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에 대한 처벌만 있었을 뿐 집단에 대한 제재는 없어…“결국 가지만 쳐냈다”
박영수 특검은 최순실 게이트 수사 당시 사이비종교 수사 계획을 내비쳤다.
아들 김 아무개 군(3)의 시신을 묻었던 최 아무개 씨(41)의 범행이 3년 만에 알려졌다. 최 씨는 진돗개를 숭배하는 사이비종교에 가담하고 있었다. 이 종교에서 알게 된 김 아무개 씨(53)가 최 씨의 아들이 바지에 오줌을 쌌다는 이유로 혼을 냈고, 아이가 울자 “악귀가 씌었다”며 나무 주걱으로 머리와 입술 등을 때려 끝내 숨지게 했다. 최 씨는 김 씨가 아이를 폭행해 사망하는 것을 보고 있었지만 교주로 불리는 안 아무개 씨 부부 등과 함께 시신을 유기했다.
최 씨는 전라북도 완주준 인근 야산에 아들의 시신을 묻고 범행을 들킬까봐 2014년 거짓으로 실종신고를 했다. 경찰의 탐문 수사 결과 단서가 나오지 않았다. 다만 최 씨가 잃어버렸다고 말한 시점보다 한 달이나 지난 후에 신고를 했다는 점과 상황 설명을 잘 하지 못한다는 점을 수상히 여긴 경찰이 추가 수사를 벌여 범행을 파악했다. 알고 보니 최 씨는 범행이 들통날 것을 우려해 묻었던 시신을 다시 찾아 화장을 하고 유골을 뿌린 것으로 조사됐다. 최 씨는 경찰 조사에서 “처음에 아들을 죽인 김 씨를 감싸기 위해 자신이 죽인 것이라고 거짓자백을 할 정도로 종교에 미혹 당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장검증에서도 “아이에게 너무 미안하다”면서 “죽일 의도는 없었고 때린 걸 후회한다”며 흐느껴 울기도 했다.
최 씨가 속해있던 집단은 ‘진돗개를 사랑하는 모임’으로, 진돗개를 영물로 여겨 숭배하고 있었다. 이 집단의 주거지 중 한 곳은 서울 강서구 화곡동 일대로 알려졌고, 교주로 알려진 안 씨 부부는 오래 전부터 이곳에서 애견인으로 소문나 있었다. 이들은 2008년 빌라 네 채를 매입했고 이 중 한 채의 빌라에서는 진돗개 열 마리를 키웠다. 이들뿐만 아니라 10여 명의 사람이 모여 함께 생활하기 시작했다. 매월 10만 원 이상을 안 씨 부부에게 헌납했다고 밝혀졌다.
이 같은 사이비 종교 집단이 국내에는 100여 개가 넘는 것으로 파악됐다. 문상희 전 연세대학교 신학과 교수의 저서인 <사이비 종교란 무엇인가?>에 따르면 사이비종교는 일반적으로 정치적 불안, 사회적 혼란, 경제적 파탄을 틈타 일어난다. 또 가치관의 몰락, 사상의 분열, 기성종교의 무력, 교주들의 광신적 영웅주의, 민중의 무지, 신앙 자유의 남용 등의 복합적인 요인이 있다. 또 기독교 주변에서 사이비 종교가 일어나는 특수한 요인으로는 교회의 분열, 계층화 등이 작용한다고 말하고 있다. 최 씨의 경우 2014년 이혼을 결심하고 아들과 딸을 데리고 이 빌라에 들어가 교주 부부를 알게 됐다.
사이비종교 집단 내에서 사건이 발생했지만 사이비종교를 만든 것에 대해서는 처벌이 없었다. 경찰에 따르면 신도들은 개를 등에 업고 마당에서 산책을 시키는 모습을 봤다는 진술이 있었지만 집 안에 개를 모신 제단이 있다거나 특별히 숭배하는 종교의식을 벌인 흔적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아이를 때리고 죽게 한 주범인 김 씨는 폭행치사·사체유기·사체손괴 혐의로 구속됐고, 최 씨와 교주 부부 등의 신도들은 사체유기와 사체손괴 혐의만 입증돼 구속됐다.
사이비종교 집단 다수가 피의자가 됐던 경우가 또 있다. 2015년 독일에서 한국인 여성 박 아무개 씨(44)가 구마행위 도중 사망했던 사건(1232호 보도)도 이와 비슷하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검찰에 따르면 사건 당시 피해자 박 씨가 적어도 2시간 넘게 침대에 묶여 입에 수건이 덮인 채 복부와 가슴 쪽에 매질을 당한 끝에 질식사한 것으로 추정했다. 가해자는 박 씨와 같이 독일에 간 무리 중 한 명인 김 아무개 씨(44)로, 박 씨에게 악령이 들렸다고 믿고 이를 쫓아내려고 시도하다 사망케 한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해 12월 독일 법원은 살인 혐의로 기소된 주범 김 씨에게 징역 6년을 선고했다. 모친이 죽어가는 것을 목격했던 박 씨의 자녀들을 포함한 무리도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이번 시신유기나 독일에서의 구마행위에서 집단생활이 사건의 발단으로 드러났음에도 불구하고 처벌은 따로 없었다.
종교가 법에 위반하는 행동을 하는 것에 대해서는 처벌이 가능하지만 사이비종교 등을 제재하는 법 조항은 없다. 종교 내 다수가 피해를 본 경우도 있었지만 이때 피의자에게는 사기 및 유사수신행위 혐의와 범죄단체조직죄만이 적용됐다. 형법 114조에 따르면 사형, 무기 또는 장기 4년 이상의 징역에 해당하는 범죄를 목적으로 하는 단체 또는 집단을 조직하거나 이에 가입 또는 그 구성원으로 활동한 사람은 그 목적한 죄에 정한 형으로 처벌한다. 피의자 박 아무개 목사는 교인들에게 “하나님 계시에 따라 주식에 투자하면 수익을 올릴 수 있다”며 투자를 권유했고 150여 명에게 200억 원을 유치했다. 피해자들은 “신고하면 믿음에 의심이 생긴다”는 말을 들어 쉽사리 경찰 신고도 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최영지 기자 yjchoi@ilyo.co.kr
우리나라 사이비종교 발생은 언제부터? 국내에서 사이비종교는 일제강점기 시절 생겨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진다. 일제강점기 시절 삶의 목표를 잃은 이들이 정신적 위안을 찾으려는 심리를 이용해 사이비종교가 생겨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1930년대부터 1940년대까지 영주교와 백백교가 교주를 신격화하고 집단생활을 신앙의 형태로 삼아 대표적으로 나타났다. 백백교는 교주가 300여 명의 신도를 간음하거나 살해하기도 했다. 또 1950년대 후반부터 계룡산의 신도안을 중심으로 전국의 계곡과 산에 미륵 중산교, 세계일가공회, 세계종교연합법황청, 재림예수교 등이 생겨났다. [최] |
최태민교 의혹 풀면, 박근혜 ‘재산’ 답 나온다 지난해 12월 1일 임명된 박영수 특별검사는 하루 뒤인 2일 기자들을 만나 특검 수사 전반에 대한 구상을 밝혔다. 이 자리에서 박영수 특검은 “최순실 씨 아버지 최태민 씨와 사이비 종교가 이번 비선실세 국정농단 사건의 원인이 됐는지 여부도 수사 대상”이라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사건의 본질에 대해 언급하던 박 특검은 “사이비 종교가 관련됐다는 의혹이 많기 때문에 유사종교 연루 부분도 자세히 볼 것”이라며 “오대양 사건과 탁명환 피습사건 등을 (검사 시절에) 맡아서 종교 부분을 잘 알고 있다. 종교 사건을 해본 인물들을 수사팀으로 쓸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박 특검은 검사로 재직하던 시절 ‘유사 종교 수사의 1인자’로 불렸을 만큼 관련 수사 경력이 풍부한 데다 대학 전공도 종교학과(서울대)다. 그렇지만 특검 수사 결과에 사이비 종교 관련 의혹에 대한 내용은 없었다. 박 특검이 유사 종교 수사의 1인자로 불리던 검사 출신인 데다 특검 수사팀에 종교사건 경험이 많은 인물들을 투입하겠다고 밝히기도 했지만 별다른 성과는 없었던 것. 법조계에선 특검이 애초부터 수사대상으로 삼은 분야가 사이비 종교 관련 의혹은 아닐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최태민 씨가 사망한 지 이미 20년이 넘은 데다 대부분의 혐의도 공소시효가 지났기 때문이다. 그보다 최 씨 일가의 재산 형성 과정에 수사의 초점이 맞춰졌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특검 수사 과정에서 가장 뜨거운 쟁점이 된 사안 가운데 하나는 ‘경제공동체’(공동지갑론)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 씨가 경제공동체라는 주장인데 법조계에선 재판 과정에서 법적으로 입증하기 매우 어려울 것이라는 부정적인 의견도 많았다. 그만큼 박 전 대통령과 최 씨가 경제공동체인지는 핵심 혐의인 뇌물죄 입증 과정에서 매우 중요한 쟁점이 될 전망이다. 박 전 대통령의 첫 재판이 5월 2일로 잡히면서 법정 공방에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가운데 박 특검이 언급했던 “사이비 종교도 수사 대상”이라고 밝혔던 대목이 새삼 눈길을 끌고 있다. 이미 특검 수사는 끝이 났으며 사이비 종교 관련 내용은 수사 결과에 담기지 않았다. 그럼에도 이 부분이 다시 눈길을 끄는 까닭은 사이비 종교의 경제공동체 개념이다. 사이비 종교의 경우 교주와 교인들이 공동체를 이루는 경우가 많은데 당연히 경제적으로도 공동체가 된다. 한 법조관계자는 “검찰 수사에서 경제공동체 개념이 주로 활용되는 곳이 바로 유사 종교 관련 수사”라며 “특검에서 유사 종교 관련 수사에 공을 들인 까닭이 최 씨 일가의 재산 형성 과정을 유사 종교의 경제공동체 개념으로 볼 수 있느냐가 아니었나 싶다. 최 씨 일가가 사이비 종교와 무관할지라도 재산 형성 과정이 유사한 형태로 진행됐다면 이 개념을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 씨가 경제공동체임을 입증하는 데 활용할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최태민 씨를 둘러싼 사이비 종교 관련 의혹은 이번 특검에서도 풀리지 않았다. 향후 재판 역시 최 씨 일가와 사이비 종교와의 개연성은 큰 의미가 없다. 다만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 씨가 경제공동체임을 입증하는 과정에선 여전히 사이비 종교 관련 수사의 경제공동체 개념이 적용될 수 있느냐는 중요한 의미를 가질 수 있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