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백8년 만에 근대 올림픽의 발상지였던 고향으로 돌아와 성대하게 치루어졌던 아테네 올림픽이 17일 간의 일정을 모두 마치고 지난 29일 막을 내렸다. 하지만 화려한 올림픽 이면에 추악하고 어두운 그늘이 도사리고 있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은 듯하다. 바로 올림픽이 시작되기 직전부터 아테네에서 사라지기 시작한 수많은 떠돌이 개들의 운명이 그러했다. 그렇다면 갑자기 자취를 감춰버린 떠돌이 개들은 어디로 간 것일까.
그리스는 ‘떠돌이 개의 천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시내 곳곳에서 집 없는 개들을 쉽게 볼 수 있다. 그리스 당국에 따르면 현재 추정되고 있는 떠돌이 개의 수는 1만5천 마리 정도. 하지만 2년 전까지만 해도 3만5천 마리를 훌쩍 넘었다는 것이 동물보호가들의 주장이다.
“지금은 그마저도 거의 사라졌다”고 뉴욕의 동물보호운동가인 매리조 앤 질리스는 말한다. 특히 더욱 놀라운 것은 올림픽에 즈음해서 갑자기 모두 사라졌다는 것이다.
하루아침에 깨끗해진 거리를 본 아테네 시민들 역시 자신들의 눈을 믿지 못할 지경이었다. 어딜 가나 지겹도록 발에 치이던 떠돌이 개들이 갑자기 모두 사라져버렸기 때문이다.
어떻게 된 것일까. “모두 집단으로 독살당했다”고 질리스는 주장한다. 올림픽이 시작되기 직전부터 도시의 미관을 고려해서, 그리고 관광객의 안전을 지킨다는 명목 하에 아테네 시당국이 비밀리에 모두 대량 학살해버렸다는 것이다.
방법은 간단했다. 거리가 한산해지는 새벽 3시 무렵 아테네의 청소부들이 독이 든 고기완자를 도로에 뿌리고 다니기 시작하면 굶주림에 지쳐있던 떠돌이 개와 고양이들이 하나 둘 모여들어 게걸스럽게 먹어 해치운다. 그리고 두 시간 후인 동이 틀 무렵 다시 한 바퀴 거리를 돌며 길가에 숨진 채 쓰러져 있는 개와 고양이들을 트럭에 싣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이에 대해 아테네 시당국은 “근거 없는 괴담”이라며 부인하고 있는 상태. “올림픽 기간 중 관광객들의 안전을 고려해서 잠시 수용소에 가두어 놓았을 뿐이다. 경기가 끝나면 다시 거리로 방출할 계획이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질리스는 “그리스 당국이 개들을 풀어주었다는 곳으로 가보았지만 단 한 마리도 볼 수 없었다”면서 모두 거짓말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사정이야 어떻든 이미 지나간 일이 되어 버렸지만 만일 이 모든 것이 사실이라면 ‘인류의 축제’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씁쓸한 일인 것만은 분명한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