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심 못 잡으면 텃밭이 ‘쑥대밭’
당시 통계자료를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총인구 중 불교인구가 22.8%로 가장 많았고 기독교 18.3%, 가톨릭 10.9% 순으로 나타났다. 이어 유교와 원불교 및 기타 종교가 각각 0.2~0.5%를 차지했다. 그런데 주목되는 부분은 지역별로 이들 3대 종교 분포가 사뭇 다르다는 점이다. 서울 및 수도권과 영·호남 지역만 살펴보면, 서울·경기의 경우 3대 종교의 신도 수는 불교 372만 1000명, 기독교 504만 5000명, 가톨릭 301만 3000명으로 기독교가 강세를 띠고 있다. 반면 대구·부산 및 경상남북도는 불교 461만 3000명, 기독교 127만 7000명, 가톨릭 92만 9000명으로 불교 인구가 훨씬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광주·전남 및 전라남북도의 경우 불교 62만 3000명, 기독교 104만 1000명, 가톨릭 54만 3000명으로 기독교를 믿는 인구가 앞섰다.
흥미로운 점은 한나라당 전통적 지지기반인 영남권에 불교 인구가 기독교 인구보다 두 배 이상 많다는 사실이다. 이 대통령과 여권 핵심부가 전통적 지지층 복원을 바라고 있는 상황임을 감안하면 영남권의 불교 교세는 결코 무시할 수도, 무시해서도 안 되는 수준. 여권 내부에서 ‘자칫 불심잡기에 실패할 경우 보수층 재결집을 위한 최근의 노력들이 허사가 될 수도 있다’고 보는 이유도 여기에 있는 셈이다.
조성아 기자 lilychic@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