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빅토리아 베컴 | ||
머리가 하룻밤 새에 고무줄처럼 늘었다 줄었다 하는 것도 아니고, 대체 이게 무슨 일일까. 이처럼 순식간에 머리 길이에 변화를 줄 수 있는 것은 이른바 ‘붙임머리’ 기술 덕분.
‘붙임머리’는 말 그대로 가짜 머리를 붙여서 짧은 머리를 길게 보이도록 하거나 또는 숱이 적어 고민하는 사람의 경우 숱이 많아 보이도록 만들어 주는 특별한 미용 기법이다.
이처럼 획기적이고 편리한 미용법이건만 최근 유럽을 비롯한 러시아에서는 난데없는 ‘가모 사용 반대 운동’이 확산되고 있어 이슈가 되고 있다. 이유는 바로 가모에 사용되는 재료가 불법으로 수집한 모발이라는 데 있다. 게다가 최근에는 러시아 마피아가 개입되어 가모 시장에서 폭리를 취하고 있다는 소문이 확산되면서 더욱 화제가 되고 있다.
보통 가모로 사용되는 재료는 화학재료를 사용하여 사람의 머리카락과 유사하게 만든 ‘인조 머리’와 실제 사람의 머리카락을 사용하여 만든 ‘인모’ 등 크게 두 가지가 있다. 이중 최근 유럽에서 문제시되고 있는 것은 모발의 수집이 불법으로 이루어지거나 혹은 암암리에 뒷거래가 이루어지고 있는 ‘인모’다.
얼마 전 영국의 일간 <타임스>가 보도한 바에 따르면 문제는 유럽에 수출되는 대부분의 러시아산 인모가 본인의 의지와는 전혀 상관없이 강제 수집된 모발이라는 데 있다.
보통 러시아에서 인모가 수집되는 장소는 감옥이나 정신병원 혹은 고아원이며, 간혹 거리의 노숙자나 거지들에게 소정의 대가를 지불하고 헐값에 사오는 경우도 있다. 심지어 죽은 지 얼마 안 되는 시체의 머리를 밀어 가발 시장에 내놓는 경우도 허다하다는 것이 제보자의 설명이다.
모스크바 형집행센터 부소장인 루드밀라 알페른은 “여자 죄수의 경우 웬만큼 머릿결이 좋다 하면 절대로 머리를 기르지 못한다. 조금만 길었다 하면 바로 삭발당하기 때문이다”고 털어 놓았다. 표면적인 이유야 물론 이가 득실대지 못하도록 한다는 ‘위생상’의 이유지만 실제로는 간수들의 짭짤한 부수입을 올리기 위한 것이라는 것. 이렇게 파는 모발의 가격은 한 사람당 불과 2유로(약 3천원)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실제로 최근 몰라보게 자란 긴 헤어 스타일로 공개석상에 나타난 축구 선수 데이비드 베컴의 아내이자 전 스파이스 걸스의 멤버인 빅토리아 베컴(29)은 “얼마 전에 가모를 붙였어요. 러시아의 한 여성 죄수의 모발이라고 하는데 머릿결이 아주 부드럽고 탄력 있어요. 매우 만족스러워요”라며 자랑을 늘어놓기도 했다.
▲ 카일리 미노그 | ||
또한 러시아의 노보시비르스크에 거주하는 발렌티나 아스니(12)라는 소녀는 최근 영국의 타블로이드 <데일리 미러>와의 인터뷰에서 “생활비를 벌기 위해서 며칠 전에 머리카락을 팔았어요. 35cm 정도 되는 길이였는데 2유로를 벌었어요”라며 자신의 짧은 머리가 못내 아쉬운지 눈물을 글썽이기도 했다.
이처럼 헐값에 팔린 인모가 유럽의 가모 시장에서 수백만원 혹은 수천만원짜리 ‘명품’으로 둔갑하는 데는 모두 러시아 마피아의 입김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
한편 카일리 미노그, 빅토리아 베컴 등 유명 연예인들의 긴 머리가 모두 러시아의 죄수나 노숙자 혹은 시체의 모발이란 사실에 적지 않은 충격을 받고 있는 유럽인들은 대부분 “역겹다” “당장 가모의 사용을 중지해야 한다”며 불쾌한 반응을 나타내고 있다.
또한 점차 많은 곳의 미용실 역시 “앞으로 당분간은 붙임머리를 판매하지 않겠다”며 적극적으로 반대 운동을 펼치고 있으며, 일부 연예인들 역시 “가모의 출처를 몰랐을 때는 어쩔 수 없었지만 이렇게 알게 된 이상 더 이상 가모를 붙일 수 없다”며 거부 반응을 나타내고 있다.
한편 유럽의 경우 인모 매매는 현재 아무런 법적 제재 없이 합법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