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급호텔 덤으로 ‘쓱’(SSG)? 야2당 찬반논란 팽팽…광주시 인허가 여부 초미관심
광주신세계 복합쇼핑몰 조감도. 사진제공=광주신세계백화점
광주신세계는 그동안 주변 상가의 반발 등으로 추진이 중단됐던 복합쇼핑몰 조성을 위해 지난 1일 광주시에 최종 건립계획안을 제출했다. 신세계는 광주 서구 화정동 이마트가 있는 부지에 연면적 21만 3500여㎡ 규모의 지하 5층 지상 19층 시설 건립을 계획하고 있다.
현재 모델하우스가 있는 곳에 6만 8200여㎡의 이마트를 새로 짓고, 지금 이마트가 있는 곳에는 2만 9100여㎡의 특급호텔과 11만 6200여㎡의 백화점을 포함한 14만 5000여㎡의 유통 복합시설을 건립하는 대형 프로젝트다. 현재 광주신세계 백화점 건물은 그대로 살려 ‘영(Young)관’으로 운영할 계획으로, 새로 짓는 ‘복합시설’과 현 백화점 건물은 지하·지상 ‘브리지’를 연결해 하나의 단지처럼 ‘타운화’를 꾀한다.
복합시설 전체면적은 21만 3500여㎡다. 이 면적은 2015년 5월 광주시와 광주 신세계가 투자협약(MOU)을 할 당시와 비교(33만 9900여㎡)하면 40%가량 준 것이다. 애초 신세계가 구상했던 면세점은 추후 입점을 추진한다.
신세계는 지구단위계획 수립과 교통·건축 심의 등 인·허가 절차를 거쳐 빠르면 내년 상반기에 착공해 2022년 상반기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착공부터 완공까지 1조 1000억 원의 생산유발효과와 6000억 원의 부가가치유발효과, 9000여 명의 직·간접 고용효과가 창출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광주 신세계 복합시설은 우여곡절이 있다. 2105년 5월 광주시 제안으로 윤장현 광주시장과 신세계 장재영 대표이사가 참석한 가운데 투자협약을 했다. 신세계는 그해 7월 지구 단위계획 신청을 했다. 이후 신세계 인근 소상공인들과 민주당, 정의당 등이 복합시설 설치에 반대하고 광주시가 “판매시설 규모가 너무 크다”는 의견을 개진함에 따라 신세계는 10월 지구 단위계획을 철회했다.
신세계는 철회한 지 1년 4개월 만인 지난 1일 복합시설 전체면적을 투자협약 당시와 비교해 40%가량 줄여(21만 3500여㎡) 지구 단위 계획변경 신청을 했다. 광주 신세계는 윤장현 시장 임기 내인 2018년 착공을 기대한다. 신세계 관계자는 내년 상반기쯤 착공에 들어가 2022년 상반기 완공을 목표로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인·허가를 둘러싸고 상당한 마찰이 예상된다. 지역 중소상인들은 “명칭만 다를 뿐 사실상 복합쇼핑몰과 다름없다”면서 ‘대형 유통기업의 지역상권 죽이기’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여기에 대선을 앞두고 지역민심을 잡으려는 정치권까지 가세했다. 특히 국민의당과 더불어민주당 등 야(野) 2당이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민주당 측이 잇단 반대 입장을 내놓은 데 비해 국민의당은 “충분한 검토를 거치겠다”고 밝혀 공개적으로 입장차를 드러냈다.
국민의당은 지난 2월 20일 광주시와의 정책협의회, 기자간담회 등을 통해 ‘긍정적 검토’를 시사했다. 장병완 국회 산자위원장은 “대기업에 특혜를 주는 건 안 되지만 투자 유치까지 가로막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고 밝혔다.
또 “당 차원에서 논의된 것은 없다”면서도 “2년 전 민주당 시절에도 논란이 있었고 (당내 공식기구인) 을지로위원회는 반대했지만 광주지역 국회의원들은 호텔사업에 대해 강력히 반대하진 않았다”고 말했다.
권은희 광주시당위원장도 “지역 소상공인과의 갈등, 지역의 현실적 문제와도 충돌하는 것이고 지역경제의 현실적 수요도 감안해야 한다”며 “충분히 당내 검토를 거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당론은 아니다’고 전제했지만 행간은 찬성 뉘앙스가 강하다. 반대론이 강한 민주당과 확연히 다른 정책적 색채다.
민주당은 공식기구인 을지로위원회가 반대 입장을 공식화한 데 이어 당내 빅3 경선주자인 이재명 성남시장도 소상공인 피해를 앞세워 반대론을 들고 나온 상태다. “특급호텔이 포함된 광주 신세계 복합쇼핑몰 인허가 절차를 중단하라”고 광주시에 요구했다.
신세계 측은 어떠한 입장 표명도 못하고 속앓이를 하면서 광주시의 결정만 기다리고 있다. 광주시는 연내 인·허가 마무리와 함께 정치적 해석을 경계하고 있어 2야와 광주시 간 미묘한 신경전도 엿보인다. 윤장현 시장은 최근 기자들과 만나 “정치 이슈화 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일도양단(一刀兩斷)할 일도 아니다”라며 “특급호텔은 광주에선 오랜 기간 갈급해온 사안이다. 설사 대통령(후보)이라 할지라도 호텔이 ‘된다, 안 된다’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고 반문한 바 있다.
또 “특급호텔다운 특급호텔이 있어야 한다는 요구가 많았는데 여러 이유로 지금 와서 논란이 되는걸 보면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는 것과 같은 것”이라며 “이를 통해 면세점도 유치했으면 하는 게 숨은 바람인데 특급호텔은 어디 가고, 논란만 커지니 안타깝다”고 했다.
이처럼 논란이 제기되면서 윤장현 광주시장의 최종 선택을 주목하는 분위기다. 광주시가 2년 전 복합시설 건립을 제안한 사실만 보면 인허가는 당연시된다. 하지만 광주시가 반대 여론이 일자 인허가를 사실상 보류한 전례에 비춰보면 내년 상반기까지 인허가해 줄지 속단하기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지하철 2호선 착공 여부를 둘러싼 논란 등 그간 굵직한 시정 현안 처리 과정을 봤을 때 윤 시장은 ‘우유부단 리더십’”이라고 주장하고 “복합시설에 대한 반대 목소리가 커지면 미적미적할 것”이라고 말했다. 광주시의회 관계자는 “윤 시장의 선택지는 결국 여론에 큰 영향을 받을 것”이라며 “광주를 위해 무엇이 도움되는지 진지한 고민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조기 대선 정국에서 정치 개혁과 민생 안정이 주요 공약이 될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신세계 복합쇼핑몰 입점 논란이 갖고 있는 휘발성은 광주 지역 민심의 향배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정성환 기자 ilyo66@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