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8kg급에서 우승한 다니 료코가 환호하고 있다. 아테네=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 ||
특히 첫날 여자유도 48kg급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다니 료코(28)는 심각한 발목부상을 딛고 일본 여자선수로서는 첫 올림픽 2연패를 달성했다. 일본에서 인기 유도만화 주인공의 이름으로 불릴 정도로 국민적인 스타인 다니 료코는 항상 큰 시합 전에 부상을 당하는 징크스가 있었다. 지난 시드니올림픽 때는 오른손 약지의 인대를 다쳤지만 금메달을 땄고, 3년 전에도 오른쪽 무릎 인대를 다친 채 세계선수권대회 5연패를 달성했다.
하지만 여간해서는 약한 모습을 보이지 않는 그녀가 이번 부상 때는 스스로 “아파서 걸을 수 없으니 의사를 불러달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져 주위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
의사의 진단은 왼쪽 발목의 비골근건 부상. 유도 선수들은 무리한 자세로 버티는 등의 훈련을 하다가 비골근이 지나치게 늘어나 건(腱)이 타격을 입는 경우가 있다고. 일본의 요시무라 감독은 “문제없다. 일주일 정도 쉬면 괜찮아질 것”이라고 했지만 의사는 절대안정을 취할 것을 당부했다.
더구나 왼쪽 발목의 인대도 늘어나 있어 자칫하면 전혀 연습을 하지 못하고 곧바로 올림픽에 출전해야 할 상황이었다. 치료법이라고 해봐야 테이핑으로 환부를 고정하고 얼음찜질을 하는 정도. 일반적으로 완치까지 적어도 한 달은 걸린다고 한다. 실제로 7월 말에도 아직 발목의 부기가 가라앉지 않아 상황은 비관적으로만 보였다.
하지만 다니 료코는 본래 부상에 강한 선수다. 지난 시드니올림픽에서도 손가락 부상이라는 약점을 ‘잡는’ 기술이 아닌 ‘미는’ 기술을 사용함으로써 훌륭하게 극복했다. 이번에도 왼발에 부담이 가지 않는 기술을 중점적으로 연습하여 결승을 제외한 모든 시합을 한판으로 이겼다.
더구나 이번 아테네올림픽은 다니 료코에게 있어 더욱 큰 의미가 있다. 지난해 말에 결혼한 그녀는 ‘다무라’ 대신 ‘다니’라는 새로운 성(姓)으로 출전하여 금메달을 딴 것. 그녀의 남편인 다니 요시토모는 야구 대표선수로 아테네올림픽에 출전중이다. 다니 료코는 “다무라 료코와 다니 료코, 올림픽에 두 이름을 남길 수 있게 되어 기쁘다”고 감격을 토로했다.
다니 료코의 유도복 띠에는 일곱 개의 숫자가 수놓아 있다. 93, 95, 97, 99, 00, 01, 03. 올림픽과 세계선수권 대회를 제패한 해를 나타낸다. 그리고 올해에 04가 더해졌다. 하지만 그녀는 “유도선수뿐 아니라 주부로서도 잘 해내고 싶다. 이번 올림픽이 끝나면 요리를 배우고 싶다”며 평범한 새댁의 일면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