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 고쳐 주고, 돈도 벌게 해줄게”…빚으로 성형하고 빚 갚으려 몸 팔고 ‘삼각 덫에 갇히다’
최근 성매매 업소와 성형외과, 대부업체의 삼각공조 속에서 덫에 빠지는 여성 피해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그래픽=백소연 디자이너
젊은 나이에 이혼을 경험한 김 아무개 씨(30)는 경제난에 직면했다. 김 씨는 온라인을 통한 구직 활동 중 자신을 모 회사 ‘이사’라고 소개한 A 씨로부터 의문의 일자리를 제안받게 됐다. A 씨는 대출을 받아 성형을 하면 예쁜 외모를 갖게 되는 것은 물론 이른바 ‘텐프로’로 불리는 고급 술집에서 큰돈을 벌 수 있다고 설득했다. A 씨는 이에 응한 김 씨에게 한 성형외과와 성형플래너를 소개했다.
성형플래너는 성형수술 비용 2300여 만 원을 2000만 원으로 할인받게 해주겠다며 대부업체 두 곳을 김 씨에게 소개했다. 이들 대부업체는 수술비용 2000만 원 중 1400만 원이 성형외과로 바로 이체됐다고 했고, 나머지 600만 원은 김 씨에게 이체한 뒤 김 씨가 직접 현금으로 성형외과에 지불했다. 김 씨는 두 대부업체에 각기 공증을 작성했으며, 1400만 원의 돈을 빌린 대부업체의 경우 김 씨가 갚아야 할 금액은 이자를 포함한 금액(연 34.9%)인 1888만 8600원에 달했다.
당초 김 씨에게 텐프로를 소개해주겠다던 A 씨는 수술이 끝난 뒤 직접 텐프로를 소개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김 씨는 이자를 갚아야 할 날이 다가오자 스스로 성산업에 발을 들이게 됐다. 이후 김 씨는 A 씨와 성형플래너 대표를 의료법 위반으로 고소했으나 브로커와 의사의 연결고리 및 수수료 수령 여부를 입증할 수 없다는 이유로 A 씨는 무혐의, 성형플래너는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위 사례는 한 성매매 여성 피해 지원단체에 접수된 성매매 피해자 사례를 재구성한 것이다. 김 씨의 경우처럼 이른바 성형대출은 여성들이 성산업으로 진입하는 관문이 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브로커들은 2000만 원이 넘는 빚을 이자까지 포함해 “몇 달이면 갚을 수 있다”며 여성들을 유혹한다. 브로커와 대부업체의 자신감 뒤에는 성매매 업소가 있다. 성형외과 입장에서도 포화단계에 이른 국내 성형시장 속에서 고객들을 쉽게 유치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실제 일부 성형외과는 대부업자들과 결탁, 고객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이처럼 성형대출은 개인적인 일처럼 보이지만 실은 성산업과 대부업, 성형산업의 긴밀한 공모 속에서 이뤄진다.
실제 유흥업소에 근무할 직원을 구하는 한 인터넷 구인 사이트를 확인해본 결과, ‘성형도 시켜주고 돈도 벌게 해준다’는 식의 광고가 눈길을 끌고 있다. 물론 여기서 말하는 성형 지원은 무료 제공이 아닌 비용을 대출해주겠다는 제안이다. 특히 이들은 “성형수술 할인도 가능하며, 강남 안에 있는 유명 메이저 병원 30군데 가까이 연계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성산업과 성형산업, 대부업의 공모 관계를 드러낸 셈이다. 아울러 이들은 수술 후 생활비와 휴식 등을 위한 기초 자금도 지원해준다고 홍보하고 있다.
유흥업소에 근무할 직원을 구하는 한 인터넷 구인 사이트에 ‘성형도 시켜주고 돈도 벌게 해준다’는 식의 광고가 눈길을 끌고 있다.
한국의 성형산업은 그동안 국제적으로 영향력을 과시해 왔다. 국제미용성형외과협회에 따르면 한국은 인구 1만 명당 시술 건수, 성형외과 전문의 수에서 세계 1위로 나타났다. 현재 국내 성형산업은 연간 5조 원 규모로 세계시장의 4분의 1에 이른다. 특히 서울 강남은 성형의 중심지로, 강남역 인근에서 발생하는 전체 서비스업 매출액 중 성형외과가 38.6%를 차지한다. ‘대한민국은 성형공화국’이란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성매매도 국제적으로 망신살이 뻗치고 있다. 전 세계 불법거래 시장을 전문적으로 분석하는 미국 하복스코프가 지난해 발표한 각국 성매매산업 현황 자료에 따르면, 한국은 국민 1인당 성매매 지출에서 연 240달러(약 27만 원)로 스페인, 스위스에 이어 3위에 올랐다. 스페인과 스위스에서는 성매매가 합법화돼 있는 점을 감안하면 성매매를 금지 국가 중에선 한국이 1위를 기록한 셈이다.
이처럼 국제적으로도 1위의 오명을 쓴 한국의 성형산업과 성산업, 그리고 대부업의 상부상조 속에서 피해는 고스란히 여성들의 몫이다.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 관계자는 “성매매업소와 성형산업, 대부업의 공모는 오래전부터 이어져 왔고 현재도 계속 젊은 여성들을 성산업으로 끌어들이고 있다”며 “이 경우 여성들은 선택권이 없다. 더 큰 문제는 여성들이 스스로 돈을 빌리는 것처럼 하고 개인 선택에 의해 돈을 갚고자 업소에 들어가는 것처럼 보인다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 같은 피해에 대해선 법적 대응도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여성인권단체 측은 “현행 의료법상 환자 유치를 목적으로 특정 병원에 환자를 알선하는 것은 불법이지만 성형외과와 대부업체 사이의 중개 수수료가 현금으로 오가기 때문에 그 관계를 명확히 밝혀내기가 쉽지 않다”며 “대부업체 입장에서도 ‘성매매 하는 줄 모르고 돈만 빌려줬다’고 하면 법적 처벌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김상훈 기자 ksanghoon@ilyo.co.kr
유흥업소에선…“초이스 시스템, 외상 성형 부추겨” 최근 젊은 여성들의 아름다워지고 싶은 욕구를 악용해 수천만 원에 달하는 성형수술 비용을 대출해 준 뒤 유흥업소에서 일을 하며 돈을 갚게 하는 행태가 벌어지고 있어 사회 문제로 제기되고 있다. 일요신문 DB ‘성형대출’로 인한 피해는 이미 유흥업소에 종사하고 있는 여성들에게도 발생한다. 매출을 올려야 하는 업소 운영진들은 끊임없이 여성들의 몸에 대해 품평을 하며 성형을 권하기 때문이다. 한국여성인권진흥원이 지난해 발간한 국내외 성매매 동향을 다루는 보고서 <여성과 인권>에 따르면, 업소 영업진들은 일하는 여성들에 대해 외모를 평가하고, 어떤 업소에 어울리는 외모인지 알려주며, 더 ‘급’이 높은 업소에 가기 위해서는 어느 부위를 성형해야 할지 구체적으로 조언한다고 밝혔다. 업소 여성들은 대부분 업소 측의 강권에 의해 성형수술을 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그 과정에서 업소 측은 중개 수수료를 챙기기도 한다. 과거 유흥업소에 종사한 경험이 있는 이 아무개 씨는 “영업진의 소개로 ‘성형대출’을 받게 됐다”며 “수술 이후엔 늘어난 빚을 갚기 위해 2차를 더 강요당했고, 돈을 갚겠다는 생각으로 무리하다 몸이 상해 며칠 쉬면 이자는 눈덩이처럼 늘어나 있더라”고 말했다. 유흥업소 여성들이 업소 측의 강권에 의해서만 성형을 선택하는 것은 아니다. 여러 명의 여성을 두고 ‘선택’ 받도록 하는 업소 시스템은 성형수술로 외모의 격을 올리라고 강요한다. 그래야만 더 많이 선택받고, 돈을 많이 벌 수 있다고 성형 욕망을 부추긴다.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 관계자는 “미모가 돼야 손님을 받고 손님을 많이 받아야 돈을 벌 수 있는 구조기 때문에 일을 하면서도 성형을 하게 되는 것”이라며 “이 사람들은 자신들의 외모가 상품이기 때문에 ‘이 돈으로 성형을 하면 손님 많아져서 돈을 더 벌어 빚을 갚을 수 있을 거야’라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조금 지나고 보면 결국 빚은 빚대로 쌓여가고 나중엔 성형중독에 빠지기도 한다“라며 ”이같은 모든 부분이 상쇄해 경제적 어려움에 빠지면 다시 대부업체를 찾게 되고, 돈을 돌려막기 하는 식으로 빠져나올 수 없는 굴레”라고 설명했다. [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