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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4일 일본의 오사카에서 19세 소년이 강간 혐의로 체포됐다. 오사카의 사카이 북부 경찰서는 여성이 습격당하는 사건이 계속되자 사카이시 중심가에서 잠복근무를 하던 중 한 소년을 현행범으로 체포한 것이었다.
이 소년을 상습 강간범으로 추정한 경찰은 소년 사건으로서는 이례적으로 3주간에 걸쳐 면밀한 구속수사를 했다. 그 결과 소년은 지난해 6월에 일어난 다른 강간사건의 용의자임이 밝혀졌다. 하지만 경찰을 더욱 놀라게 한 점은 “지난해 6월부터 1백 명 정도의 여자를 덮쳤다”는 소년의 진술. 강간은 그 중 10건 정도고, 성추행이 약 35건, 강도나 날치기도 각각 20건 정도였다.
소년은 처음에는 유흥비 마련을 위해 날치기나 강도짓을 했지만 이후 점점 대담해졌다고 한다. 이 소년이 저지른 범죄에는 일종의 패턴이 있다고 한다. 경찰 관계자는 “소년은 밤 9시쯤 역에서 이어지는 육교로 올라가 오가는 사람들을 보며 범행대상을 물색해서 마음에 드는 여성이 있으면 뒤를 밟아 범행을 저질렀다”고 말하고 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소년이 선택한 범행대상은 한눈에 봐도 ‘비슷한 타입’의 여성들이라는 것. 소년은 자신이 좋아하는 타입의 여성이 지나가면 뒤를 따라가서 충동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이다. 피해자들의 인적사항이나 범행장소 등을 사전에 조사하지는 않았다고 한다. 즉 계획성은 없다는 얘기다.
이러한 점들을 종합해 보면 이 소년의 범죄에서는 흉악함보다 오히려 아무런 죄의식이나 계획성 없이 범죄를 저지른 ‘유아성’이 더욱 두드러진다. 소년을 아는 사람도 “겉보기에는 평범했다. 요즘 애들처럼 머리를 염색하거나 이상한 헤어스타일을 하는 아이는 아니었다. 체격도 보통으로 어디에든 있을 법한 젊은이였다”고 증언하고 있다. 그런 평범함이 1백 건에 가까운 범행을 저지르면서도 주위의 의심을 받지 않은 이유일까.
소년이 처음으로 성범죄를 저지른 것은 고교 시절인 17세 때였다. 그러나 학교에서 특별히 말썽을 일으키거나 문제학생으로 찍히지는 않았다고 한다. 날치기나 강도를 시작하게 된 것도 당시에 사귀던 애인과 놀러 다닐 유흥비 마련을 위한 것이었다는 증언도 있다. 바늘도둑이 소도둑이 된 걸까. 그 ‘평범한 소년’은 몇 년 만에 ‘범죄사에 남을 연속 강간범’으로 전락하고 만 것이다.
일본에서 청소년에 의한 성범죄 사건이 최근 들어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올해 5월 도야마현에서는 17세 여성에게 길을 묻는 척하며 다가간 후 차 안에 억지로 밀어 넣어 폭행을 가한 19세 소년이 체포됐다. 삿포로에서는 14세의 여중생을 자신의 집으로 데려가 야쿠자와 아는 사이라고 협박한 후 강간한 15세와 16세 소년이 검거됐다. 후쿠시마현에서는 20대 여성의 아파트에 택배배달원을 가장하고 들어가 하루 동안 여성을 감금했다가 체포된 15세 소년이 실형을 선고받은 일도 있었다.
위의 사건들을 보면 일본사회에서 성폭행이라는 것이 청소년들에게 있어 점점 ‘익숙한’ 것이 되어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오사카 사건의 현장 근처에 거주하는 한 주민은 “이 근처에서 여성이 강도를 만나거나 비행청소년에게 당했다는 사건은 흔한 일입니다. 1백 명이나 습격했다는 사건은 뉴스에서 처음 봤지만 솔직히 별로 놀라지는 않았습니다”고 이야기했다. 학교나 가정에서 성폭력이 일상적인 화제가 되고, 사회 전체가 그런 문제에 둔감해지면서 청소년들은 더욱 죄의식을 느끼지 않게 되고 있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오사카교육대학 학교위기지원센터의 노사카씨는 “미성년자의 성폭력 문제는 사실 어른들의 문제다. 예를 들어 딸이 전철에서 치한을 만났다고 하면 아버지가 ‘그렇게 짧은 치마를 입으니까 그렇지’라고 말하는 경우가 있다. 혹은 강간을 당했다고 용기를 내어 어머니에게 털어놓아도 ‘어째서 끝까지 저항하지 않은 거냐’라고 하거나 ‘결혼 전에 무슨 망신이냐. 아무한테도 말하지 마라’는 식으로 대응한다”고 지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