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 전에 본 낯선 사람 기억하고 눈만 보고도 바로 식별…관련 뇌 활동 연구 활발
거꾸로 된 유명인의 사진을 보고 누구의 얼굴인지 단박에 알아맞힐 수 있다면 어쩌면 당신도 ‘초인식자’일지 모른다. 영국의 '메일온라인'에 따르면, 인구의 약 0.1~1%, 즉 1000명 가운데 한 명꼴인 초인식자는 얼굴을 기억하는 능력이 놀랍도록 뛰어난 사람을 일컫는다.
심지어 단 1초 만에 뒤집힌 얼굴이 누구인지를 알아볼 수 있을 만큼 눈썰미가 뛰어난 것이 특징이다. 또한 짧은 순간 힐끗 보기만 해도 변장한 유명인을 알아보거나, 심지어 수년 전에 본 낯선 사람의 얼굴을 척척 기억해내기도 한다. 또한 얼굴 사진을 픽셀화하거나, 다른 각도로 보여주어도 금세 알아볼 수 있다.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기간 동안 진행된 한 연구에서는 초인식자들이 눈만 보이는 마스크를 쓴 사람들을 한눈에 식별한다는 사실이 밝혀져 놀라움을 안겨주기도 했었다.
이와 관련된 연구는 아직 초기 단계에 있지만, 전문가들은 이런 빠른 판단이 얼굴을 인식할 때마다 뇌 활동이 급증하기 때문에 가능한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다시 말해 얼굴이 중요한 시각 정보라는 신호를 끊임없이 뇌에 전달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이런 정보는 며칠 혹은 몇 주가 지나면 뇌에서 삭제되지만, 초인식자들의 뇌는 이 정보를 폐기하지 않고 계속 보유하고 있다.
초인식자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한 펜실베이니아주 게티스버그 칼리지의 리처드 러셀 심리학 교수는 “우리 사회는 모든 사람이 얼굴을 비슷하게 인식하고, 또 모두가 세상을 같은 방식으로 본다고 가정한다. 하지만 그건 사실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스위스 로잔대학교의 조교수인 메이크 라몬 박사 역시 ‘워싱턴포스트’ 인터뷰에서 초인식자는 “사람의 2차원 이미지만 봐도 얼굴의 3차원 이미지를 유추해내는 독특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또한 “초인식자들은 특히 얼굴에 강하게 끌리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아직 이유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그들에게는 얼굴이 매우 중요한 듯하다”라고 밝혔다.
2024년 연구에서 초인식자 16명과 일반인 17명의 뇌 활동을 비교 조사한 결과 역시 비슷했다. 식물, 동물, 얼굴 및 기타 장면의 사진을 본 초인식자들은 눈깜박임보다 빠른 65밀리초 만에 즉각적으로 반응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초인식자들이 뛰어난 기억력을 가지고 있지만 그렇다고 완벽하지는 않다는 사실을 지적했다. 호주 뉴사우스웨일스대학교 ‘안면 연구소’의 수석 연구원인 데이비드 화이트 박사는 ‘워싱턴포스트’ 인터뷰에서 “일반적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초인식자들도 다른 인종의 얼굴을 구별하는 데는 더 어려움을 겪는다”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초인식자가 아니더라도 사람 얼굴을 쉽게 기억하는 방법은 없을까. 이에 화이트 박사는 만일 얼굴을 기억하는 능력을 향상시키고 싶다면 흉터, 귀, 주근깨, 잡티와 같은 특징에 집중하면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김민주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