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 넘은 ‘조롱’ 신고 쇄도…“실제 찬양 아닌 단순 풍자에 잣대 들이댈 순 없어”
인터넷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에서 ‘우리 이니’에 맞서 ‘우리 으니’를 유행어로 사용하고 있다.
‘우리 으니’는 문재인 대통령의 애칭인 ‘우리 이니(문재인의 ’인‘을 뜻함)’에서 파생된 유행어로 북한의 김정은 조선노동당 위원장을 가리킨다. 지난 5월 10일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문 대통령 지지자들의 “우리 이니, 하고 싶은 것 다 해”라는 말에 대응하기 위해 반대파에서 만들어낸 것이기도 하다.
이들은 문 대통령이 친북 성향을 띠고 있다고 주장하며 여기에 더 나아가 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을 동일 선상에 놓고 이 같은 조롱 섞인 풍자를 계속하고 있다. 앞선 “우리 이니, 하고 싶은 것 다 해”에 맞서 “우리 으니, 하고 싶은 핵 실험 다 해”로 비꼬는 식이다.
이 같은 ‘우리 으니’가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걷잡을 수 없이 퍼지자, 문 대통령의 지지자들은 이 유행어를 사용하거나 실제 김정은의 사진을 올리며 북한 정권과 현 정권을 동일시하고 찬양하는 게시물을 올린 네티즌들에 대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국정원에 연일 신고를 넣고 있다.
보수 우파 웹툰작가 윤서인이 자신의 SNS에 김정은을 찬양하는 듯한 글을 게시했다가 국정원에 신고를 당했다. 사진출처=윤서인 페이스북
이날 국정원에는 윤서인 외에도 인터넷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의 야구갤러리, 주식갤러리, 극렬 보수 커뮤니티 ‘일간베스트(일베)’ 등에 올라온 김정은 찬양 글 신고도 빗발쳤다. 이 같은 찬양 글은 모두 문 대통령을 조롱하기 위해 고의로 작성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정권에 대한 비판과 풍자가 ‘대통령 모욕죄’의 수준으로 검열됐다면 이번 정권에 대한 것은 이처럼 국가보안법(찬양·고무죄) 위반으로 접근할 가능성이 높다. 이는 대통령 선출 이전부터 문 대통령이 반대파로부터 점잖게는 ‘친북좌파’, 심하게는 ‘빨갱이’라는 꼬리표를 받아 비난의 대상이 돼 왔다는 이유에서 기인한다. 문 대통령을 비판하고 풍자하기 위해 그의 이른바 ’친북 성향‘을 문제삼다 보니 이러한 비판이나 풍자에 반드시 북한이 언급되기 때문이다.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북한 정권 찬양 게시물에 문재인 대통령의 당선을 축하한다는 해시태그가 걸려있다.
다만 당장 이에 대한 연이은 신고에 맞닥뜨린 국정원은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국정원 관계자는 <일요신문>과의 통화를 통해 “접수된 신고에 대해서는 국가보안법 상 찬양·고무죄와 관련해 검토를 하고 있지만 국정원에서 별도로 제재를 가하거나 조치를 취하지는 않고 있다”라며 “단순히 조롱을 위해 북한 정권을 찬양하는 듯한 글을 작성한 것만으로 국보법의 잣대를 들이댈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설명했다.
더욱이 현 정권은 “국가보안법의 찬양·고무 조항은 개정돼야 한다”는 기조이기 때문에 도리어 국보법대로 반대파의 표현의 자유를 압박한다는 것은 모순적이라는 지적도 따른다. 이에 대해 서초동 한 변호사는 “현 정권은 정부에 대한 자유로운 비판을 허용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기 때문에 다소 불쾌하거나 국민정서에 부합하지 않는 풍자 또는 비판 역시도 표현의 자유로 인정할 것으로 본다”라면서도 “다만 풍자를 넘어서 실제로 북한 정권과 현 정부를 동일시하고, 북한 정권을 찬양하는 것이 현 정부를 찬양하는 것과 같다는 식으로 호도하는 글이나 사진 자료를 유포한다면 사회에 충분히 영향력을 미칠 수 있으므로 국보법이나 기타 관련법으로 조사를 받을 여지는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
북한, 올해 들어 18번째 난수방송…“지령용이든 교란용이든 대응책 모색해야” 북한이 지난 5월 26일 평양방송을 통해 남파공작원 지령을 위한 것으로 추정되는 난수(亂數)방송을 송출했다. 숫자나 문자, 또는 단어로 조합된 암호를 특정 상대에게 송신하는 방송인 난수방송은 북한이 남파된 간첩에게 지령을 전달할 때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00년 남북정상회담 개최 이후 중단됐다가 지난해 6월 재개된 이후 올해 들어서만 벌써 18번째 난수방송이 송출됐다. 지난 26일 오전 1시 15분, 평양방송 아나운서는 “지금부터 27호 탐사대원들을 위한 원격교육대학 외국어 복습과제를 알려드리겠다. 문제를 부르겠다”라며 “451페이지 18번, 803페이지 95번, 728페이지 70번” 등 숫자 조합을 두 차례에 걸쳐 읽었다. 이는 지난 5월 12일 방송된 내용과 동일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5월에만 7일, 12일, 21일, 26일 등 4차례에 걸쳐 난수방송을 송출했다. 네 번 모두 다른 내용은 아니고 같은 내용이 두 번씩 송출됐다. 지난 7일과 21일에는 ‘21호 탐사대원을 위한 원격교육대학 금속공학 복습과제’라며 같은 내용이 송출됐고 12일과 26일은 ’27호 탐사대원들을 위한 원격교육대학 외국어 복습과제‘라며 같은 내용이 송출됐다. 기간을 올해 상반기로 넓히면 북한의 난수방송은 한 달에 평균 세 차례, 많게는 다섯 차례가량 송출됐다. 북한은 지난해 말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과정을 심도 있게 보도하거나 이에 대한 강도 높은 비난을 대남 선전에 이용했던 바 있으며, 관영매체를 통해 대선 이후 결과를 보도함으로써 새 정부에 관심을 가지고 있음을 드러냈다. 지난달 10일에는 북한의 대외 선전매체이자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조총련) 기관지인 <조선신보>에 “촛불을 추켜들어 광장에 집결한 시민들이 박근혜의 탄핵, 파면에 이어 이루어낸 또 하나의 승리”라며 보도하기도 했다. 새 정부 출범 이후에도 한·미 연합 군사훈련 중지와 대북강경책 폐기 등을 주장하며, 출범 나흘째에는 중장거리탄도미사일(IRBM)을 시험발사하는 등 도 넘은 도발을 지속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난수방송이 지속 송출되고 있는 것에 불안감을 느끼는 국민들도 적지 않다. 다만 난수방송의 송출 목적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리고 있다. 먼저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은 지난해 3월 이슈브리핑을 통해 “북한이 재개한 난수방송은 이전과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며 여섯 가지 차이점을 들었다. 연구원이 제시한 차이점은 △숫자전문을 내보내는 간격 변경 △난수방송 시작 시간 45분 지연 △방송 시작 전 내보내는 노래 변경 △호출부호 은폐 후 송신 대상을 구체적으로 구분 △숫자전문을 불러주는 방식 변경 △모스부호 발송 중단 등이다. 이런 차이점을 근거로 연구원은 북한이 재개한 난수방송이 “최근에 남파된 공작원 또는 정상적으로 활동하는 고정간첩들에게 지령을 내리기 위한 것으로 보기에는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다”고 설명했다. 통신연락의 기본원칙인 신속성과 정확성을 고려하지 않기 때문이다. 예컨대 이전에는 동일한 전문을 한 번에 2회 반복해 불러주고, 2일 연속으로 방송했으며 그것도 모자라 모스부호로 전문을 또 다시 송출해 신속성과 정확성에 집중했지만 현재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 연구원의 설명이다. 이 때문에 현재 북한의 난수방송은 단지 한국 수사기관을 교란·혼란시키거나 피로감에 빠뜨리기 위한 가짜 방송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아직 안심할 수 없다는 점도 명확히 했다. 연구원 측은 “김정은은 난수방송을 재개한 지난해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도발, 휴전선 지뢰도발을 주도했던 강경파 김영철을 대남공작을 총괄하는 노동당 통일전선부장에 임명했고, 남파공작원 출신으로 공작경험이 풍부한 윤동철을 문화교류국장에 임명했다”라며 “이런 인사조치 이후 난수방송이 재개된 것은 심리전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지령을 받을 공작원이 있다는 측면을 고려해 북한의 대남침투와 공작에 대한 철저한 대응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