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체 측 “부당 단가 적용 등으로 17곳 중 4곳 부도”…MCM 측 “적법 절차 밟아 진행했을 뿐”
박근혜 전 대통령과 김성주 성주그룹 회장. 연합뉴스.
김성주 대한적십자사 총재가 대표로 있는 성주그룹의 성주디앤디는 지난 2005년 경영난을 겪고 있던 독일 패션브랜드 MCM을 전격 인수해 글로벌 인기 브랜드로 성장시켰다. 지난 2013년에는 아시아 및 유럽 지역 유력 쇼핑몰 및 백화점에 다수 매장을 개설했으며, 목표 대비 두 배가량의 매출을 올리기도 했다. 그러나 MCM의 세계적 성공 이면에 하도급 영세업체의 희생이 뒤따랐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005년부터 12년간 성주디앤디 측의 하도급 업체로 일해 왔던 SJY KOREA는 지난 2016년 최종 부도 처리됐다. SJY KOREA 김서원 대표는 “MCM이 글로벌 브랜드로 거듭나기까지 궂은일 마다치 않고 오랜 기간 협력해왔으나 성주 측의 불공정행위로 회사 운영에 막대한 어려움을 겪다가 문을 닫게 됐다“라며 ”MCM의 하도급 업체였다는 자부심 하나만으로 정당한 납품의 대가를 제대로 받지 못하면서도 행여 브랜드에 누가 될까 전전긍긍하며 그간 많은 고통을 감수해왔다”고 호소했다.
김 대표는 다른 협력업체들과 함께 지난 2016년 7월부터 성주 측에 미지급된 비용 정산 및 부당한 대금 결정 철회를 요구했으나 성주 측은 문제 해결보다 사건을 무마하는 데에 급급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김 대표 등 하도급 업체 3곳은 3월 11일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장을 접수했다. 김 대표에 따르면 성주디앤디는 최초 하도급 계약을 체결할 당시 마진을 정률제로 했으나, 2005년 10월부터 ‘시범정액제’를 시행할 것을 요구했다. 이후 성주 측은 일방적으로 원가계산서를 통보했으며, 하도급 대금 결정 관련 서면을 교부하지 않았고 을의 서명 또한 받지 않았다. 공급 업체들은 꾸준히 정률제 단가 선정 방식을 요구했으나 애초 3개월만 시범적으로 운영키로 했던 정액제는 이후 12년간 유지됐다.
더불어 성주 측은 공급업체에 지급해야 할 샘플 제작비와 운송비를 지급하지 않았다. 하도급 업체는 연 평균 165개의 샘플을 제작했으나 샘플제작비를 받지 못했고, 성주 측은 법령상 지급해야 하는 샘플비에 대해서만 이를 일부 실무진의 업무 처리 미숙으로 인정하고 공문을 발송했다.
포장비에 대해서도 일방적인 원가 계산으로 감액해 지급했다. 포장비의 경우 타 업체에서는 2000~2500원대로 계산되는 것이 MCM에서는 700원 남짓으로 계산됐다. 12년간 단 한 번의 인상도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 하도급 업체 측의 설명이다.
공급물품의 클레임 처리와 관련해서는 검품 후 공급업체의 귀책사유가 없음에도 소비자 사용 후 백화점 판매 정가의 1.1배로 클레임을 걸었으며, 제품에 대한 회수 및 객관적 근거 자료 없이 일방적으로 반품을 요구했다. 심지어 가방을 사용하던 소비자의 의류 보상까지 백화점가로 공급업체에 배상책임을 전가하기도 했다.
또한 시스템 구축을 이유로 하도급 업체에 비용을 부담시키고 기계 등의 구매를 강제하기도 했으며, 기존 공급 업체에서 생산하던 제품을 성주 자회사에서 샘플링 없이 발주하기도 하는 등 위법 행위를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본사 직원의 업무를 공급업체에 지시하거나 본사가 공급업체의 임가공까지 관리하는 ‘갑질’을 일삼기도 했다는 주장이다.
김 대표는 “기업 경영활동에 막대한 권한을 가진 김성주 회장은 내부 경영에 깊게 관여하지 않는다는 식의 무관심한 태도로 이런 불공정 행위에 대해 방관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대외적으로는 대한적십자사 총재직 겸임을 통해 나눔과 봉사를 통한 사회 공헌 기업가로서의 이미지를 보이고 있어 분통이 터진다”고 말했다.
공정위에 제소된 것과 관련해 MCM 홍보대행사 측은 “팩트에 기반해 공정위에 답변서를 제출했다. 11일 공정위 조사결과가 나와보면 아시겠지만 저희쪽은 팩트가 명확하다. 당당한 입장이다. 제소하신 분들이 입장이 다를 수 있겠지만 모든 입장을 다 들어드리며 일할 수는 없지 않나. 저희는 적법한 절차를 밟아 진행했다. 공정위 결과가 불리하게 나올 것이라 생각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여다정 기자 yrosadj@ilyo.co.kr
MCM 어떤 회사? 김성주 적십자사 총재가 지분 94.8% 보유 MCM 매장. 연합뉴스. MCM은 김성주 회장이 대표로 있는 성주디앤디가 지난 2005년 3월 인수한 독일 명품 브랜드다. MCM은 지난 2012년부터 아시아와 유럽 지역으로 시장을 확장해나가며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중국, 홍콩, 영국, 스위스 등 세계 각지 주요 백화점 및 쇼핑몰에 글로벌 매장을 개점했으며 특히 중국 지역에서 큰 인기를 끌어 ‘유커 구매품목 1순위’로 자리 잡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MCM의 인기가 꺾이며 성주디앤디는 지난 2015년부터 매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성주디앤디의 2015년 연결매출은 5645억 원으로 전년 5899억 원 대비 4.3% 감소했으며, 영업이익 또한 683억 원으로 전년 대비 11.3% 감소했다. 같은 기간 국내 영업부문 매출도 3064억 원으로 전년 대비 5.9% 줄었다. 이에 MCM은 지난 2016년 가방 등 잡화에만 주력하는 데서 탈피해 의류 패션사업 쪽으로 발을 넓혔다. 또한 지난달 27일에는 향수 라인을 발매해 화장품 시장으로의 진출도 시도하고 있다. 한편, 김성주 성주그룹 회장은 성주디앤디의 지분 94.8%를 보유하고 있으며 나머지 5.2%는 송문호 사장이 보유하고 있다. 김 회장은 지난 2012년 박근혜 전 대통령 대선캠프에서 공동 선거대책위원장을 지냈으며, 2014년 대한적십자사 총재로 선출돼 재임 중이다. [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