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조한 방문 실적, 위탁운용사 부실…‘고삐 풀렸는데 구경만…’
전임 마사회장이 야심차게 건립한 위니월드는 개장 1년도 못가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사진 위니월드 홈페이지 캡처
당초 마사회는 매달 평균 10만 명 이상의 방문객이 위니월드를 찾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실제 방문객은 1만 명에도 미치지 못했다. 마사회에 대한 국정감사를 진행한 김현권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위니월드 개장 이래 하루 평균 방문객은 어린이와 보호자를 포함해 200~300명 수준에 불과했다. 아동 1명과 성인 1명의 입장권 구매가가 5만 1000원인 것을 고려하면 위니월드는 하루 평균 500만 원 남짓 벌어들인 셈이다. 이는 서울 도심 스타벅스 매장 한 곳의 일 매출과 비슷한 수준으로 현재까지 경영 성적만 놓고 보면 마사회의 테마파크 사업은 사실상 실패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경쟁 모델로 평가되는 ‘체험형 테마파크’ 키자니아는 연간 90만~100만 명의 방문객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마사회는 미국 소재 테마파크 업체인 ‘DCT’로부터 테마파크 설립과 관련한 자문을 받고, 이 과정에서 국내 회사인 AWC(어메이징월드앤컴퍼니)로 위니월드의 실질적인 운영권을 위탁했다. AWC는 DCT가 보유한 ‘체험형 테마파크’ 지식재산권에 대해 국내에서 독점 라이선스 사용권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위니월드 건립 과정에서 AWC는 마사회에 테마파크와 관련한 기본 콘셉트, 프로그램 운영 계획, 캐릭터, CI 등을 납품했다. 즉 AWC가 제안한 대로 위니월드가 만들어진 것이다.
2013년 취임 후 위니월드 설립을 주도한 현명관 전 한국마사회장은 사업 초기 300억 원대였던 예산을 수차례 증액해 2배 이상 부풀렸다. 2016년 9월 ‘위니월드 개막식’에 참석해선 “에버랜드보다 더 가고 싶은 말 중심의 테마파크를 만들겠다는 생각이 있었다”며 위니월드의 성공을 자신했다.
2014년 7월 국회에서 열린 농림수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전체회의에 현명관 당시 한국마사회 회장이 업무보고 전 임원들을 소개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그러나 위탁운영을 맡은 AWC는 개장 3개월 만에 극심한 자금난으로 협력업체 용역비는 물론 직원 임금조차 지불하지 못하는 상황에 처했다. AWC가 지난해 6월부터 올해 4월까지 쓴 운영준비금은 48억 원에 달하지만 위니월드에서 올린 매출은 5억 7000만 원에 불과했다. AWC는 위니월드에서 발생한 매출을 귀속받고, 이 가운데 일부 수수료를 마사회에 지급하는 계약을 맺었다. 같은 기간 마사회가 AWC로부터 받은 위탁수수료(공과금 포함)는 1억 1000만 원이다. 현재 추세라면 초기 투자금 회수까지 무려 30~40년이 걸린다. 위니월드 사업 타당성에 지속적인 의문이 제기되는 이유다.
또 AWC의 경영 사정이 악화되면서 AWC로부터 위니월드 내부 스낵바 운영을 위탁받은 사업자의 보증금도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AWC는 핫도그, 소시지 등을 판매하는 일명 ‘F&B 키오스크’ 5개를 위탁하면서 보증금 10억 원을 받았는데 이 돈의 일부가 사라진 것으로 전해진다. AWC 사정에 밝은 한 인사는 “현재 남아 있는 보증금은 1억 원에 불과하다”며 “AWC가 차입한 돈만 50억 원이 넘는다”고 했다.
마사회는 개장 초기부터 위니월드의 저조한 방문 실적과 위탁운용사의 부실을 알고 있었음에도 실효적인 대책을 내놓지 못했다. 테마파크 업계에 따르면 테마파크 사업은 명확한 콘셉트와 고객 친화적인 마케팅, 새로운 즐길거리와 볼거리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한데 ‘후발주자’로서 마사회가 이에 대한 고민이 있었는지도 의문이다. 당장 위니월드보다 훨씬 적은 투자(250억 원)로 더 많은 고객을 유치한 ‘롯데월드 키즈파크’의 사례도 있다. 렛츠런파크에서 만난 마사회 사정에 밝은 한 인사는 “말을 핵심 콘셉트로 삼은 건 수긍할 수 있지만 왜 이 사업을 해야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 있었다”고 했다.
경기 과천 렛츠런파크(옛 서울경마공원) 내 유휴부지에 들어선 위니월드는 다양한 직업과 승마를 체험할 수 있는 10곳의 놀이공간으로 구성됐다. 사진 위니월드 홈페이지.
위니월드의 설계자인 AWC는 마사회 테마파크 프로젝트 입찰 과정에서 DCT와 지식재산권에 대해 실제 계약을 하지 못했음에도 독점 라이선스를 발급받은 것처럼 꾸며 입찰에 참여한 의혹을 받고 있다. 한 마디로 ‘전문성’에 대해 의혹이 제기되는 것이다. 특히 AWC는 마사회 동의 없이 위니월드 로고, 캐릭터 등에 대해 저작권 및 상표권 등록을 했다. 마사회는 AWC와 계약이 해지되면 대부분 캐릭터를 이용할 수 없는 상황이다. 때문에 마사회는 AWC가 위니월드를 정상 운영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법적 분쟁 등을 우려해 계약 관계는 파기하지 않고 있다. 마사회 관계자는 “변호사와 (AWC 건으로) 상의 중이므로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선 밝힐 수 없다”며 “현 사업자(AWC)를 교체하기보다 다른 사업자가 AWC 지분을 인수하는 방안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감사원은 지난해 11월 마사회가 AWC와 커넥션 의혹을 부인하면서 자청한 ‘공익감사청구’를 접수하고, 감사에 돌입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현재 감사는 모두 끝난 상태며, 처리 수위를 놓고 내부 논의가 진행 중이다. 감사원 관계자는 “사안이 중할 경우 고발할 수 있지만 확정된 것은 없다”고 했다. 감사 결과가 발표되면 감사원 권고에 따라 AWC와 계약이 해지될 가능성도 있다. 계약이 설사 해지되지 않더라도 AWC 경영진이 교체되지 않으면 기존 약정에 따라 마사회는 위니월드 운영에 직접 개입할 수 없는 상황이다. 무료티켓 배포를 통한 방문객 유치도 단발성에 그쳤다. 야심차게 건립한 위니월드는 개장 1년도 못 가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강현석 기자 angeli@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