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가 좋아서 그카는건 아니라예~” 정치적 선호 따른 도구로 활용돼
박근혜 전 대통령의 파면에도 아버지 박정희 기념사업은 아직 현재 진행형이다. 특히 올해는 박 전 대통령 탄생 100돌을 맞아 여러 기념사업이 예정돼 있어 논란이 더욱 증폭될 예정이다. 연합뉴스
2017년은 박정희 전 대통령이 경북 구미에서 출생한 지 100주년이 되는 해다. 이를 위해 박 전 대통령의 고향 경북도와 구미시는 올해 기념사업추진위원회를 통해 다양한 기념사업을 계획·추진 중이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박 전 대통령 생가 인근에 꾸려질 ‘새마을운동 테마공원’이다. 경북도와 구미시가 지난 2011년부터 국비 871억 원을 투입해 약 25만㎡ 터에 건축연면적 2만 8000㎡ 규모로 조성되고 있으며, 올해 말 준공할 예정이다. 이미 경북 청도군이 215억 원을 들여 만든 ‘새마을운동 시범단지’와 포항시가 42억 원을 투입한 ‘새마을공원 체험공원’이 조성돼 있다.
또 박 전 대통령 생가주변 약 7만 7000㎡를 공원화하고 추모관 등을 건립하는 사업은 지난 2006년부터 국비 286억 원을 투입해 현재 공사가 진행 중이며 이 역시 올해 준공 예정이다. 이와 함께 200억 원이 투입된 ‘박정희 대통령 역사자료관’은 2018년 완공 목표로 공사를 진행 중이며, 생가 바로 옆 65억 원이 투입된 민족중흥관은 착공 6년 만인 지난해 건립돼 운영 중이다.
구미시는 또 올해 5억 5000만 원을 들여 전시회, 연극 제작 등 박 전 대통령 기념사업 8건을 추진 중이다. 경북도와 기념재단은 100주년 기념식과 학술대회 등 공동사업에 5억 4000만 원의 예산이 들어가며 ‘기념우표·메달’, ‘휘호·탁본집 제작’ 등에도 3억 원이 투입됐다.
이런 가운데 경북도가 지난해 국정농단 사태 여파로 축소됐던 박정희 전 대통령 관련 사업 예산 규모를 확대한 사실도 확인됐다. 지난달 30일 경북도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의결된 추가경정예산을 통해 박 전 대통령 탄생 100주년 기념사업 2건의 예산이 늘어났다. 박 전 대통령 다큐멘터리와 전기를 연재하는 데 각각 2억 1000만 원이 편성돼 있었지만 9000만 원씩 늘어 각 3억 원이 반영된 것이다. 경북도는 이 사업을 위해 본 예산안에 각 3억 원씩을 요구했으나 지난해 국정농단 사태로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여론이 좋지 않자 예산 규모를 삭감한 바 있다.
박정희 전 대통령 기념사업은 고향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서울 중구도 줄곧 추진해오던 박 전 대통령 기념사업이 있다. 중구는 구 자체 예산 300억여 원을 편성해 지상 2층인 동화동 주차장과 인근 건물을 매입해 지하에 대형주차장을 만들고 지상에는 신당동 박정희 전 대통령 가옥과 연계한 ‘역사문화공원’ 조성 사업을 지난해부터 추진해왔다. 신당동 가옥은 박 전 대통령이 5·16 군사정변을 계획한 곳으로 박 전 대통령이 1958년 5월부터 국가재건최고회의 의장 관사로 이주한 1961년 8월까지 가족과 머물렀다.
하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으로 국민여론이 악화되자 지난해 말 중구 의회는 이 사업의 올해 예산 약 60억 원을 전액 삭감했다. 다만 중구는 이월 예산을 활용해서라도 역사문화공원과 지하주차장을 연내 착공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우상화 작업도 현재 진행형이다. 우표를 발행하는 우정사업본부는 지난해부터 계획된 ‘박정희 대통령 탄생 100돌’ 우표 사업을 그대로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오는 9월 15일 박 전 대통령 기념우표 60만 장이 발행될 예정이다. 기념우표 발행 결정은 한 해 전에 계획을 세우며 현재 취소 공지가 없으므로 그대로 진행한다는 것이 우정사업본부의 입장이다. 우정사업본부 관계자는 “논란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박정희 대통령 탄생기념 우표는 예정대로 발행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 취임 우표.
박 전 대통령의 ‘탄생 기념우표’는 여타의 기념우표와는 차이가 있다. 신경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우정사업본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과거 박정희, 전두환 전 대통령만이 취임 기념우표와 함께 해외순방 등 대외활동 홍보 우표를 발행했고, 노태우 전 대통령부터는 취임 기념우표만 발행됐다. 대통령의 탄생 기념우표는 발행된 적이 없다.
이밖에도 박 전 대통령이 문경에서 교사시절 머물렀던 하숙집 복원에도 17억 원이 들어갔다. 박 전 대통령은 일본 왕에게 ‘한 목숨 다 바쳐 충성한다’는 혈서까지 쓰며 만주군관학교로 가기 전 약 3년간 문경초등학교에서 교사 생활을 했다. 또 대통령이 되기 전인 1962년 국가재건최고회의 의장시절, 울릉도 시찰 때 1박을 지냈던 옛 울릉군수 관사 기념사업에도 12억 원이 투입됐다. 아울러 그간 추모제와 숭모제 때에는 ‘박정희 감나무 곶감 만들기’, ‘박정희 소나무 막걸리 주기’, ‘박정희 등굣길 따라걷기’, ‘박정희 테마밥상’ 등 우상화가 의심되는 행사도 진행돼 왔다.
그렇다면 박근혜 전 대통령이 파면돼 국민여론이 악화된 상황에서도 박정희 전 대통령 기념사업이 지속·추진되고 있는 이유는 뭘까. 방학진 민족문제연구소 기획실장은 “박근혜 대통령 재임시절엔 최고 권력에 대한 지지로 기념사업에 나선 것이겠지만 사실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는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라며 “현재 박 전 대통령이 파면된 상황에선 여전히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호불호가 앞으로의 정치적 이익과 직결돼 그에 대한 평가가 표로 이어지기 때문에 단순히 존경이나 우상화 때문이라기보다 정치적 선호에 따른 도구로 기념사업이 활용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기념사업이라는 게 기록·기억을 모으고 그것을 평가하고 기념하는 방식으로 가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기념을 먼저하고 그걸 통해 인식을 바꾸려는 등 거꾸로 가고 있는 상황”이라며 “평가가 완료된 사람에 한해서 기념사업이 이뤄져야 하는데 박정희 전 대통령의 경우 친일 등 논란의 여지가 많은 사람이기 때문에 이를 두고 갈등이 생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상훈 기자 ksanghoon@ilyo.co.kr
박정희 기념·도서관 직접 가보니… 300억 들였는데 ‘썰렁’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 위치한 박정희 전 대통령 기념·도서관 전경.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서울에도 박정희 기념사업이 현재 진행형이다. 대표적인 곳은 바로 박정희기념재단이 지난 2012년 개관해 운영 중인 박정희 기념·도서관이다. 박정희기념재단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취임 이후인 2013년 6월까지 재단의 등기이사로 있었던 곳으로 재단법인 전환 이후엔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초대 이사장을 맡기도 했다. 지난 11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 위치한 박정희 기념·도서관을 찾았다. 기념·도서관은 대규모 아파트 단지와 인접해 있지만 인적이 드문 외진 곳에 위치해 있었다. 기념관 내부도 썰렁한 모습이었다. 지상 1층과 2층에 총 3개의 전시실로 구성된 기념관은 박정희 전 대통령 집권 당시 역사적 배경과 고속도로 건설, 새마을운동, 중화학공업화정책 등 업적 위주의 전시가 진행되고 있었다. 30여 분간 3개의 전시관을 둘러보는 동안 다른 방문객은 보지 못했다. 관람을 마치고 나오니 노년 여성 2명이 출구 쪽에 배치된 방명록을 작성하고 있었다. 이곳에 마련된 방명록에는 ‘영원히 기억하겠습니다’ ‘박정희 대통령 존경합니다’ 등 방명록 20여 개가 쓰여 있었다. 박정희 기념·도서관의 누적 방문객은 2012년 개관 이래 약 17만 명으로 하루 평균 100명 정도 찾는 셈이다. 국고와 민간 성금 등 300억 원 이상 들어간 돈에 비하면 미미한 숫자다. 전쟁기념관은 하루 평균 3000명, 100억 원의 세금지원을 받은 김대중 대통령 기념관에는 하루 평균 500명이 방문하는 데 비하면 턱없이 적은 규모다. 박정희 기념·도서관은 개관 이후 4년간 도서관이 운영되지 않아 ‘반쪽짜리’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설립 당시 200억 원이 넘는 국고와 서울시 부지를 지원받으며 공공도서관을 운영하도록 약속했지만 개관 4년이 지난 지금도 도서관 문은 굳게 닫혀 있다. 지난 연말에는 기념관 폐쇄를 촉구하는 시위가 벌어지기도 하는 등 박정희 기념·도서관을 두고 존폐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기념관 관계자는 “아직 도서관 개관은 준비 중이다”라며 “국가나 지자체 예산을 받아 운영되는 곳도 아니고 기부금으로만 운영되다보니 예산에 제약이 있다”고 토로했다. [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