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계방향으로) 하버드대 교내잡지 <에이치 밤>의 홈페이지. <럼퍼스>과 <에이치밤> 표지. | ||
미국 최고의 명문이자 지식인들의 집합소인 하버드대학에서 지난해부터 갑자기 ‘섹스 잡지’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학생들 기숙사나 심지어 도서관 책상 위에서조차 누드 사진이 실린 잡지가 버젓이 돌아다니기 시작한 것. 이 잡지의 정체는 다름아닌 <에이치 밤(H bomb)>이라는 이름의 ‘섹스 잡지’로서 지난해 2월 하버드생들에 의해 창간된 ‘교내 잡지’다. 창간부터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이 잡지는 처음의 우려와는 달리 하버드 재학생들 사이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으며, 보수 진영의 학생들까지 흡수할 정도로 탄탄한 기반을 마련해가고 있다.
이 잡지의 발행을 주관하고 있는 3학년 여학생 카타리나 볼데그와 4학년 여학생 카밀라 흐르디는 “이 잡지는 결코 포르노 잡지가 아니다”고 강조한다. 지난해 잡지를 처음 창간할 때에만 해도 “어떻게 감히 하버드 내에서 포르노를 유포하려느냐”는 주위의 비난을 받아야 했지만 지금은 사정이 달라졌다.
정작 뚜껑을 열어보니 포르노와는 다소 거리가 멀었던 것. 오히려 건전한 성문화를 촉구하는 한편 성에 대한 솔직담백한 대화를 통해 재학생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이 잡지는 창간호의 경우 8천 부 모두가 매진되는 등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다.
1년에 2회, 학기가 끝날 때마다 발행되는 5달러(약 5천원) 상당의 이 잡지는 현재 지난 가을학기까지 모두 2회 발행된 상태. 잡지의 구성은 수필, 소설, 시 등 섹스를 문학적인 측면에서 다룬 것에서부터 홀딱 벗은 남녀의 누드 사진까지 다양하다. 가령 보다 질적인 섹스를 위해 좋은 콘돔을 쓸 것을 권장하는 한 학생의 권고문이나 자신의 섹스 생활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털어놓은 솔직하고 흥미로운 이야기 등 대학생이라면 한번쯤 공감을 가질 만한 그야말로 섹스에 대한 ‘일상다반사’로 꾸며져 있다.
또한 누드 사진의 ‘노출’이란 것도 여타의 포르노 잡지와는 사뭇 다르다. 실제로 잡지에 실린 학생들의 누드 사진을 보노라면 천박하기보다는 우아하다는 말이 더 어울리는 듯하다.
물론 잡지를 발행하는 데 있어서 학생들에게 전권이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 학장을 비롯한 위원회들을 통해 발행 전 검열 과정을 거치는 것. 하지만 볼데그는 “검열 역시 그저 형식에 지날 뿐 지금까지 가위질을 당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고 말한다.
“재학생들에게 섹스에 대한 편안하고 공개적인 토론의 장을 마련해 주자는 게 이 잡지의 목적이다”고 말하는 흐르디는 “앞으로 학부모들에게도 학생들의 성의식을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라고 자신하고 있다.
사실 <에이치 밤>과 같은 교내 섹스 잡지는 이미 미국 내 다른 대학에서는 낯선 일이 아니다. 단지 하버드라는 명문대였기에 다소 시끌벅적했던 것이지 몇몇 대학에서는 이와 유사한 섹스 잡지가 오래 전부터 발행되고 있었던 것.
이중 <에이치 밤>의 모델이 되었던 것은 뉴욕주 바서대학에서 발행되고 있는 <몸부림(Squirm)>이라는 이름의 섹스 잡지였다. <에이치 밤> 발행을 허가했던 하버드 위원회가 본보기로 삼고 훑어보기도 했을 만큼 이미 명성(?)이 자자한 이 잡지는 올해로 창간 6년을 맞는 대선배격 섹스 잡지. 성에 대한 학생들의 솔직한 이야기에서부터 수필, 누드 사진 등이 실리고 있으며, 섹스를 주제로 한 학생들간의 공개 토론회를 갖는 등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또한 조금 다르긴 하지만 ‘아이비 리그’ 중 하나인 명문 예일대학에서는 <럼퍼스(Rumpus)>라는 타블로이드 형식의 잡지가 출간되고 있다. ‘가장 오래된 대학 타블로이드’라는 자부심을 갖고 있는 이 잡지는 시중의 타블로이드 잡지를 패러디한 것으로서 교내의 현안이나 이슈를 풍자하거나 은밀한 음담패설을 다루고 있다. 이 잡지는 예일대 재학생들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보았을 정도로 이미 탄탄한 구독자층을 확보하고 있다.
이밖에 펜실베이니아주 스와스모어대학에서도 <속옷(Unmentionables)>이라는 섹스 잡지가 발행되고 있으며, 스미스대학의 여대생들이 운영하는 온라인 포르노 사이트는 특히 남학생들 사이에서 인기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