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vs 안 ‘적폐세력 연대’ 놓고 설전도…
4월 13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SBS 프리즘 타워에서 열린‘2017 국민의 선택, 대통령 후보 초청 토론회‘에서 (좌측부터) 자유한국당 홍준표, 국민의당 안철수, 바른정당 유승민, 정의당 심상정,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선후보가 토론회를 준비하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이날 토론회에서 가장 화제가 된 단어는 ‘세탁기’다. 홍 후보는 “대한민국을 세탁기에 넣고 1년간 확 돌리겠다”며 국가개혁 의지를 밝혔다. 그러자 유승민 후보는 “홍 후보가 ‘대한민국을 세탁기에 넣겠다’고 했는데 국민들은 ‘형사 피고인인 홍 후보도 세탁기에 넣고 돌려야 한다’고 이야기한다”고 지적했다. 홍 후보는 “나는 이미 들어갔다 나왔다. 다시 들어갈 일은 없다”고 응수했다.
심 후보도 홍 후보 세탁기 발언을 비꼬며 공격했다. 심 후보는 “(세탁기에) 갔다 왔다는데 고장 난 세탁기 아니냐”며 “피의자로 재판 받으러 다녔으면 경남도민에게 사죄하고 사퇴해야 할 분이 ‘꼼수사퇴’를 해서 도민의 참정권까지 가로막는 건 너무 파렴치한 것 아니냐”고 했다.
홍 후보는 “세탁기가 삼성세탁기”라면서 “대선에 나왔다면 4월 9일 이전에 의원직을 사퇴해야 한다. 대선에 떨어지고 의원 계속하려고 하면 되느냐”면서 심 후보를 비롯해 국회의원직을 유지하고 있는 후보들을 싸잡아 비판했다. 세탁기를 둘러싼 후보들의 공방은 각종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 오를 정도로 화제가 됐다.
지지율 1, 2위를 다투고 있는 문 후보와 안 후보는 문 후보의 ‘적폐세력과의 연대’라는 발언을 두고 실랑이를 벌였다. 안 후보는 “(문 후보가) 제가 적폐세력 지지를 받는다고 말했는데 그건 저를 지지하는 국민을 적폐세력으로 모독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문 후보는 “국민들이 무슨 죄가 있냐. 박근혜 정권, 또 거기에 함께했던 구여권 정당들 모두 적폐세력 아니냐. 구여권 세력이 안 후보를 지지하는 것은 사실 아니냐”고 답했다.
안 후보는 사드 배치에 대한 입장을 바꾼 것에 대해 집중 공격을 받았다. 심 후보는 “강력하게 사드를 반대하던 분이 입장을 바꿔서 충격이었다. 외교안보 상황이 바뀌었다는데 바뀐 건 선거 중이란 것밖에 없다”고 했다. 이에 대해 안 후보는 “일관성을 유지하면서 욕을 안 먹는 건 쉬운 일”이라며 “국가 지도자는 여러 상황이 바뀌면 국익을 최우선에 두고 최적의 대응을 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홍 후보는 유 후보가 우파 경제정책을 취하다 강남좌파로 돌아서면서 ‘정책적인 배신’을 했다고 주장했다. 홍 후보는 또 “유승민 후보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 출신이다. 박 전 대통령 탄핵 때 보니 인간적인 배신을 했고 바른정당을 창당하면서 정치적인 배신을 했다. 이런 배신자 이미지를 어떻게 극복해 나갈 것이냐”고 물었다. 이에 유 후보는 “홍준표 후보가 ‘살인마는 용서해도 배신자는 용서 안한다’고 말한 것을 보고 놀랐다. 저를 진짜 배신자라고 생각하느냐”고 되물었다.
홍 후보는 문 후보에게 “노무현 전 대통령의 뇌물을 몰랐는가”라는 질문을 던져 논란이 되기도 했다. 문 후보는 토론회 진행 중 처음으로 격앙된 반응을 보이며 “지금 노 전 대통령이 뇌물을 받았다고 말하는 것인가. 그 말은 책임져야 한다”고 말했다.
심 후보와 홍 후보는 서로 감정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심 후보는 “홍 후보는 청년 일자리를 위해 민주노총을 응징한다는데 제가 대통령되면 홍 후보가 국민세금으로 특수 활동비 쓴 것 알뜰하게 챙겨서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홍 후보는 “대통령 될 가능성 없으니까 그런 꿈 안 꾸셔도 된다”고 말했고, 심 후보는 “홍 후보 같은 분 때문에 대한민국 민주주의가 훼손되는 것”이라 비판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