전해 보라고 말한다. 이렇게 하면 내가 잘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를 확실히 알게 되기 때문에 자아가 강해진다고도 말했다.
물론 그렇다고 지금까지 살아왔던 인생이 실패했다는 의미는 결코 아니다. 아무리 성공한 사람이라도 때로는 익숙함에서 벗어나 ‘모든 것을 바꾸고 싶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독일의 카레이서이자 F1 챔피언인 니코 로즈버그(31)가 바로 그런 경우다. F1 우승이라는 목표 하나만 바라보고 지난 25년 동안 달려왔던 로즈버그는 2016년 12월, F1 우승 직후 돌연 은퇴를 선언했다. 이제 막 30대에 접어든 젊은 나이인 데다 전성기인 그가 은퇴를 하리라고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었다.
그는 오랜 꿈을 이루었기 때문에 이제는 또 다른 목표에 도전해보고 싶다면서 은퇴 이유를 밝혔다. 아직까지 플랜 B는 없지만 당분간은 아내와 딸과 함께 더 많은 시간을 보내면서 마음의 소리를 따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사실 이렇게 하루아침에 익숙함을 떨쳐 버리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이에 대해 브레멘의 뇌연구가인 게르하르트 로스는 “인간은 습관에 익숙한 존재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습관은 안전을 뜻하는 반면, 변화는 위험을 뜻한다. 새롭거나 복잡한 상황은 ‘주의와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 때문에 모험은 대개 확실한 고통이 닥쳤을 때에만 감행하게 된다.
마약중독자에서 스포츠센터 사장으로 변신한 마티아스 히르쉬.
마티아스 히르쉬(32)는 한때 심각한 마약 중독자였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기도 전에 마약 중독으로 암울한 청소년기를 보냈던 그는 결국 병원에 입원한 후에야 스스로 이렇게 살아선 안 되겠다고 깨달았다. 용기를 내서 마약을 끊고 다시 학교에 나간 그는 그후 운동에 매진한 결과, 현재 스포츠센터 사장이 됐다. 그는 “내 인생 최악의 시기였던 그때가 결국 나에게는 강력한 힘이 됐다”고 말했다. 원하기만 하면 언제든 인생을 바꿀 수 있다는 경험은 그를 의연하게 만들었다.
그렇다면 누구나 새로운 도전을 하고 목표를 세우면 다 이룰 수 있는 걸까. 혹시 헛된 꿈을 꾸고 있는 건 아닐까. 도전에 앞서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동기부여’를 주제로 수년 간 연구를 해오고 있는 심리학자인 가브리엘 외팅엔 뉴욕대 교수는 “현실적이 되라, 단 장애물을 함께 고려하라”고 말한다. 그는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새로운 인생에 대한 꿈은 실패한다. 가장 현명한 방법은 꿈을 이루는 데 현재 방해가 되는 것이 무엇인지를 확실하게 아는 것이다. 왜냐하면 그래야 해결 방법을 알게 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외팅엔 교수의 이런 해결 방법을 가리켜 WOOP라고 한다. 즉, Wish(소망), Outcome(결과), Obstacle(장애물), Plan(계획)다. 외팅엔 교수는 인생에 변화를 바라는 사람들에게 “목표를 세운 다음에는 반드시 그것을 가로막는 거대한 장애물이 무엇인지를 알아내라”고 충고한다. 그런 다음 계획을 세우라는 것이다.
장애물을 인지한 다음에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꿈을 실현할 수 있는지, 아니면 그 꿈이 비현실적인 것이었는지를 명확하게 알게 된다. 실현 가능성이 있다는 생각이 들면 활력이 생기고, 동기 부여도 된다. 이는 보다 가능성 높은 목표를 설정하게 되는 방법이기도 하다.
그리고 지금 살고 있는 인생 또한 엄연히 ‘현실’이란 점도 명심해야 한다. 새로운 인생 역시 마찬가지다. 새로운 인생을 살아도 여전히 임대료는 내야 하고, 생활용품은 구매해야 한다. 이런 점을 염두에 두지 않고 핑크빛 꿈만 꾼다면 반드시 실패할 것이다.
<뉴욕타임스>의 기고가이자 경제전문가인 칼 리처즈는 커다란 인생의 변화 뒤에는 ‘마법보다는 계획’이 있다고 확신한다. 그는 무엇을 하고 싶은지 심사숙고한 후에는 계획을 세우라고 조언한다. 그리고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두라고도 말한다. 앞으로 결과가 어떨지는 절대 미리 알 수 없다. 리처즈는 “하고 싶은 일을 먼저 시작한 다른 사람에게 무엇을 해야 하는지 물어보라. 어느 정도는 소셜미디어를 조사해 보는 것도 좋다”고 말하면서 이런 식으로 하나씩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라고 말했다.
그런데 혹시 그 길이 내 길이 아니라면 어떻게 할까. 이에 대해 리처즈는 “걱정하지 말라. 아마도 지금은 변화를 하기에 적절한 타이밍이 아닐 수 있다. 어쩌면 그 목표가 당신에게는 맞지 않는 것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아니면 의외로 단순한 결론에 도달할 수도 있다. 지금 살고 있는 인생이 어쩌면 정답이었는지도 모르는 것이다. 다시 말해 더 이상 변화가 필요하지 않았던 것이다. 리처즈는 “그렇다고 잘못된 것은 아니다. 변화를 주지 않기로 결심했다고 해서 그릇된 결정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때때로 사람들은 새로운 도전을 통해 모든 것이 사실은 이미 정상이었다는 사실을 깨닫기도 한다고 그는 말했다.
김민주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