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장전입 거짓해명·증여세 늑장납부 구설…‘자수’가 논란 불씨 될 줄이야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 UN 홈페이지 캡처
5월 21일 문재인 대통령은 “외교부 장관으로 강경화 유엔 사무총장 정책 특보를 지명한다. 강 후보자는 비외무고시 출신에 외교부 첫 여성국장과 한국 여성 중에서 유엔 최고위직에 임명돼서 외교 분야에서 우리나라 최초·최고 여성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닌 외교 전문가다”라고 밝혔다.
강 후보자는 문재인표 파격 인사의 백미로 꼽힌다. 강 후보자는 비외무고시 출신으로 외교부 비주류 인사다. 강 후보자가 청문회를 통과한다면 70년 외교부 역사상 최초의 비주류 여성장관이 탄생하는 셈이다.
그런데 ‘첫’ 단추가 이상했다. 청와대는 강 후보자 장녀의 이중국적과 위장전입을 털어놓았다. 조현옥 청와대 인사수석은 “장녀는 1984년 미국 유학 중 출생한 이중국적자로 2006년 2월 국적법상 한국 국적을 버리고 미국을 국적을 취득했다. 장녀는 최근 다시 한국국적 취득을 약속했다”라며 “장녀는 미국에서 1년간 고등학교를 다니다가 한국 이화여고로 전학했는데 1년간 친척집에 주소지를 뒀다”라고 밝혔다.
장녀가 한국 국적 취득 의사를 밝혔기 때문에 야권에서도 이중국적은 양해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문제는 위장전입이었다. 문 대통령이 후보시절 밝힌 ‘인사 5대 원칙(병역 면탈, 부동산 투기, 세금 탈루, 위장전입, 논문 표절 관련 인사는 공직 배제)’에 따르면 강 후보자는 부적격 인사에 해당된다. 이현재 자유한국당 정책위의장는 “5대 비리 관련자는 고위공직자에서 원천 차단한다는, 민주당이 스스로 만든 원칙조차 지키지 못한 인선”이라고 지적했다.
설상가상으로 강 후보자의 거짓 해명은 위장전입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5월 26일 제출된 인사청문요청안에 따르면 강 후보자 가족은 2000년 여름 중구 정동 18-1 정동아파트 502호에 위장전입을 했다. 청와대는 이곳이 강 후보자 친척집이라고 밝혔지만 이는 사실과 다른 것으로 드러났다.
<중앙일보>에 따르면 강 후보자 가족의 전입신고 당시 전세권자는 이화외고와 이화여고 교장을 겸했던 심 아무개 씨였다. 강 후보자는 “미국 출장 중인 남편이 청와대에 잘못 해명했다. 아는 은사께서 소개해줘서 주소지로 옮기게 됐다. 그 주소지에 누가 살고 소유주가 누구인지 알지 못했다”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청문회에서 치명타로 작용할 수 있는 사안에 대한 해명을 남편에게 맡겼다는 사실을 이해할 수 없다는 비판이 나온다.
또 다른 의혹이 불거졌다. 502호는 1994년부터 심 씨 명의로 전세권이 설정됐고 2008년 이후부터 2010년까지 이화학원이 전세권자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502호가 이화학원이 법인 차원에서 관리한 관사라는 사실이 공개되면서 강 후보자는 곤욕을 겪고 있다. 정치권에선 “강 후보자가 학교 공금으로 빌린 관사에 자녀 교육을 위해 위장전입한 것 아니냐” 지적이 쏟아진다.
증여세 늑장 납부도 문제가 됐다. 강 후보자가 장관으로 지명된 뒤 장·차녀는 2014년 8월 경남 거제시에서 매입한 땅과 건물에 대한 증여세 각각 232만 650원을 납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강 후보자는 2014년 땅을 사고 건물을 지은 뒤 두 딸이 절반씩 지분을 갖게 했다. 강 후보자는 주택 가격을 1억 6000만 원으로 신고했지만 당시 증여세를 내지 않았다. 강 후보자 장·차녀가 3년이 지난 뒤 청문회 직전 뒤늦게 증여세를 납부한 것이다
하지만 외교부는 “증여세 부분은 강 후보자가 청문회에서 소상히 밝힐 것”이라는 입장이다. 한국당 관계자는 “위장전입과 증여세 납부한 것을 보면 좀 괘씸하다. 처음부터 잘못을 시인했으면 상관없는데 친척집이라고 해명을 해놓고 뒤늦게 말을 바꾼 것은 구차한 변명이다. 증여세도 청문회 전까지 내지 않았으니 세금 탈루가 맞다. 강 후보자가 병역비리 빼곤 문 대통령 인사 원칙에 전부 걸린다는 얘기가 돈다. 백번을 양보해도 강 후보자는 안 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자녀와 과거 부하직원과의 동업에 대해서도 뒷말이 나온다. 이태규 국민의당 의원에 따르면 강 후보자 장녀는 지난해 6월 주류 수입업체 ‘포즈 인터내셔널’을 설립했다. 강 후보자가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 인권보호관으로 근무할 당시 직속 부하직원 우 아무개 씨와 지방직 공무원인 그의 형이 설립자본금 8000만 원 중 6000만 원을 부담했다고 한다.
이 의원은 “부하 직원이 자신의 딸과 사업을 하는 것에 대하여 공직자로서 문제의식은 없었는지 모르겠다. 현직 공무원과 유엔 직원이 주류 수입 사업에 관여돼 있는 것이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는가”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 의원은 우 씨의 형제 출자금이 포즈 인터내셔널의 법인 등기 이후에도 장녀 개인 통장에 남아 있다면서 법인자금 유용 의혹도 함께 제기했다.
이에 대해 강 후보자 측은 “회사 창업과 관련해 개입한 바 없다. 큰딸이 제네바에 거주하면서 알게 된 우 씨와 주류 수입 사업을 하려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최근 우 씨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강 후보자와 사전에 협의를 했다”라고 밝혔다. 강 후보자의 해명과 우 씨의 증언이 엇갈리고 있는 셈이다.
‘포즈 인터내셔널’이 사실상 유령회사라는 의혹도 나왔다. 이 의원은 이 회사에 대해 “법인 설립시 자택 주소(연희동)에 2016년 6월 6일 등기한 후 한 달 뒤 7월 7일 논산으로 등기이전을 했다. 주소를 찾아보면 허허벌판에 창고 하나만 있다. 사실상 사업을 영위할 의사가 있었는지 의심스럽다”라고 밝혔다.
외교부는 “장녀와 우모 씨 형제는 각각 2000만 원, 4000만 원, 2000만 원씩 출자해 사업자 등록은 마쳤으나 제반 사항이 여의치 않아 실제 사업이 진행되지는 않았다. 따라서 출자금액 중 사업자등록에 필요한 소정의 경비 등을 제외한 금액은 통장에 그대로 남아있다”라고 해명했다.
민주당 내부 분위기도 심상치 않다. 민주당 관계자는 “강 후보자는 문제가 많은 인물이다. 대통령이 5대 원칙을 말을 안 했으면 모르겠는데 그것 때문에 수세에 몰리고 있다. 일단 청문회까지는 강 후보자로 밀고 가야 한다. 그래도 안 된다면 청와대가 강 후보자를 주저앉히는 방향으로 가닥이 잡힐 것”이라고 밝혔다.
최선재 기자 su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