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문 ‘3대 계파’ 기동민·어기구·이철희 합류…당 지지율 고공행진 속 탈당 대신 대안 찾은 것
비문 진영이 안희정 충남지사를 중심으로 결집하고 있어 정치권에 파장이 일고 있다.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표면적으로는 초선 의원 3인의 캠프 합류일 뿐이지만 이들이 각각 박원순계(기동민), 손학규계(어기구), 김종인계(이철희)에 속한 인물들이라는 점에서 정치권에 미묘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일각에선 안 지사를 중심으로 계파를 초월한 반문(반문재인) 연대가 결성됐다는 반응까지 나왔다.
민주당 내 한 관계자에 따르면 이들이 캠프 합류를 선언하기 전 이미 비문 진영 모임에서 어떤 후보를 지지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셋의 움직임은 사실상 선발대 성격이라는 것이다. 비문 진영에서 선발대로 세 의원을 내세운 것은 결국 계파를 초월한 반문 연대라는 상징성을 보여주려 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다.
이들은 안 지사 캠프에서 각각 후보 비서실장과 조직, 전략 등을 맡을 것으로 알려졌다. 안 지사는 “세 분의 합류는 제게 전력 보강이자 경선 승리를 향한 결정적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안 지사 캠프에 합류한 한 의원은 <일요신문>과의 통화에서 “(계파 수장에게) 말씀은 드렸지만 허락을 구하거나 한 것은 아니고 제 개인적인 선택이었다”면서도 반문 연대가 아니냐는 지적에 ”해석은 자유”라고 답했다.
안 지사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서는 “여러 경로로 (캠프 합류) 제안을 받았다. 안 지사의 개인적인 성품이 매우 뛰어나다고 들었고 국가를 훌륭하게 이끌어 갈 지도자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다른 정치적 고려는 없었다는 설명이다.
지난 3월 8일에는 비문 진영 중진인 박영선 의원도 안 지사 캠프에 합류했다. 당 내에서도 개혁적 성향으로 분류됐던 박 의원이, 자유한국당과의 연정까지 고려하고 있다는 안 지사 캠프에 합류한 것은 의외라는 평가가 나왔다.
기자간담회에서 이 같은 질문이 나오자 박 의원은 “안 지사의 대연정에는 항상 ‘개혁과제에 동의한다면’이라는 조건이 붙어있었다”면서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비문 진영에선 문 전 대표가 대선에서 승리할 경우 자신들은 또 다시 야당 신세나 마찬가지라는 이야기까지 나온다”면서 “비문 진영이 개인적인 정치적 성향이나 목표 등을 떠나 문재인 전 대표를 이길 수 있는 후보를 중심으로 뭉치고 있는 것이다. 조직적인 움직임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비문 인사들은 친문이 아니라는 공통점이 있을 뿐 정치적 성향은 매우 다양하다”면서 “지지율도 안 지사가 앞서고 있긴 하지만 이재명 성남시장의 경우는 너무 성향이 편향돼있어 다양한 성향을 가진 비문 진영 인사들이 함께 합류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민주당 내에서는 향후 비문 진영 국회의원 20~30명가량이 안 지사 캠프에 추가로 합류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이번에 안 지사 캠프에 합류한 한 의원 측 관계자는 “탈당 후 제3지대 합류 방안도 논의되긴 했지만 지역구 주민들이 탈당을 원하지 않아 무산됐다”면서 “민주당 지지율이 고공행진하고 있는 가운데 다른 의원들도 탈당을 결행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당초 탈당을 계획했던 의원들도 당내 잔류를 선택하고 대안을 찾다보니 안 지사에게 힘이 실리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 지사가 문 전 대표나 이재명 시장과는 달리 분권형 개헌을 수용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혀 비문 진영의 선택을 받은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안 지사는 최근 “집권 후 국회 개헌특위가 요청한다면 대통령 임기를 3년으로 줄일 수 있다”는 파격적인 입장까지 밝힌 바 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캠프에 합류했다고 비문 인사들을 당장 친안(친안희정)이라고 하기에는 아직 애매한 부분이 있다”면서 “물론 순수하게 도우려는 사람도 있겠지만 당내 친문 패권주의에 제동을 걸고 분권형 개헌 등 정치적 목적을 이루기 위해 비문 진영이 안 지사를 이용하는 측면도 있다. 구심점이 필요한 비문 진영이 안희정 캠프를 베이스캠프 삼아 뭉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당내 경선 구도가 친문 대 비문의 대결로 흐를 가능성이 높아지자 안 지사는 최근 문 전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며 각을 세우는 모습이다. 안 지사는 지난 3월 4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문 전 대표의 비전과 현재의 리더십으로는 새 대한민국을 만들기 부족하다”면서 직격탄을 날렸다.
안 지사는 문 전 대표가 외부 인사들을 적극 영입하며 거대 캠프를 꾸리는 것에 대해서도 “이 추세로 가면 (다른 민주당 인사들은 소외되고) 문재인을 지지하는 사람들의 집권이 된다. 대통령 후보를 지지한 세력이 당을 접수하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안 지 사 발언에 대해 “비문 진영이 가장 우려하는 점도 그것이다. 비문 진영을 자극하기 위한 발언이었다고 본다”면서 “친문 패권주의와 폐쇄성을 우려하는 분들이 많다. 안 지사가 그런 분들을 모두 끌어안을 수 있다면 당내 경선에서 대역전극을 써낼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co.kr
안희정 지지율 하락세…대연정 집착하다 집토끼 놓치나 대연정을 내세우고 있는 안희정 충남지사의 지지율이 연일 하락세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지난 3월 6일 발표한 대선 여론조사에 따르면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는 36.4%로 9주 연속 선두를 유지했다. 2위는 전주 대비 4% 오른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14.9%)이 차지했다. 지난주 2위였던 안 지사는 12.6%를 기록하며 3위로 밀려났다. 안 지사는 거의 모든 지역과 계층에서 지지율이 떨어지며 2주 연속 하락세를 보였다. 특히 직전 여론조사(18.9%)와 비교하면 6.3%나 지지율이 하락했다. 이 같은 안 지사의 지지율 하락은 ‘선의’ 발언과 여권과의 대연정 주장 등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전통적인 야권 지지층이 등을 돌렸다는 얘기다. 그러나 안 지사는 기자간담회에서 “지지율 반등을 위해 소신을 바꾸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이번 조사는 MBN·매일경제 의뢰로 지난 2월 27일~3월 3일(3·1 제외) 전국 19세 이상 유권자 2025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응답률은 7.5%였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2%p였다. 자세한 사항은 리얼미터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