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자본이 주도하던 시장, 당국이 규제 나서자 미국 일본 뭉칫돈 몰려들어
비트코인은 가상화폐다. 그렇지만 화폐 이전에 ‘블록체인’이라는 네트워크 기반의 금융 보안 기술이기도 하다. 비트코인은 블록체인이 형성되는 과정에서 파생된 부산물이다. 블록체인은 양자 간 금융거래의 일종의 공증을 은행이 아닌 네트워크에 포함된 수많은 사용자들이 서는 보안 기술이다.
기존의 금융거래는 송금인이 수취인에게 1만 원을 보낸 경우 제3자인 금융기관이 본인이 맞는지와 잔고에 1만 원이 있는지를 확인한다. 이 검증 과정을 거치면 제3자는 수수료를 떼고 수취인에게 돈을 보내준다. 블록체인은 제3자 없이 네트워크상의 모든 사용자가 공개된 장부를 공유하는 식이다. 여러 사람들이 승인을 해줘야 돈을 송금할 수 있다.
누가 얼마나 갖고 있는지 알고 있기에 검증이 되며 신뢰성이 있다. 어떻게 모든 사용자가 같은 장부를 동기화할 것인지, 그리고 이 거래를 어떻게 암호화할 것인가가 블록체인 기술의 핵심이다. 이 네트워크를 통해 거래되는 통화가 바로 비트코인이다.
그렇다면 비트코인은 어떻게 생기는 걸까. 블록체인의 암호화에 사용되는 어려운 수식을 풀어 고유의 코드를 받게 되면 비트코인이 생성된다. 막대한 연산이 필요하기 때문에 처리 용량이 큰 비디오카드 등을 통해 연산을 수행한다. 이렇게 생성된 비트코인을 사람들은 현금을 내고 구입하는 것이며, 비트코인은 정교하게 암호화된 블록체인 기술에서 통용된다.
블록체인 기술·기법 등이 다양해 가상화폐는 700여 종류에 달한다. 난이도 높은 게임을 클리어하면 생성되는 가상화폐도 있다. 가장 많이 통용되는 가상화폐는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이다. 이더리움은 비트코인 블록체인에 ‘스마트 컨트랙트’라는 전자계약 기능을 추가한 가상화폐로 최근 4개월 새 가치가 10배 이상 상승했다.
보통의 화폐는 한 국가의 신용을 근거자산으로 한다. 국가의 경제가 안정적이어야 유통가치가 생긴다. 가상화폐는 온라인 공간에서 거래할 수 있는 통화로 보안 안전성과 거래 편의성이 근거 자산이라고 할 수 있다. 자산의 추적이 어렵다는 점도 장점이다. 화폐는 한때 조개껍데기였던 적도 있고, 쇳조각이었을 때도 있다. 이제 가상공간을 떠도는 ‘코드’가 통화의 역할을 하는 날이 찾아온 것이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비트코인을 바라보는 의구심이 더 앞선다. 눈에 보이지 않는 가상통화를 선뜻 사기에는 겁부터 난다. 비트코인의 가치가 언제 떨어질지 모른다는 점도 불안하다. 그러나 이는 기우일지도 모른다. 비트코인은 2040년까지 2100만 개만 유통된다. 금처럼 통화량에 제한이 있다는 뜻이다. 수량이 한정돼 있기 때문에 가치가 보존된다.
만약 가치가 떨어져 비트코인을 채굴하는 사람이 줄면 채굴량은 늘고, 채굴하는 사람이 다시 늘어나면 채굴량은 준다. 알고리즘의 구조가 그렇다. 이에 일본에서는 비트코인을 공식 통화로 인정하고 물품 결제에 쓸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하고 있다. 비트코인이 최근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고 있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인텔과 마이크로소프트(MS)·JP모건체이스 등 미국의 굵직한 정보기술(IT)·금융회사 30곳은 이미 ‘엔터프라이즈 이더리움 얼라이언스(EEA)’를 구성했다. EEA는 이더리움의 소유권 이전과 계약 표준을 만들기 위해 설립된 단체다. 삼성SDS도 참여했으며 일본 최대 은행인 미쓰비시UFJ파이낸셜그룹과 도요타자동차도 합류하기로 했다. 온라인 결제와 금융환경이 변화를 맞이하고 있는 셈이다.
최근 가상화폐의 국제 시세를 보면 이런 분위기가 감지된다. 최초 중국 자본이 주도하던 가상화폐 시장은 위안화 유출을 우려한 중국 당국이 규제에 나서자 크게 줄었다. 그러자 미국과 일본의 뭉칫돈이 몰려들고 있다.
현재 비트코인을 사들인 통화 비중은 미 달러화가 25%에 달한다. 일본 엔화는 15% 안팎. 미국과 일본의 IT 부호들이 세력을 꾸려 대규모 투자에 나섰다. 폴로닉스 등 미국의 가상화폐 거래소를 살펴보면 이미 ‘달러-가상화폐’ 거래보다 ‘비트코인-이더리움’ 등 가상화폐 거래 비중이 커지고 있다.
가상통화를 채굴하는 업체 관계자는 “하룻밤 사이에 시세가 급변하는 것은 채권이나 주식처럼 뭉텅이로 가상화폐를 사들이는 세력이 있다는 뜻”이라며 “일단 오른 시세가 떨어지지 않는 것은 묻어두고 보자는 심리가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고 설명했다.
현재 가상화폐 시장에서는 시세선을 따라 투자하는 투자자들이 많다. 시세선의 움직임을 예측해 오를 때 사서 떨어지기 직전 파는 식이다. 주식의 기술적 투자 방식이다. 그러나 가상화폐는 엄연히 통화시장이다. 주식의 투자 패턴이 아닌 외환거래의 투자법을 따라야 한다는 뜻이다. 기술적 투자나 스캘핑(초단기 투자) 등 주식처럼 투자했다가는 손실을 입기 쉽다.
하루 3조 달러 이상 거래되는 외환시장은 사실상 세력이 끼거나 투자자들의 투심에 의해 가격이 결정되지 않는다. 외환이 가진 펀더멘털에 기반해 중장기 투자를 하거나 오르거나 내리기를 예측하는 마진거래 밖에는 승부할 방법이 없다. 어느 투자 시장과 마찬가지로 사전 조사 없이 대박을 기대하고 투자했다가는 쪽박을 차기 십상이다.
김서광 저널리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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