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공 전과 가공 후(왼쪽부터) | ||
혹시라도 이 둘의 ‘은밀한 장면’을 엿볼 수 있을까 기대했던 사람들은 대중지의 머릿기사에 촉각을 곤두세웠으며, 운좋게 특종 사진을 건진 대중지의 판매 부수는 급격하게 증가했다. 이렇게 하루가 멀다 하고 각 언론의 표지를 장식했던 두 사람의 사진 중 하나였던 옆의 사진은 당시 가장 센세이션을 불러 일으켰던 특종 중의 특종이었다.
‘독점공개:모두가 원했던 바로 그 사진’이란 부제 하에 실렸던 이 사진은 요트 위에서 망중한을 즐기는 둘의 모습을 담고 있다. 여느 연인처럼 매우 다정해 보이는 이들의 입술은 서로 닿을 듯 말 듯 가깝게 붙어 있어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은밀한 상상을 하도록 부추기기에 충분했다. 게다가 상대가 ‘만인의 연인’인 다이애나라니… 누구라도 한 번쯤 시선을 고정하고 들춰보기에 충분했을 정도로 실로 파장이 컸던 사진이었다.
그런데 이 사진이 조작된 것이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최근 베를린 소재 ‘독일 역사 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는 <거짓말하는 사진들>이란 전시회에서 공개된 ‘원판’은 우리가 알고 있던 ‘그 사진’과 다르다.
사진 원본을 보면 미미한 차이이긴 하지만 알파예드의 고개는 사실 다른 쪽을 보고 있었다. 다이애나의 시선을 피하고 있는 듯 살짝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리고 있는 알파예드의 모습과 다이애나를 바라보고 있는 수정된 사진의 느낌은 분명 다르다. 단지 고개의 방향을 살짝 바꿈으로써 이 사진은 ‘모두가 원하는 바로 그 사진’으로 입맛에 꼭 맞게 재탄생했던 것이다.
김미영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