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 적정성 개선 필요…JB금융 등 수도권서 수익원 찾기 총력
사건이 발생한 시기는 2015년 12월에서 2016년 1월 중순까지다. BNK금융은 2016년 1월 유상증자를 단행, 2015년 11월 초 1만 3000원이 넘었던 주가가 2016년 1월 7000원대까지 떨어졌다. BNK금융은 당시 ‘부산은행, 경남은행 등 자회사의 안정적 성장과 새로운 성장 모멘텀을 확보‘하기 위해 증자를 단행했다. 즉 안정적인 성장이나 투자를 위해 증자가 필요했다는 것이다.
성세환 BNK금융지주 회장이 지난 4월 10일 주가조작 혐의와 관련해 부산지검에 출석하는 모습. 연합뉴스
2011년 3월 부산은행을 중심으로 설립된 BNK금융은 경남은행과 GS자산운용(현 BNK자산운용) 등을 차례로 인수해 금융지주사의 모습을 갖췄다. 하지만 연이은 인수합병(M&A)으로 지분을 소진하면서 부작용도 생겼다. 금융감독원(금감원)에 따르면 2016년 말 기준 BNK금융의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총자본비율은 12.86%로 국내 금융지주사의 평균인 14.35%보다 아래다. BIS 기준 총자본비율은 위험가중자산 대비 자기자본을 나타내는 지표로 비율이 떨어지면 그만큼 위험자산이 늘어났다는 의미다.
금융지주사들은 자본적정성을 개선하기 위해 BIS 기준 총자본비율 관리에 힘쓰고 있다. 총자본비율이 낮으면 고객들의 신뢰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그 결과 신한금융지주의 총자본비율은 2011년 말 11.41%에서 2016년 말 15.1%로 상승했다. 같은 기간 KB금융은 13.09%에서 15.25%로, 하나금융은 13.22%에서 14.31%로 끌어올렸지만 BNK금융은 15.83%에서 12.86%로 하락했다. BNK금융의 자기자본이익률(ROE) 역시 2011년 말 13.5%에서 지난해 7.31%로 줄었다. ROE는 기업에 투자된 자본으로 어느 정도 이익을 올리고 있는지 나타내는 지표다. BNK금융 관계자는 “금융당국의 규제 수준을 맞추는 데는 전혀 문제가 없는 상황”이라며 “자본 확충 계획은 지속적으로 세우고 있으며 진행 중인 사업은 전혀 차질 없이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BNK금융뿐 아니라 다른 지방 금융지주사들의 자본적정성도 상대적으로 좋지 않다. 지난해 말 기준 BIS 기준 총자본비율 하위 3개 금융지주사는 JB금융(12.07%), BNK금융(12.86%), DGB금융(12.9%)이다. 3사 모두 최근 M&A에 적극 나선 영향이 크다. 2011년 대구은행을 중심으로 설립된 DGB금융은 메트로아시아캐피탈(현 DGB캐피탈), 우리아비바생명보험(현 DGB생명보험), LS자산운용(현 DGB자산운용) 등을 인수해 덩치를 키웠다. 2013년 7월 전북은행을 중심으로 설립된 JB금융지주 역시 우리캐피탈(현 JB우리캐피탈), 더커자산운용(현 JB자산운용), 광주은행 등을 인수했다. 지난해 8월에는 캄보디아 프놈펜상업은행까지 인수했다.
기업들은 흔히 자본 확충을 위해 유상증자를 단행한다. DGB금융은 2015년 1월 3154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JB금융도 2014년 1월과 9월, 2015년 11월, 세 차례나 유상증자를 했다. 그럼에도 DGB금융의 BIS 기준 총자본비율은 2011년 15.33%에서 2016년 12.9%로, JB금융은 2013년 12.9%에서 2016년 12.07%로 감소했다. 여기서 추가로 유상증자를 단행하면 주주들의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BIS 기준 총자본비율이 8% 아래로 떨어지면 금융당국으로부터 각종 규제를 받는다. 아직 지방 금융지주사들의 총자본비율이 위험 수치에 다다른 것은 아니라서 향후 꾸준한 수익을 낼 수 있다면 당장의 자본 부족은 큰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지역 산업이나 경제 기반이 갈수록 약화하면서 지방금융지주사 특성상 한계가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김한 JB금융지주 회장. 사진출처=JB금융지주 홈페이지
최근 수도권 진출의 움직임이 가장 활발해 보이는 곳은 JB금융이다. JB금융은 서울·인천·경기도 등 수도권 지역에 전북은행 19개 지점, 광주은행 29개 지점, 총 48개 지점을 두고 있다. DGB금융의 대구은행이 수도권에 5개 지점, BNK금융이 13개 지점(부산은행 10개, 경남은행 3개)을 두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차이가 크다. JB금융이 지난해 3개 지방금융지주사 중 유일하게 2015년보다 순이익이 늘어난 것도 수도권에서 역할이 컸다. 부산은행이 지난해 부산지역의 4개 지점을 폐점하면서도 올해 수도권 지점 신설을 계획하는 것도 고객 수가 많은 수도권을 공략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최근 수도권 비중이 급격하게 증가한 것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김재우 삼성증권 연구원은 “급격히 비중이 늘어난 집단대출이 대출 만기 이후, 상환되는 과정에서 기존 고객을 유지하거나 혹은 또 다른 대출을 유치함으로써 자산을 증대 혹은 유지할 수 있는가에 대한 확인이 필요하다”며 “장기적 관점에서는 수도권 중심 성장이 지속될 수 있는가에 대한 우려 해소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
성세환 BNK금융 회장 구속 여파…’2인자‘ 박재경 도약의 기회 성세환 BNK금융 회장 구속 이후 박재경 BNK금융 부사장이 회장 직무대행으로 선임됐다. 성 회장이 겸하던 부산은행장은 빈대인 부산은행 부행장이 대행한다. 성 회장은 경영 효율성을 위해 올해 초부터 부산은행과 경남은행의 각종 규정이나 제도를 일원화시키는 ‘투뱅크-원프로세스’ 작업을 추진해 왔다. 성 회장의 구속 이후 작업 추진은 박 대행이 이어 받았다. BNK금융 관계자는 “금융사는 시스템에 의해 움직이기 때문에 CEO가 부재한다고 해서 진행하던 사업이 중단되는 일은 없다”며 “BNK금융이 추진하던 중장기 작업이 중단될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박 대행이 업무를 성공적으로 완수하면 차기 회장 자리에 한 발 가까워질 수 있다. 하지만 성 회장의 임기는 2019년 3월까지이니만큼 판결 전까지 쉽게 인사가 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BNK금융 관계자는 “회장 교체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논의한 바가 없다”며 “일단은 재판을 지켜보겠다”고 전했다. [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