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하신 몸 람보르기니에 스크래치를…’ 미술관 이벤트
[일요신문] 남자들이라면 한 번쯤 꿈꿔봤을 이탈리아의 슈퍼카 ‘람보르기니 가야르도’. 한 대당 적게는 2억에서 많게는 4억을 훌쩍 넘는 가격을 생각하면 그야말로 ‘억’ 소리가 절로 나온다.
그런데 이렇게 귀하신 람보르기니에 마음대로 낙서를 할 수 있다면 어떨까. 그것도 몰래 숨어서가 아니라 당당하게 말이다.
지난 2016년 9월 덴마크의 ‘아로스 오르후스 쿤스트뮤지엄’을 방문한 사람들은 이런 행운(?)을 마음껏 누릴 수 있었다. 미술관 측에서 방문객들에게 전시되어 있는 검정색 람보르기니에 마음껏 낙서를 해달라고 요청했던 것. 더 정확히 말하면 ‘그 누구도 섬은 아니다’라는 전시회의 일환으로 열린 행사에 참석해 뾰족한 물체로 람보르기니 차체에 스크래치를 내달라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선뜻 나서는 사람이 없었다. 설마하면서 아무도 낙서를 하려고 하지 않았다. 하지만 낙서를 해도 아무런 피해 보상을 요구하지 않는다는 미술관 측의 설득 끝에 마침내 하나둘 낙서를 하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쓰인 낙서는 훨씬 더 저렴한 자동차 브랜드명인 ‘SKODA’였다. 그러더니 점차 용기를 얻은 방문객들이 저마다 인사말, 구호, 연인에게 보내는 메시지 등 다양한 낙서를 하기 시작했다. 심지어 유리창에까지 스크래치를 내는 사람도 있었다.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람보르기니가 빠른 속도로 낙서로 뒤덮이기 시작하자 미술관 측은 당황했다. 3주 넘게 낙서를 허용할 생각이었지만 검정색이었던 자동차가 낙서로 뒤덮여 흰색으로 변하는 지경에 이르자 충분하다고 판단, 결국 행사를 끝내고 말았다.
7개월이 지난 현재 람보르기니는 여전히 어지럽게 낙서로 뒤덮인 채 전시되어 있다.
전시 일정은 오는 9월까지며, 그 후에는 깨끗하게 다시 도색한 다음 원래 차주한테 돌려보낼 예정이다. 람보르기니의 차주는 노르웨이의 예술가인 DOLK로, 특별히 이번 프로젝트를 위해서 이탈리아에서 중고로 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번 프로젝트는 ‘모든 사람은 살면서 어떻게든 흔적을 남기며, 저마다의 아주 작은 행동도 전체에 영향을 미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출처 <아더티센트럴>.
김민주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