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입해줘” 통사정… 탈DJ 실감
국회의원연구단체 등록 현황에 따르면 등록 마감시한인 지난 7월 8일까지 국회에 등록된 연구단체는 모두 54개. 이 가운데 박선숙 민주당 의원이 대표를 맡고 있는 ‘한반도평화와 남북공동번영을 위한 연구모임’이 바로 ‘햇볕정책’ 관련 연구단체다.
박 의원은 연구단체 회원모집 안내문을 통해 “지난 10년간 우리 정부가 일관되게 추진해 온 햇볕정책은 그 정당성과 타당성이 위협받고 있고 8년 전 남북관계의 새로운 해법을 제시한 6·15 남북정상회담의 의미도 훼손된 채 방치되고 있다”며 “남북관계를 보다 체계적이고 안정적으로 발전시켜 한반도의 평화공존을 위한 일관된 정책의 정비가 필요한 시점이고 아울러 6·15 공동선언의 정신을 계승해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한 전진된 노력을 위해 모임을 제안한다”고 설명했다.
연구단체 결성 밑그림은 ‘햇볕정책’ 전도사 역할을 했던 박지원 의원이 그렸고 국민의 정부 시절 청와대 대변인을 지낸 박선숙 의원이 실무적인 업무를 담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연구단체 등록 과정이 순탄치 않았다는 점이다. 국회연구단체는 현역 의원이 최소 12명 이상 회원으로 가입해야 하고 다른 당 소속 의원도 2명 이상 반드시 포함돼야 등록이 가능하다. 또 의원 한 사람이 가입할 수 있는 연구단체는 최대 3곳으로 한정돼 있다.
따라서 인기 있는 연구단체에는 의원들이 몰리는 반면 비인기 단체나 신생 단체에는 의원들이 가입하는 것을 꺼려해 등록 자체가 무산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일부 단체는 등록 요건을 충족하기 위해 의원들 간에 ‘딜’이 이뤄지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박지원·박선숙 의원이 연구단체 결성에 어려움을 겪었던 것도 바로 이러한 등록 요건 때문이다. 두 의원은 등록 마감 직전까지 등록 인원을 채우지 못해 골머리를 앓았다는 후문이다. 결국 두 사람은 친DJ 인사로 분류되는 민주당 추미애 박상천 박주선 김동철 신낙균 조영택 최규성 의원 등이 회원가입서에 사인을 해줘 등록을 마칠 수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와 관련, 호남권의 한 의원은 “과거 같으면 DJ와 관련된 단체나 모임을 결성한다고 하면 경쟁이 치열했는데 지금은 자신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소신 있게’ 선택을 하는 것 같다”며 “앞으로는 호남권 의원들 사이에서도 DJ의 영향력에 기대고자 하는 인사들을 찾아보기 힘들 것”이라고 전했다. 불과 몇 년 전과 사뭇 달라진 호남 의원 풍속도가 아닐 수 없다.
홍성철 기자 anderia10@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