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영도 못해보고 건설·해체 비용 물어야 할 판…건설업계에서는 원전 해체 사업에 군침
그러나 원전 건설 중단이 불러올 경제적 악영향을 우려하는 분위기가 적지 않다. 한수원에 따르면 4월 말까지 신고리 5·6호기에 집행된 비용은 1조 5000억 원이다. 박맹우 자유한국당 사무총장은 집행된 건설비용 1조 5000억 원, 계약해지에 따른 비용 1조 원 등 매몰비용이 총 2조 5000억 원에 다다를 것이라고 주장한다. 뿐만 아니라 ▲지역 건설경기 악화와 민원발생 비용 2700억 원 ▲법정지원금 중단 1조 원 ▲지방세수 감소 2조 2000억 원, 총 6조 원가량의 직·간접적 피해가 발생할 것이라고 전했다.
박 사무총장은 한수원이 향후 경영에도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박 사무총장은 지난 5월 25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원전공사 중단은 원전이 안전하지 않다는 것을 스스로 자인하는 것으로 대한민국 원전 기술에 대한 대외신인도가 하락한다”며 “원전 사업이나 원전 수출에도 부정적인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한수원 내부에서도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수원의 한 직원은 “최근 원전 추가 건설과 해외 파견을 염두에 두고 많은 인력을 채용했다”며 “하지만 원전 건설이 중단되고 기존 원전마저 폐쇄 예정이라서 명예퇴직을 단행할 것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다”고 전했다. 한수원 관계자는 “아직 신고리 5·6호기 해체가 완전히 결정된 게 아니라서 향후 경영 전망 등을 논하기는 이르다”고 전했다.
신고리 5·6호기 조감도. 사진제공=한국수력원자력
일부에서는 야당 측이 매몰비용을 과다 측정했다고 반박한다. 한수원에 따르면 현재 신고리 5·6호기의 공정률은 27.6% 수준이다. 하지만 이는 설계(79%) 구매(53%) 등을 포함한 수치로 건설부문만 놓고 봤을 때 공정률은 9.45%다. 양이원영 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신고리 5·6호기의 건설 계약금이 1조 1776억 원이고 주기기 계약이 2조 3000억 원 수준으로 건설비용은 아직 많이 발생하지 않았을 것으로 추정된다”며 “이미 주문한 부품은 다른 원전에 사용하거나 수출하는 방법도 생각해 볼 수 있다”고 전했다. 한수원 관계자는 “집행된 건설비용이 1조 5000억 원은 맞지만 나머지 비용에 대해서는 한수원이 공식 발표한 적은 없다”고 밝혔다.
과다 측정 의혹이 나오는 이유 중 하나는 공식적인 조사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에 일부 시민단체에서는 외부 인사가 참여한 공동위원회를 만들어 조사할 것을 촉구한다. 한수원 관계자는 “정부의 공식 지침이 나오면 그 지침에 따라 조사하겠다”고 전했다.
경북 경주에 위치한 한국수력원자력 본사. 사진제공=한국수력원자력
한수원 입장에서는 문 대통령의 탈핵 공약이 실현될 경우 원전 해체 공사에 직접 뛰어들고 싶을 듯하다. 원전 1기를 해체하는 데는 6000억 원의 공사 비용이 들어가는 것으로 전해지는데, 이 돈을 한수원이 부담해야 한다. 고리 1호기는 올해 안에 폐쇄될 예정이며 월성 1호기 폐쇄도 논의되고 있다. 그렇지만 한수원은 발전소 운영회사로 등록돼 직접 해체 공사에 나설 수 없다. 대신 한국전력공사(한전) 계열사인 한국전력기술이나 한전KPS를 해체 공사에 동원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한국전력기술과 한전KPS는 원전 해체 기술 습득에 힘을 쏟고 있다. 지난 5월 19일 한전KPS는 원전 종합서비스센터를 착공하면서 “원자력 특화서비스 및 원전해체사업 등의 신규사업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전력기술은 2015년 11월 두산중공업과 원전 해체 분야 기술 개발, 국내·외 원전 해체 사업 진출 등에서 상호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한편, 문 대통령의 탈핵 정책에 따라 건설업계에서는 원전 해체 산업이 장기적으로 유망 산업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탈핵 열풍이 불고 있어 원전 해체 쪽은 분명히 시장성이 있다”며 “당장 활성화된 사업은 아니라서 시장 동향 파악을 하고 있는데 여건이 되면 적극 뛰어들 수 있다”고 전했다.
국내 사기업 중에서 눈에 띄는 기업은 두산중공업이다. 두산중공업은 이미 2015년 7월 원전 해체 경험을 보유한 독일 에너지기업 E.ON 테크놀로지와 기술전수 계약을 체결하는 등 원전 해체 사업 진출 의지를 보인 바 있다. 현대건설, GS건설 등도 원전해체 시장에 관심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국내에서 원전 해체 경험을 갖고 있는 기업은 없다. 따라서 원전 해체 작업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이는 5년 후까지 원전 해체 기술을 얼마나 습득하는지가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한전 계열사가 기술 습득 경쟁에서 뒤처진다면 해체 비용마저 타 기업에 내줘야 한다.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이 결정되면 한수원은 운영도 못해보고 공사를 맡은 삼성물산 컨소시엄에 비용만 지불해야 한다. 또 고리 1호기 해체가 진행되면 수익원 하나가 줄어드는 동시에 해체를 맡은 업체에 비용도 지불해야 한다. 2020년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는 한수원 입장에서는 대체 수익원이 절실해 보인다. 한수원 관계자는 “한수원은 법적으로 발전 관련 사업 외에 다른 사업을 할 수 없다”며 “최근에는 태양력,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사업에 적극 나서고 있다”고 전했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