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콘크리트 지지층 황교안이 물려받으면…
일요신문DB
#조기대선, 5월 9일 유력
대선 시계가 빠르게 돌아가고 있다. 헌법에 따르면 60일 이내에 19대 대통령 선거를 치러야 한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19대 대선을 관리해야 하는 책임을 안게 됐다. 중앙선관위 제19대 대통령 주요 사무일정 자료에 따르면 19대 대통령 선거일은 5월 9일이 유력하다.
중앙선관위는 탄핵 사유가 확정된 3월 10일부터 대통령 예비후보자 등록 신청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황 대행은 3월 20일까지 선거일을 공고해야 한다. 후보자등록신청은 4월 15일부터 4월 16일까지 이뤄질 예정이다. 이튿날인 17일부터 공식적인 선거운동이 시작된다. 중선관위는 4월 27일(목)에 선거인 명부를 확정할 계획이다.
19대 대통령 선거 투표 예정일은 5월 9일(화)로 임시공휴일로 지정된다. 투표시간은 오전 6시부터 오후 8시까지다. 대통령 탄핵일의 투표 시간은 보궐 선거 규정에 따라 종전 선거(오전 6시-오후 6시)와 달리 두 시간 늘어난다. 투표 종료 즉시 개표를 마치면 19대 대통령 당선자가 선출된다.
#응답률 함정, 근거 있는 샤이보수론
샤이보수는 보수성향 유권자들이 조사에 응답하지 않거나 또는 응답 시에도 성향을 숨기는 현상을 말한다. 보수 진영에선 샤이보수에 기대를 걸고 있다. 압도적인 탄핵 여론 때문에 의사 표현을 주저한 샤이보수들이 이제는 결집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보수 진영에 치명타를 안긴 ‘박근혜 탄핵 변수’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응답률의 함정’도 샤이보수론을 뒷받침한다. 리얼미터 3월 2주차 주중동향에 따르면 문 전 대표(36.1%)는 대세론에 걸맞은 성적을 보여줬다. 황교안 권한대행(14.2%)와 안희정 지사(12.9%)가 그 뒤를 이었다. 그런데 조사 결과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보수 심장부인 TK 지역의 여론조사 응답자 비율이 낮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리얼미터는 2만 121명을 상대로 여론조사를 시도했고 응답자는 1530명이었다(응답률 7.6%).
전체 1530명 중 TK(9.1%) 지역 응답자 비율은 서울(27.5%)과 경기·인천(28.4%)에 비해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물론 인구수를 고려해야 하지만 TK지역보다 인구 수가 적은 광주·전라(8.6%) 지역과 비교해도 비슷한 수준이다. 탄핵 이후 침묵을 깨뜨린 샤이 보수들이 대선 투표장에서는 숨은 표심을 드러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자유한국당 당직자 역시 “한국당을 떠날 당직자들이 늘어나겠지만 보수층은 이대로 무너지지 않는다. 대한민국 정치지형은 기본적으로 7 대 3의 비율이다. 보수 진영이 7이고 진보진영이 3이다. 벚꽃대선의 키는 샤이보수들이 쥐고 있다. 보수 단일 후보가 나오면 충분히 해볼 만한 싸움”이라고 밝혔다(이번 조사는 2017년 3월 6일부터 8일까지 3일간 1530명을 대상으로 실시했고, 응답률은 7.6%였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5%p였다).
#박근혜 지지층, 황교안과 겹치나
탄핵 정국 당시 주요 조사에서 기각 여론은 평균 15~20%을 기록했다. 3월 9일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대표 이택수)가 ‘박 대통령 탄핵 여부에 대한 국민여론’을 조사한 결과, ‘탄핵 찬성’ 응답은 76.9%로 나타났다. ‘탄핵 반대’ 응답은 20.3%로 조사됐다. ‘잘 모름’은 2.8%였다(이번 조사는 3월 8일 하루동안 508명을 대상으로 실시했고 응답률은 7.7%였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4.3%p였다).
한국갤럽 여론조사도 마찬가지다. 3월 3일 한국갤럽 3월 1주차 여론조사에 따르면, 탄핵찬성 응답자는 77%였다. 반대는 18%였고 ‘모름·응답거절’은 5%로 집계됐다. 15% 안팎의 ‘콘크리트’ 지지층은 박 전 대통령 탄핵을 반대하고 있었던 셈이다(이번 조사는 2월 28일과 3월2일 이틀간 1010명을 상대로 실시했고 응답률은 20%였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였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흥미로운 사실은 황 대행 지지율도 꾸준히 15% 안팎을 기록했다는 점이다. 2월 1주차 리얼미터 주간동향에 따르면 황 대행(12.4%)은 문 전 대표(31.2%), 안희정 충남지사(13.0%)에 이어 3위를 기록했다. 황 대행은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불출마 선언을 한 시점인 2월 1주차부터 3월 1주차까지 평균 약 13.6%의 지지를 얻었다. 박 전 대통령을 향한 콘크리트 지지층이 황 대행 지지층과 겹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김종인, 샤이보수 결집 ’키맨‘
전계완 정치평론가는 “헌재 탄핵 인용으로 반문전선이 급속도로 확장하는 국면이 전개될 것이다. 중도 보수층에 있는 샤이보수들은 ‘문 전 대표가 대통령이 돼선 안 된다’는 생각이 강하다. 제3지대에서 대선후보를 단일화하자는 논의가 빠르게 일어날 경우 샤이보수의 표심이 요동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탈당한 김종인 전 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제3지대의 패를 쥐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김 전 대표는 여야를 넘나들며 광폭행보를 보이고 있다. 탈당 카드를 던진 3월 7일에는 손학규 국민주권개혁회의 의장과 회동을 가졌다. 3월 9일엔 김 전 대표는 진영 변재일 박용진 등 민주당 의원들과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을 연달아 만났다. 탄핵 직후 남경필 경기지사도 김 전 대표와 만났다. 김 전 대표가 민주당 비문 진영과 국민의당 그리고 바른정당 사이에 가교 역할을 하면서 제3지대 재편을 모색하고 있는 셈이다.
여의도 정치권에선 제3지대라는 선택지가 생긴다면 오갈 데 없는 샤이보수들이 몰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그 키맨으로는 김 전 대표가 꼽힌다. 민주당 관계자는 “김 전 대표가 보수층에서 단일전선을 구축하고 있다. 탄핵이 인용됐기 때문에 보수층 결집은 시간문제다. 박 전 대통령이 심판을 받았다고 해도 이들은 희망을 놓진 않는다. 김 전 대표가 샤이보수층에게 둥지를 만들어줄 것이다”고 분석했다.
최선재 기자 su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