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떨어지면 들어가봐?
권력의 정점에서 쫓기듯 미국으로 떠난 그이기에 귀국도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최근 그가 자신의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한반도 대운하 건설 필요성을 다시 역설하는 등 현실정치에 개입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친박 진영에서는 ‘계파정치 부활’에 대한 부작용을 우려하며 반대 목소리가 높다. 친박계의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친이 진영에서 ‘이재오가 이렇게 죽어서야 되나’, ‘이재오가 없으니 당도 엉망이고 나라도 엉망 아니냐’, ‘그러니 이재오를 다시 불러오는 문제를 심각하게 논의해 보자’라며 조기 귀국설을 부추기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나서서라도 귀국을 막아야 한다”라며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 전 최고위원의 조기 복귀설은 이명박 대통령의 초반 난조가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면서 설득력을 얻은 바 있다. 특히 올 하반기부터 규제완화, 공기업선진화, 언론정책, 각종 감세정책 등 강력한 국정드라이브를 예고한 이 대통령을 물심양면 뒷받침할 최측근이 필요하다는 인식 속에 그의 ‘정무특보 기용설’도 끊이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이 대통령이 중심을 잡으면서 굳이 친박 세력과 분란을 일으킬 이 전 최고위원이 조기에 귀국할 필요가 있느냐는 내부의 문제제기도 있었다.
이 전 최고위원의 최측근인 진수희 의원은 이에 대해 “(이 전 최고는) 연말까지 계속 미국에서 공부할 것이다. 내년에나 귀국한다. 처음부터 그렇게 할 계획이었다”라며 조기 귀국설을 부인했다. 하지만 한나라당의 한 관계자는 “이 전 최고위원으로선 ‘불감청 고소원’ 아니겠느냐. 본인이야 오죽 오고 싶겠느냐. 미국에 있어도 자신의 정치적 영향력이 줄지 않았다는 점에서 이 상황을 느긋하게 즐길 것이다. 지금으로선 서두를 이유가 없다. 문국현 대표가 ‘날아가 버리면’ 그때 천천히 생각해도 된다. 또한 이 대통령이 이 전 최고위원을 여전히 신뢰하고 있기 때문에 성급하게 이번 상황에 뛰어들 필요가 없다. 여권의 권력 구도상 이 전 최고위원에게는 아직 히든카드 한 장쯤은 있다고 봐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 전 최고위원이 최근 상황에 흥분돼 조기 귀국을 추진하다가는 오히려 역풍을 맞아 정치적 재기도 물 건너가게 될 것이라고 예상하는 사람도 있다. 한나라당의 또 다른 관계자는 “이 전 최고위원은 이상득 의원과 권력 갈등을 빚다가 밀려서 미국행을 택했다. 경위야 어찌되었던 간에 당분간 현실정치에서 손을 떼고 자숙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그래야 국민들도 겸손해진 그의 모습을 인정하고 자연스레 여권 합류를 받아들일 것이다. 그런데 권력에서 멀어져 잊혀질 것이란 조바심에 계속 언론 플레이를 하거나 이름이 오르내리면 ‘은둔 뒤의 컴백’이라는 본래의 목적도 달성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전영선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