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5일 오후 4시 30분, 바우어관 신관 시청각실
폴란드 다큐멘터리 영화 ‘Kim Ki Dok’에서 북한 고아들과 폴란드 어린이가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계명대 제공
[대구=일요신문] 김성영기자= 폴란드 브로츠와프 지역의 작은 공동묘지에 한글로 ‘김귀덕’이란 이름의 묘비가 눈에 띈다. ‘김귀덕’은 한국전쟁 이후 폴란드로 보내진 북한 고아다. 고국 땅을 밟지 못하고 어린 나이에 먼 타국에 묻혀있는 안타까운 사연이 폴란드에서 다큐멘터리 영화로 제작됐다.
한국전쟁 이후 1500명의 북한 고아들이 폴란드로 보내졌다. 몇 년 뒤 북한의 송환 요청에 따라 이들은 북한으로 가게 되고, 이후 연락이 끊겨 현재는 생사도 알 수가 없다고 한다.
이들의 이야기를 다룬 폴란드 다큐멘터리 영화 ‘Kim Ki Dok(김귀덕)’시사회가 오는 4월 5일 오후 4시 30분, 계명대 성서캠퍼스 바우어관 신관 시청각실에서 열린다.
시사회에는 이 영화를 만든 욜란타 크르소바타(Mrs. Jolanta Krysowata)와 파트릭 요카(Mr. Partic Yoka) 두 감독을 비롯해 막사밀리안 지흐(Mr. Maksymilian Zych) 주한 폴란드 영사 등이 참석한다. 영화 상영 전에는 1950년대 폴란드와 남북한의 관계를 비롯해 한국의 정치적 배경에 대한 설명도 이뤄질 예정이다.
두 감독은 북한 고아들의 이야기를 통해 전쟁의 아픔과 북한의 실상을 알리기 위해 한국에서 순회 시사회를 가지고 있다. 4월 4일 한국외국어대를 시작으로, 계명대(4월 5일), 경북대(4월 6일), 연세대(4월 7일), 서울북한대학원대학(4월 8일) 순으로 시사회가 이어진다. 이 영화에 영감을 얻은 배우 겸 영화감독 추상미는 ‘그루터기’란 제목으로 영화를 제작하기도 했다.
폴란드 다큐멘터리 영화 ‘Kim Ki Dok’의 한 장면으로 북한의 고아들이 폴란드에서 살아간 모습이다. 사진=계명대 제공
북한은 1948년 당시 사회주의 국가였던 폴란드와 수교를 맺었다. 1951년 김일성은 폴란드 정부에 한국 전쟁으로 인해 생겨난 북한 고아들을 돌봐 줄 것을 요청한다. 이 후, 북한 고아 1500명은 폴란드 서부 도시 브로츠와프 근교의 작은 마을 프와코비체에서 양육을 맡은 폴란드인들의 사랑과 관심 속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게 된다. 능숙하게 폴란드어를 구사하며 평화로운 날을 보내던 북한 고아들은 1959년 북한의 송환 요청에 다시 북한으로 가게 된다.
양육을 맡았던 폴란드인들은 북한으로 간 아이들을 그리워하며 편지를 주고받았지만, 그 마저도 갑자기 끊겨 지금까지 생사를 모른 채 전쟁고아들을 보살폈던 기억을 안고 살아가고 있다.
브로츠와프의 한 묘지에 잠들어 있는 ‘김귀덕’은 북한으로 송환되기 전 백혈병에 걸려 타국에서 생을 마감했다. 김귀덕의 무덤에는 아직도 많은 폴란드 인들이 찾아가 추모하고, 갑자기 곁을 떠나게 된 북한 고아들을 그리워한다고 한다.
폴란드 브로츠와프 지역의 공동묘지에 있는 ‘김귀덕’ 묘비. 사진=계명대 제공
폴란드 언론인인 욜란타 크르소바타와 패트릭 요카는 이들의 숨겨진 이야기들을 영화로 만들어 세상에 알렸다. 이 이야기는 2003년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처음 화두가 돼 지난 해 공영방송 TVP의 다큐멘터리 영화로 방영됐다. 이 작품으로 여러 언론상을 수상한 욜란타 크르소바타는 2013년 ‘천사의 날개’란 제목으로 북한 고아들의 이야기를 책으로 발간하기도 했다.
욜란타 크르소바타는 “이 영화를 통해 20세기 전 세계가 겪은 전쟁의 상처를 공유하고, 세계 평화와 함께 대한민국의 통일을 기원한다”고 말했다.
이번 폴란드 다큐멘터리 영화 ‘김귀덕’시사회는 영화 상영시간 40분을 포함해 2시간 가량 진행될 예정이며, 누구나 참석이 가능하다.
cuesign@ilyod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