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로 예산과 정책 조정분야 경력에 공약 재원 마련과 업무조정에 방점 찍혀
지난 2014년 7월 국무조정실장 시절 국회 세월호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에 참석한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 사진=비즈한국DB
1957년 충북 음성 출신인 김 후보자는 전쟁 후 먹고 살기 위해 서울로 향한 부모를 따라 상경해 청계천 판자촌에서 생활했다. 1968년 아버지가 돌아가시며 11세에 졸지에 가장이 된 김 후보자는 신문팔이와 구두닦이 등을 하며 가족 생계를 도왔다. 그는 어머니와 동생들 생계를 위해 당시 공부를 잘하지만 생활이 어려운 학생들이 가던 덕수상고에 진학했다.
김 후보자는 덕수상고 3학년 재학 중에 한국신탁은행(현 하나은행)에 입사했다. 그는 은행에 다니면서도 국제대(현 서경대) 야간대학에서 공부를 이어가다가 은행 기숙사 옆방에 서울대 법대를 나온 선배가 쓰레기통에 버린 고시책을 발견하고, 고시를 보면 이 어려운 생활을 끝낼 수 있겠다는 생각에 고시 공부에 몰두했다.
1982년 입법고시와 행정고시에 동시에 합격한 그는 경제기획원(현 기재부)에서 공직생활을 시작했다. 그는 이후에도 공부에 손을 놓지 않아 서울대 행정대학원에서 행정학 석사 학위를, 미국 풀브라이트 장학금을 받아 미시간대학으로 유학을 가서 정책학 석·박사학위를 취득했다. 고졸 출신이라는 핸디캡에도 기재부 차관과 국무총리실 국무조정실장(장관)에 올랐고, 퇴임 후에는 아주대 총장으로 재직했다.
아주대 총장으로 근무하면서 어려운 학생들을 배려하자는 뜻을 담은 ‘애프터 유(After You·당신 먼저)’ 프로그램을 만들어 주목을 받았다. 학교가 저소득 학생들에게 해외 연수 기회를 제공하는 것으로 관련 비용은 사회 성공 인사들의 기부금으로 마련됐다.
김 후보자가 이명박, 박근혜 두 보수 정부에서 중용됐던 인사임에도 경제부총리 후보자에 오른 것은 이러한 이력과 활동을 감안한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문재인 정부가 내세운 ‘사람중심 성장경제’에 걸맞은 인물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문 대통령도 김 후보자 지명 사실을 알리면서 “저와 개인적 인연은 없지만, 청계천 판잣집 소년가장에서 출발해 기재부 차관과 국무조정실장까지 역임한 분으로 누구보다 서민의 어려움 공감할 수 있는 분”이라고 밝혔다.
김 후보자가 경제부총리 후보로 지명되면서 향후 기재부는 문재인 정부에서 경제 정책을 주도하기보다 정책 진행을 조율하는 역할을 맡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경제 정책 방향도 이명박, 박근혜 정부 당시 성장률, 대기업 위주 정책에서 일자리와 복지, 중소기업 위주 정책으로 빠르게 전환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에서 경제부총리는 강만수, 박재완, 최경환, 유일호 등 대통령의 측근들이 맡아서 힘을 가지고 성장률 중심의 경제 정책을 밀어붙였다. 반면 김 후보자는 문 대통령이 밝혔듯이 대통령과 연이 옅어서 힘을 받기 어렵다. 김 후보자가 정책 기획보다는 예산과 정책 조정을 주로 맡아왔다는 점도 이러한 해석에 힘을 실어준다.
김 후보자는 경제기획원 예산실 사무관과 기획예산처 재정협력과장, 재정정책기획관, 기재부 예산실장, 2차관(예산담당)을 거쳐 국무조정실장을 거쳤다. 이에 따라 김 후보자는 문 대통령의 일자리와 복지 공약 등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해내고, 부처 간 예산 분배와 정책 조정을 하는데 적합한 인사라는 평가가 나온다.
한 경제연구소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장하성 고려대 교수를 청와대 정책실장으로, 김광두 서강대 교수를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으로 임명했는데 두 사람은 진보와 보수로 성향은 다르지만 모두 부의 편중을 법으로 완화해야 한다는 ‘경제민주화’를 주장해왔다”며 “청와대 정책실과 국민경제자문회의가 중심이 돼서 문 대통령의 ‘사람중심 성장경제’ 공약의 구체적인 플랜을 만들면 기재부는 이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고 서포트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대표적인 흙수저인 김동연 총장을 경제부총리로 지명한 것도 앞으로 경제정책은 성장이 아니라 분배와 기회 균등에 무게가 실릴 것임을 분명히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승현 저널리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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