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운전원에 보험처리 대신 직접 배상 요구, 배상 안하면 정직원 전환 불이익 ‘엄포’
세종시 어진동 복합커뮤니티센터에 위치한 세종도시교통공사. 교통공사는 최근 대물사고를 낸 운전원에게 정직원 전환에 불이익을 주겠다며 사고 발생 금액을 직접 지불하라고 요구해 빈축을 사고 있다.
A씨는 회사의 보험처리와 징계를 기다리던 중 교통공사 서비스혁신처 직원으로부터 뜻밖의 말을 들었다. 사고로 발생된 금액 300만 원을 직접 보상하라는 것이었다. 그렇지 않을 경우 정직원 전환 시 불이익을 받게 될 것이라는 엄포도 들었다. 회사는 “금액에 대한 부담이 크다면 10개월로 나눠서 매달 30만 원씩 갚으라”고 A씨를 배려(?)했다.
20대의 사회초년병인 A씨는 입사 당시 지방 공기업의 직원이 됐다는 자부심으로 가득했다. 그러나 이 자부심은 일순 실망감으로 뒤바뀌었다.
지금 A씨는 정직원으로 전환될 수 없다는 불안감과 300만 원이라는 부담감에 휩싸였다. 그는 결국 불이익을 감내하고 보험처리를 요청했다. 그러나 여전히 회사는 아직 어떻게 처리할지 결정되지 않았다며 A씨의 사고처리를 미루고 있다.
세종도시교통공사의 이러한 제안은 A씨에게만 건네진 것은 아니었다.
B씨도 비슷한 일을 겪었다. 지난달 B씨가 운행 중이던 버스에서 승객이 정차 전 자리에서 일어나려다 넘어졌다. 규정상 운행 중 일어난 승객의 사고는 버스운전자가 보상해야 한다.
이번에도 회사는 B씨에게 사고에서 발생된 비용을 직접 처리할 의향이 있는지 물었다. 정직원 전환평가에서 불이익을 받을 것이라는 경고도 덧붙었다. B씨는 보험으로 처리하겠다고 사측에 알렸다.
세종도시교통공사 서비스혁신처는 이 같은 불공정한 제안에 대해 모르는 일이라고 잡아뗐다. 서비스혁신처 관계자는 “전혀 보고받은 바 없으며 알고 있는 내용도 없다”고 일축하면서도 “사고발생 시 경위파악 후 과실정도에 따라 한다. 다만 고의나 자기의 과실일 경우 운전원 배상을 전제로 한다”고 밝혔다. 즉 운행 중 발생한 운전원의 과실은 운전자가 부담한다는 말이다.
이어 “다른 운수회사에서도 이렇게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 교통공사의 내규에는 ‘운전원의 업무수행 중 발생한 차량사고는 자동차 종합보험으로 처리하되,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해 발생된 사고에 대해서는 일부 또는 전부를 운전원에게 배상하게 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그러나 서비스혁신처 관계자의 말은 일반적인 경우와 아주 다르다. 보통 운수회사는 통상 사고의 경중을 떠나 피해보상은 사측이 부담하고 이후 구상권 등을 청구한다.
지자체에서 직접 일부 공영버스 노선을 운영하는 제주도 서귀포시는 음주운전 또는 회사에서 정한 배차에 어긋난 버스를 운전했을 시에 발생한 사고를 제외하고는 과실의 경중을 떠나 모두 사측이 부담한다.
서귀포시 교통과 관계자는 “업무중 큰 과실일 경우 대리 변제 후 구상권을 청구하는 경우는 있다. 버스 운전원이 큰 액수를 부담하면 겁나서 어떻게 운전할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세종시의 민영운수 회사인 ‘세종교통’도 단체교섭에 따라 음주운전 등으로 인한 사고가 아니라면 사측이 모두 배상하고 있다. 세종교통 관계자는 “사고 부담금을 운전원이 직접 보상하게 하면 안전한 운행이 가능하겠냐”며 “오히려 큰 부담은 노동환경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운전원들의 사고처리 과정에서 불거진 또 다른 문제는 정직원 전환평가는 보상과는 상관없이 공정해야 함에도 정직원 전환을 ‘볼모’로 조용한 사고처리를 시도했다는 것이다.
현재 세종도시교통공사는 운전원을 1년 계약직으로 채용 후 일정기간이 지나면 정직원 전환평가를 한다. 교통공사의 운전원들에게는 ‘정직원’이 입사의 목적이자 목표다. 교통공사의 급여가 민영 운수회사보다 턱없이 낮은데도 불구하고 이들은 안정적인 근무환경을 바라고 교통공사를 선택했다. 이런 운전원에게 정직원 전환 불이익은 입사목적 자체를 흔들어 놓는 것이다.
전국공공 운수노조 관계자는 “세종교통공사의 내규는 일반적으로 회사가 내규로 많이 정해놓는다. 하지만 이는 명백히 불합리한 조항”이라며 “또한 정규직 전환을 두고 직접 보상을 요구하는 것도 문제”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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