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클린턴, 힐러리 (왼쪽부터) | ||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의 회고록이 서점가를 강타하면서 승승장구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 이런 부부의 행보에 제동(?)을 거는 책 한 권이 발간되어서 주목을 받고 있다. 크리스토퍼 앤더슨의 <아메리칸 에비타:힐러리 클린턴의 권력을 향한 여정>은 미국 최초의 여성 대통령을 꿈꾸는 힐러리의 야망을 다룬 전기 성격의 책으로 특히 지금껏 알려져 있지 않던 힐러리의 이면을 다루고 있다는 데서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여기에서 힐러리는 남편의 바람기에 대해 결코 관대하지 않으며, 심지어 폭력까지 일삼는 ‘악처’로 묘사되어 있다. 또한 남편과 내연의 관계에 있는 여성들을 사립 탐정을 고용해 협박하는 등 히스테리컬한 여성으로 표현되어 있어 놀라움을 자아내고 있다. 지난해 발간된 힐러리의 자서전 <살아있는 역사>에서 나타난 온화하고 강인한 모습과 비교해볼 때 과연 어디까지가 진실인지 의아하기만 하다.
“힐러리는 권력욕이 많은 여자다. 인생 최대의 목표인 여성 대통령이라는 꿈을 이루기 위해서 남편의 여성 편력쯤은 참고 견뎌내야 할 일부라고 생각해왔다. 그것이 힐러리를 지금까지 버티게 한 힘이다.”
‘성공에 눈이 먼 여자.’ 저자 앤더슨은 책에서 한마디로 이렇게 힐러리를 정의 내렸다. 주지사 부인에서 영부인으로, 그리고 이제는 뉴욕주 상원의원으로서 성공적인 정치 생명을 이어가고 있는 힐러리는 현재 차기 대권주자로까지 거론되면서 막강한 지지를 얻고 있는 상태.
하지만 그도 한 남자의 아내요, 여자인데 하루가 멀다 하고 바람을 피우는 남편을 그냥 눈 감아줄 리는 만무했다. 참다 못한 힐러리가 주먹을 휘둘렀던 적도 여러 번 있었다고 말하는 앤더슨은 “때로는 클린턴의 얼굴에 난 상처 때문에 분장사가 애를 먹었던 적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모니카 르윈스키 스캔들이 터진 후 힐러리와 클린턴은 각각 자신의 회고록에서 “당분간 각방을 썼다”고 털어 놓은 바 있다. 이에 덧붙여 앤더슨은 “각방만 쓴 것이 아니었다. 심지어 구타가 이루어지기도 했다”고 폭로했다. 분을 참지 못한 힐러리가 한밤중에 클린턴이 잠들어 있는 거실로 나가 그가 덮고 있는 담요를 거칠게 들추어낸 후 주먹으로 때리기 시작했다는 것. 이에 놀란 클린턴이 일어나 힐러리를 제지하려 했지만 이미 격앙된 아내를 진정시키기란 쉽지 않았다.
힐러리의 이런 히스테리는 비단 ‘르윈스키 스캔들’로 인한 것만은 아니었다. 힐러리가 백악관을 비운 사이 팝가수 바브라 스트라이샌드가 클린턴을 방문한 날에도 어김 없이 말다툼이 오갔다. 그날 밤 클린턴 부부의 침실에서는 지리한 언쟁이 오갔으며, 곧 이어 책들이 날아다니고 향수병들이 깨지는 소리가 요란하게 들렸다.
그리고 그 다음 날 클린턴의 얼굴과 목에는 지난 밤의 ‘혈투’를 증명이라도 하듯 손톱 자국이 선명하게 드러나 있었으며, 머리에는 거위알만한 혹이 툭 불거져 나와 있었다. 하는 수 없이 분장사의 도움을 입어 흉터를 가릴 수는 있었지만 그후 백악관 보좌관들 사이에서의 수군거림은 끊이지 않았다.
또한 앤더슨은 책에서 이미 아칸소 주지사 시절부터 남편의 외도에 진절머리가 나 있었던 힐러리가 한때 사립 탐정을 고용해 ‘클린턴의 여인’들을 협박하기도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중 미스 아칸소 출신이자 한때 클린턴과 내연의 관계였던 것으로 알려진 샐리 퍼듀는 힐러리의 위협을 피해 아예 이사를 가기도 했다고 털어 놓았다. 어느 날 자신의 자동차 뒷유리가 누군가의 엽총 사격으로 인해 산산조각이 나는 사건이 발생하자 몇날 며칠을 공포에 떨며 지내던 퍼듀는 결국 먼 곳으로 도망치다시피 떠나 버렸고, 그 후 클린턴 부부의 앞에서 영원히 사라졌다.
힐러리가 이처럼 사설 탐정까지 동원했던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제2의 제니퍼 플라워스가 나타나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다”는 것이 앤더슨의 주장. 다시 말해서 그들이 클린턴과의 정사를 언론에 떠벌리는 등 일이 커지기 전에 미리 입막음을 시켜 위험 요소를 사전에 제거해버렸다는 것이다.
실제로 힐러리의 고용인으로 일했다고 주장하는 이반 듀더는 “아칸소 주지사 시절 힐러리의 지시하에 모두 여덟 명의 여인을 손봤다”고 말했으며, 대부분의 경우에는 직접 집으로 찾아가 “섣불리 떠들고 다니지 말라”고 위협적으로 경고하는 것이 전부였다고 덧붙였다. 한편 그 무렵 가장 힐러리의 분노를 샀던 상대는 놀랍게도 함께 ‘로즈 법률 사무소’에 근무하고 있던 힐러리의 직장 동료였다.
하지만 앤더슨은 힐러리의 가장 심각한 고민은 사실 다른 데 있었다고 주장한다. 무엇보다도 힐러리를 가장 불안에 떨게 했던 것은 다름아닌 ‘잠자리 문제’였다는 것. 워낙 문란한 생활을 하는 남편 탓에 자신 역시 덩달아 성병을 비롯한 에이즈 문제까지 걱정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때문에 힐러리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클린턴에게 ‘에이즈 검사’까지 강요했으며, 클린턴은 이런 아내의 성화에 못 이겨 비밀리에 한 차례 검사를 받은 바 있다. 다행히 검사 결과는 ‘음성’이었지만 앤더슨은 “힐러리의 불안은 여전할 것”이라고 추측하고 있다.
이처럼 기존의 힐러리와 클린턴의 회고록을 뒤엎는 내용으로 가득한 이 책은 현재 미 서점가에서 날개 돋친 듯이 팔려 나가고 있는 상태. 하지만 이에 반해 일부에서는 “모두 억측일 뿐이다”고 일축하며 강력히 비난하고 있기도 하다.
[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