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4일 동안 20회 촛불집회...마지막 집회 역시 행진까지 충돌없이 끝나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이 인용된 다음 날인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일대에서 제 20차 촛불집회가 열린 가운데 시민들이 탄핵 맞이 기쁨의 폭죽을 터뜨리고 있다. 박정훈 기자.
“2차 촛불집회 이후부터는 매주 참여했고 오늘은 피날레라는 생각에 마지막으로 참여하게 됐습니다”
이영광 씨(44)는 11일 광화문광장에 촛불을 들고 나와 마지막 촛불집회에 참여했다. 이 씨는 “광복절 맞았던 조상들 마음이 딱 이것 같았지 싶다”며 “어제 친박단체 측에서 이래저래 사건사고가 많았던 것 같은데 촛불집회는 마지막까지 질서정연한 모습으로 성숙한 한국 사회의 모습을 그대로 가져갔으면 한다”고도 덧붙였다.
‘박근혜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은 11일 오후 네 시부터 광화문 광장에서 ‘’촛불과 함께한 모든 날이 좋았다‘ 모이자! 광화문으로! 촛불 승리 20차 범국민행동의 날’ 집회를 개최했다. 촛불집회 시작 시간 이전부터 많은 시민들이 몰려들어 ‘박근혜 탄핵, 촛불 승리’라는 팻말을 들고 집회에 참석했다. 퇴진행동에 따르면 이날 모인 참가자는 50만 명으로 추산돼 지금까지 열렸던 촛불집회 참가인원은 1600만 명을 돌파했다. 지난 19차 촛불집회까지 누적인원은 1587만 명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참가자 다수는 탄핵 인용을 ‘촛불 승리’로 선언했다. 촛불 승리를 자축하는 폭죽이 터졌고, ”이제부터는 꽃길만 걷겠다“며 꽃분장을 하고 나온 시민들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폭력과 부상이 있었던 태극기집회와는 대조되는 모습이었다. 이날 오후 두 시부터 서울 대한문 일대에서 시작된 태극기집회에 참가한 이들은 ‘탄핵 무효’를 외쳤다. 전날 집회에선 집회 참가자 세 명이 숨지고 60명이 넘는 부상자를 속출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이 인용된 다음 날인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일대에서 열린 제 20차 촛불집회에 시민들이 꽃분장을 하고 집회에 참석하고 있다. 박정훈 기자.
최종진 민주노총 위원장 직무대행은 ”만장일치 파면 선고를 끌어낸 것은 촛불 정치였고, 광장의 승리“라며 ”당장 박근혜를 청와대에서 쫓아내고, 청와대를 압수수색하고, 끝까지 범죄자를 비호하는 황교안을 내쫓아야 한다“고 말했다. 또 퇴진행동은 박 전 대통령 퇴진 이후 새로운 사회에 대한 희망과 각 분야의 개혁 요구사항을 담아 시민이 직접 만든 ‘2017 촛불권리선언’을 공개하기도 했다.
참가자들은 집회 이후 오후 6시 30분께부터 을지로-종로 방면과 총리관저, 청와대 방면 행진을 이어갔다. 총리관저 행진은 관저 앞 100m까지, 청와대 방면은 청와대 앞 100m 지점까지 걸어갔다. 청와대 인근까지 행진한 참가자들은 아직 청와대에서 나오지 않은 박 전 대통령을 두고 “방 빼라, 감옥으로 가라”고 외쳤다. 행진 대열 곳곳에선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노래가 들렸다. 마지막 행진은 충돌 없이 오후 8시쯤 끝났다.
이날로 주말마다 열리던 촛불집회는 막을 내렸지만 퇴진행동은 오는 25일, 세월호 참사 3주기를 앞둔 4월 15일에 집회를 개최할 계획을 갖고 있다.
김태원·최영지 기자 yjchoi@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