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퍼스트 레이디 로라 부시의 진면목

	▲ 지난 2002년 2월 19일 방한한 부시 미국 대통령 부부.

세계를 호령하는 미국 대통령을 내조하는 부인의 본 모습은 어떤 것일까. 곧 시판될 조지 부시 미국대통령의 부인 로라 부시에 관한 책 <완벽한 아내-영부인 로라 부시의 삶과 선택(The Perfect Wife-The Life and Choices of Laura Bush First Lady)>를 통해 부분적으로나마 그녀의 진면목이 드러날 예정이다.

세간에 알려진 로라에 대한 이미지는 무척이나 호의적인 것들 일색이다. 부시가의 성공이 ‘완벽한 아내’ 로라의 후덕함 때문에 가능했다는 아부성 평가까지 있을 정도다. 그녀는 조용하게 남편을 내조할 줄 알며, 술과 담배는 입에도 대지 않는 아주 정숙한 여자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좋은 시선들은 그녀의 반쪽만 바라본 데서 나온 것이다. 이제 곧 출판될 책에서는 일반인들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았던 로라의 다른 반쪽이 드러날 예정이다. 책의 내용에 나온 로라 부시의 모습은 우리가 알고 있던 기존의 이미지와는 다소 거리가 있다.

술 한모금도 입에 대지 않는다는 로라는 혼자서 칵테일 마시는 것을 좋아한다. 또 담배 한모금 피우지 않는다는 로라는, 골초 수준은 아니지만 애연가의 단계에는 이른 것으로 밝혀졌다. 물론 그녀가 조용히 남편을 내조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은 보수적인 성향의 남편에게 다소 진보적인 자신의 정치적 견해를 밝혀 말씨름을 하지 않으려 하기 때문에 생긴 행태일 뿐이라는 게 이 책 작가의 주장이다.

작가는 책에서 “퍼스트 레이디는 아주 조심스러운 사람으로 자신이 단순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 주지 않으려고 한다. 더군다나 그녀의 성격은 그 누구도 모른다. 진정한 로라 부시는 아주 독립적이며 지적이고, 남편인 부시 대통령과는 전혀 다른 방면에 흥미를 갖고 있다. 골수 공화당 가문 며느리인 그녀는 남편이 나온 선거를 빼놓고는 언제나 공화당이 아닌 민주당을 찍었고, 스스로 여성 인권운동가라고 생각할 정도로 활동적이다”고 주장한다.

	▲ 젊은 시절의 부시 부부.

실제로 로라 부시의 친구들은 모두 진보주의자이고 민주당 사람들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녀가 지닌 가치와 개인적인 믿음은 부시 대통령이 지니고 있는 보수적인 생각을 가끔 위협할 때도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사려 깊은 로라는 가정의 평화를 위해 남편과 정치적 사안을 놓고 맞부딪히는 것을 의식적으로 피해왔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그녀는 혼자 있을 때 담배를 피우고 술을 마신다고 한다.

그녀는 요즘 개인트레이너까지 고용해 걷는 운동을 하고 있다. 57세의 부시 대통령은 가끔 로라에게 어린 아이처럼 장난을 친다고 한다. 부시 대통령이 가장 좋아하는 게임은 아내가 독서를 할 때 손가락으로 로라의 옆구리를 쿡쿡 찌르는 것이다.

부시 대통령은 아내가 책에서 눈을 뗄 때까지 계속 찌른다고 한다. 그런 의미에서 로라는 부시에게 있어서 에너지 공급원이다. 로라는 또 근검절약이 몸에 밴 사람이다. 크리스마스 때 자신들에게 온 카드에다가 보낸 사람의 이름을 지우고 자신들의 이름을 써서 친구들에게 다시 보냈을 정도.

부잣집 도련님 출신인 조지와 정숙한 도서관 사서 출신인 로라의 로맨스는 주변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집안도 집안이지만 서로의 성격이 너무 대조적이었기 때문이었다. 로라는 깔끔하고 명확한 여성으로 항상 주변을 청소하는 그런 부류의 사람이었다. 반대로 부시는 깔끔하기는커녕, 지저분할 정도였고, 어떤 물건이 좋은 것인지 생각지도 않은 채 엉뚱한 것들만 사들이는 경제관념이 빵점인 사람이었다.

하원의원 선거를 앞둔 부시는 이런 자신의 단점을 잘 알았고, 이를 보완하고 관리해줄 아내가 필요했다. 부시는 로라를 만난 지 6주 만에 결혼을 했다. 그때 모든 사람들은 부시의 성급한 결정에 놀랐지만 당사자인 로라는 부시의 어린애 같은 모습에 오히려 매력을 느꼈다고 한다.

미국을 대표할 명문가의 자제였음에도 부시는 화려한 결혼식을 올리지 않았다. 그것은 신부 로라의 의사 때문이었다. 로라는 투피스 드레스를 입고, 손에 들 꽃만 있으면 결혼식이 된다고 생각했고 또 그렇게 했다. 결혼을 하자마자 시어머니인 바바라 부시는 며느리 로라에게 앞으로 부시가 하는 대외 연설에 대해 비판하지 말라는 주의를 주었고 로라는 지금까지 그것을 지키고 있다. 이후 로라는 아내로서 남편을 부끄럽게 한 적이 단 한번도 없었다.

그러나 이런 로라도 자신의 딸들에게만은 무한에 가까운 자유를 주고 있다. 로라는 올해 22세가 된 쌍둥이 자매 바바라와 제나에게 아무런 잔소리도 하지 않는다고 한다. 파티를 너무나 좋아하는 두 딸은 하루가 멀다 하고 할리우드 배우들, 록스타들과 어울려 술 마시고 춤을 추며 산다. 아마 로라 자신이 그렇게 살고 싶었기에 그것을 말없이 지켜만 보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문암 해외정보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