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밥 딜런과 지미스 레스토랑(오른쪽). | ||
그러나 밥 딜런이라는 걸출한 팝 스타를 탄생시킨 미국 미네소타주 히빙의 주민들은 그렇지가 않다. 고향 사람들 대다수는 밥 딜런 얘기가 나와도 시큰둥한 반응이다. 그들의 태도는 한 마디로 ‘지가 고향을 싫어하는 데 우리가 왜 걔를…’이다.
한 주민은 “만약 밥 딜런이 마을에 와서 저녁에 공짜로 노래를 한다고 해도 나는 가지 않을 것”이라며 “밥 딜런이 히빙 마을에 대해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는데 왜 우리가 그에게 관심을 보여야 하느냐”고 반문한다.
사실 밥 딜런은 60년대 최고의 스타덤에 올랐을 때 자신의 고향을 무시하는 실수를 저질러 히빙 마을 사람들에게 상처를 줬다. 그는 자신의 고향마을을 히빙이 아니라 그곳에서 더 멀리 떨어진 다른 곳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고향 마을에서 부르던 원래 자기이름 ‘로버트 알렌 짐머맨’을 아예 지워버렸다.
당연히 히빙 마을 사람도 그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밥 딜런이 세계적인 스타가 되면서 많은 관광객들이 히빙 마을을 찾아왔지만 그 어느 곳에도 밥 딜런의 흔적은 찾아볼 수 없었다. 히빙 마을에 밥 딜런의 이름을 딴 박물관은 물론, 거리나 공원조차 없었던 것. 밥 딜런이 졸업했던 히빙고등학교에서조차도 밥 딜런은 유명무실한 선배였다.
그러나 70년대 들어 밥 딜런은 애써 등졌던 고향과의 화해를 시도하고자 했다. 그는 자신의 노래 가사에 히빙 마을을 포함시켜 추억을 노래했다. 그럼에도 고향 사람들의 반응은 떨떠름 그 자체였지만 30여 년이 지난 지금은 조금 다른 태도를 보이고 있다.
히빙 마을의 지역신문 편집장을 하고 있는 한 인사는 “그는 우리를 필요로 하지 않았지만 우리가 그를 필요로 하는 것은 당연하다. 이 지역은 가난한 동네이기 때문에 밥 딜런의 고향이라는 점을 사람들에게 알려 관광지로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라고 배경을 밝혔다.
이 같은 분위기 탓인지 밥 딜런의 이름을 딴 거리가 생기는가 하면, 마을에 있는 ‘지미스’ 레스토랑에는 밥 딜런의 포스터와 사진들로 가득하다. 이 레스토랑의 주인은 도시에서 대학에 다닐 때 그곳에서 밥 딜런을 상품화한 레스토랑을 보고는 그를 상품화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알았다고 한다.
히빙 마을에서 서서히 일고 있는 밥 딜런 되살리기 움직임에 발맞춰 밥 딜런이 스스로 고향 마을에 찾아와 화해를 청하는 공연을 할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
문암 해외정보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