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회복세라 미 연준 기준금리 인상 예고 반면 우리는 최악 실업 등 ‘허우적’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통화정책결정회의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15일(현지시각) 현재 0.50~0.75%인 기준금리를 0.75~1.00%로 0.25%포인트 올리는 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재닛 옐런 연준 의장은 “경제가 예상대로 계속 좋아지면 연준의 기준 금리를 장기 중립적 목표인 3% 수준에 도달할 때까지 점진적으로 올리는 것이 적절하다”고 밝혔다. 사진=AP/연합뉴스
연준의 이런 결정에 유럽도 그동안 완화적 통화정책에서 벗어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고, 일본과 중국도 따라갈 시점을 지켜보는 등 주요 국가들의 통화정책이 긴축으로 방향전환을 꾀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저금리 기조에서 벗어날 엄두를 못 내고 있다. 미국이나 유럽, 일본 등과 달리 한국 경제는 여전히 불황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탓이다.
글로벌 금융위기와 유럽 재정위기 등으로 경제가 타격을 입자 세계 각국은 경기 회복을 위해 시장에 자금을 쏟아 붓는 통화 완화정책을 취했다. 이를 위해 각국 중앙은행들은 기준금리를 낮추는 것은 물론 각종 채권을 직접 사들이는 양적완화 정책을 펼쳤다. 이로 인해 미국과 유럽의 기준금리는 제로(0)금리까지 떨어졌고, 일본 기준금리는 마이너스(-0.10%)까지 떨어졌다. 또 미국은 세 차례에 걸쳐 양적완화 정책을 펼쳤고, 유럽과 일본도 양적완화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이런 조치로 인해 시장에는 막대한 돈이 풀렸다. 각국 중앙은행의 본원 통화 자료를 보면 이러한 흐름이 분명하게 드러난다. 본원 통화란 중앙은행이 화폐 발행의 독점적 권한을 통해 공급한 통화를 의미한다. 이 본원 통화를 기초로 해서 예금과 대출이 이뤄지면서 시중에서 도는 돈은 더욱 늘어나게 된다.
미국의 본원 통화 규모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던 2007년 12월 8371억 9200만 달러(약 960조 원)이었다가 이후 기준금리 인하와 양적완화 정책으로 급격히 팽창해 2015년 11월에는 4조 67억 2500만 달러(4596조 원)로 4.8배나 늘었다. 미국 본원 통화는 2015년 12월 연준이 기준금리 인하 결정을 한 뒤 감소세로 돌아서 올해 1월에 3조 4183억 6500만 달러(3929조 원)까지 줄어들었다.
일본 본원 통화는 2007년 12월 90조 7835억 엔(약 908조 원)이었는데. 올 1월에 435조 2054억 엔(4351조 원)으로 역시 4.8배 증가했다. 이러한 본원 통화 확대는 한국도 마찬가지다. 2007년 말 56조 3990억 원이었던 본원 통화는 2016년 말에 143조 4353억 원으로 2.5배 증가했다.
이처럼 시장에 똑같이 막대한 자금을 부었음에도 그 결과는 달랐다. 미국은 경기가 완벽한 회복세로 접어들면서 이제는 기준금리 인상 속도를 어떻게 가져가느냐가 중요한 문제가 됐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마이너스로 떨어졌던 미국의 경제성장률은 이제 2%대의 과거 성장률로 완벽하게 복귀했다. 실업률은 미국에서 완전 고용으로 여기는 5%보다 낮은 상태다. 유럽도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성장률이 2015년 2.2%, 2016년 1.9%를 기록하며 과거 수준으로 돌아왔다. 일본 역시 2015년 1.2%, 2016년 0.9%의 성장을 기록하며 장기 침체에서 빠져나올 기미를 보이고 있다.
IMF(국제통화기금)는 15일 경제전망 수정치를 통해 올해 미국은 2.3%, 유로존은 1.6%, 일본 0.8%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지난해 10월 전망치보다 모두 상향조정된 것이다.
하지만 한국은 과거 3%대 성장으로 복귀하지 못하고 3년째 2%대 중반의 정체에 빠질 상황이다. 2015년 2.6%, 2016년 2.7% 성장에 이어 올해도 2.5%(한국은행 추정) 성장이 예상되고 있다. 아직 선진국에 진입하지 못한 한국의 성장률이 미국이나 유럽 등과 같은 수준으로 떨어진 셈이다.
게다가 2월 실업자 수는 외환위기를 겪던 1998년 8월 이후 가장 많은 135만 명까지 증가하는 등 일자리는 더욱 악화되고 있다. 이 때문에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에도 한국은 현재 저금리에서 벗어날 시기를 가늠조차 못 하는 실정이다.
한 경제계 관계자는 “시장에 돈을 푸는 통화 완화 정책은 위기에 빠진 경제가 무너지지 않도록 하는 응급처방이다. 응급처방을 하면서 구조조정과 미래 산업 육성을 통해 향후 성장을 위한 기반을 만들어야 하는데, 이 지점에서 미국, 유럽, 일본 등 선진국과 한국의 길이 엇갈렸다”며 “박근혜 정부는 가계 빚을 늘려 경기를 부양하는 데만 집중해 구조조정이나 4차 산업혁명 대비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게다가 박 전 대통령은 최순실 사익을 위해 대기업을 압박하는 등 권한을 남용한 혐의로 탄핵당해 물러나는 등 경제에 커다란 부담만 안겨줬다”고 비판했다.
이승현 저널리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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