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창 안에서 피해 여성들 조롱 노래 작사 ‘일말의 반성도 없었다’
영국 방송계의 레전드 엔터테이너로 통했던 롤프 해리스는 약 30~50년 전에 저지른 아동 성범죄가 밝혀지며 철창 안에 갇히는 신세가 됐다.
하지만 지미 새빌의 추악한 과거가 드러나면서 시작된 ‘유트리 작전’은 연쇄작용을 일으켰고, 롤프 해리스는 대어급 피의자였다. 2013년 3월, 경찰 조사 과정에서 그는 모든 것을 부인했다. 그리고 두 달 후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방송에 복귀해 관객들에게 “나를 지지해주어서 고맙다”는 말을 건네기까지 했다. 하지만 이건 대중을 향한 그의 마지막 인사가 되었다.
석 달 후인 2013년 8월, 그는 다시 체포되었다. 경찰은 그가 196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총 9건의 성범죄를 저질렀으며 미성년자를 피사체로 삼은 포르노그래피 사진도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런던경찰서의 담당 경찰 앨리슨 사운더스는 미디어 브리핑에서 이렇게 밝혔다. “전반적인 수사를 마쳤고, 롤프 해리스의 범죄 사실에 대한 확실한 증거들을 수집했다. 수사 과정은 검사와 검찰청의 아동 성범죄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준수했다. 우리 경찰은 롤프 해리스가 유죄라는 매우 현실적인 증거들을 확보한 상태다.”
2013년 9월 23일, 롤프 해리스는 법정에 나타났다. 이 법정에서 기소된 죄목은 9건의 성추행과 4건의 아동 포르노 사진에 대한 것이었다. 그는 무죄를 주장했다. 3개월 후 12월 법정에선 몇 건의 혐의가 추가되었다. 1968년 혹은 1969년에 7~8세 되는 여자 아이에게 부적절한 행동을 했으며, 1975년엔 14세 소녀에게, 그리고 1984년에 18세 여성에게 추행을 가했다는 것이었다.
그는 여전히 무죄를 주장했지만 경찰은 그의 컴퓨터에서 수천 장의 포르노그래피 사진을 발견했으며 그 중 수십 장은 미성년자를 찍은 것이라고 보았다. 다행히 이 부분은 롤프의 변호사에 의해 무혐의로 판정되었지만, 이후로도 롤프는 갈 길이 멀었다.
하지만 증거와 증언은 속속 등장했다. 1986년에 15세의 나이로 영국을 방문했던 호주 여성을 비롯해, 어릴 적 사인을 요구했다가 이상한 터치를 느꼈던 여성도 있었다. 물론 해리스는 “나는 아이들을 부적절하게 만진 적은 절대 없습니다”라고 강변했지만, 결정적인 증거가 나왔다. 1975년에 셀러브리티 파티에 온 14세 소녀의 음부와 엉덩이를 어루만졌다는 주장이 제기되었는데, 해리스는 그 파티에 참석한 적 없다고 잡아뗐지만 한 방송사 자료 화면에 파티를 즐기는 해리스의 모습이 기록돼 있었다. 그러자 해리스는 갑자기 “오래전 일이라 기억나지 않는다”고 한 발 물러섰다. 이후 뉴질랜드, 호주, 말타 등 지구촌 이곳저곳에서 영국으로 제보 메일이 날아들었다.
2014년 7월 4일, 해리스에 대한 12건의 혐의가 인정되었다. “피고인에겐 죄를 뉘우치는 기색이 전혀 없다. 피고인이 쌓아온 명성을 이제 모두 폐허가 될 것이며, 그동안 받았던 훈장이나 작위는 모두 박탈될 것이지만, 피고인이 탓할 사람은 자기 자신 외엔 없을 것이다.” 판사의 판결은 엄중했고, 그는 5년 9개월 형을 선고 받아 철창 안에 갇혀야 했다. 해리스의 나이 84세. 약 30~50년 전에 저지른 죄는 긴 세월이 흘러 마치 부메랑처럼 돌아와 그에게 대가를 치르게 한 것이다.
하지만 그는 반성하지 않았다. 감옥에서 심심풀이로 썼다는 노래 가사가 공개되었는데, 거기엔 자신에 의해 피해를 입은 여성들에 대한 조롱이 담겨 있었다. 어쩌면 그는 자신이 저지른 행동이 죄라는 인식 자체가 없었던 인간이었을지도 모르는 일. 2016년 2월 런던 경찰은 그가 저지른 7건의 범죄 사실을 추가로 밝혀냈고 해리스는 이 건에 대해 다시 재판을 받아야 했다.
김형석 영화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