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땅한 인물 없으면 내가 한번 더…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 취임 한 달이 지난 현재, 금융권에서는 윤종규 회장의 연임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윤 회장은 2002년부터 KB국민은행에서 근무한 내부 출신인 데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도 큰 인연이 없다. 실적 면에서도 돋보인다. 올해 1분기 KB금융은 역대 최고 순이익을 기록해 금융지주사 1위인 신한금융을 바짝 뒤쫓고 있다. 오는 2분기에는 KB금융이 신한금융을 역전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KB금융의 사외이사들도 윤 회장에게 힘을 실어줄 것으로 보인다. 2015년 초 윤 회장은 새로운 이사진을 꾸리면서 사외이사의 임기를 1년으로 정하고 매년 사외이사들을 평가해 점수가 낮은 하위 2명은 연임 대상에서 제외키로 했다. 하지만 2016년 총선 때 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로 출마하면서 사퇴한 최운열 전 사외이사를 제외하면 당시 선임된 사외이사가 모두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들은 모두 윤 회장과 2년 이상 함께하며 손발을 맞춘 사이다. 그러나 KB금융 관계자는 “사외이사들이 윤 회장에게 힘을 실어주겠다는 분위기는 아니다”라며 “찬성할 건 찬성하고 반대할 건 반대하면서 사외이사 본연의 역할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KB금융은 지난 3월 스튜어트 솔로몬 전 메트라이프생명 회장을 신규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정치권의 영향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외국인 사외이사가 김유니스경희 사외이사 1명에서 2명으로 늘어난 것. 금융권 관계자는 “관피아가 논란이 되고 있는 판에 외부에 드러나지 않는 자리라면 모를까 모두 지켜보는 KB금융 회장 자리에 문재인 정부가 영향을 끼치기는 어려워 보인다”며 “윤 회장은 실적도 좋고 논란도 비교적 적은 데다 KB금융 내부에 그를 대체할 만한 회장 후보도 보이지 않는다”고 전했다.
윤종규 KB금융 회장. 사진제공=KB금융
지주회장과 달리 차기 국민은행장은 예측하기 어려운 형국이다. 윤 회장이 겸하고 있는 국민은행장 임기 역시 오는 11월까지다. KB금융 관계자는 “윤 회장이 과거 취임식에서 KB금융의 지배구조가 안정화되면 적절한 시기에 회장과 행장을 분리하겠다고 했다”며 “하지만 회장직 연임과 관련지어 이야기한 건 아니며 그 시기도 언제가 될지 아직은 알 수 없다”고 전했다.
차기 국민은행장 후보로는 이홍 국민은행 부행장, 박지우 KB캐피탈 사장, 윤웅원 국민카드 사장이 거론된다. 윤 회장과 함께 국민은행 사내이사인 이 부행장은 윤 회장의 측근으로 알려졌다. 윤웅원 사장 역시 ‘리틀 윤종규’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로 윤 회장의 최측근으로 통한다. 박 사장은 윤 회장의 측근으로 분류되지는 않지만 국민은행 부행장이던 2014년 9월 이건호 전 국민은행장이 사임하자 직무대행을 맡은 바 있다. 그는 2014년 말 부행장직에서 사퇴했지만 2015년 5월 KB캐피탈 사장으로 복귀했다.
하지만 국민은행 내부에서는 이들 모두 썩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한다. 특히 윤 회장의 측근이 차기 행장으로 선임되면 비판을 받을 공산이 크다. 국민은행의 한 직원은 “윤종규 회장의 최측근인 이 부행장이나 윤 사장이 행장으로 선임되면 사실상 윤 회장의 지시를 받고 움직이는 데 불과할 것”이라며 “국민은행 내부 책임은 행장에게 돌리고 권한만 윤 회장이 챙기는 구조가 될 수 있다”고 전했다. 박지우 사장은 2007년부터 6년 간 서금회(서강대 출신 금융인 모임) 회장직을 맡았을 정도로 박근혜 정부와 가까웠다는 점이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금융권 일부에서는 윤종규 KB금융 회장이 국민은행장까지 연임할 가능성을 제기한다. 최준필 기자 choijp85@ilyo.co.kr
사정이 이렇다 보니 금융권 일부에서는 윤 회장이 아예 행장직까지 연임할 가능성을 제기한다. 금융위원회(금융위)는 올해 초 ‘2017년 대통령 권한대행 업무보고’에서 금융지주사 지배구조법 법안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현행법상 금융지주 임원이 계열사 임원을 겸하려면 금융당국에 사전보고하고 승인을 받아야 하지만 개정안에는 지주사가 겸직 발령을 먼저 내고 금융당국에 사후 보고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업계 의견을 수렴해보니 사전보고하면 내부적으로 인사 절차나 시기가 잘 맞지 않아 번거로운데 사후보고를 하면 아무래도 부담이 덜한 측면이 있다고 했다”며 “현재 의견수렴을 거쳐 법제처 심사를 준비하고 있으며 빠르면 연내 시행이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금융권 다른 관계자는 “금융위의 발표 이후 신한금융 회장이 신한은행장을 겸할 것이라는 이야기도 돌았다”며 “결과적으로 그렇게 되지는 않았지만 과거와 달리 금융당국이 겸직을 허용하는 추세로 가는 분위기인 건 맞는 것 같다”고 전했다.
회장 후보를 추리고 추대하는 KB금융의 확대지배구조위원회는 보통 임기 만료 두 달 전에 열린다. 따라서 이번 확대지배구조위원회는 9월 말~10월 초 열릴 것으로 보인다. KB금융 관계자는 “윤 회장의 연임이나 회장·행장 분리에 대해 논의하기는 아직 이르다”며 “확대지배구조위원회가 시작하는 시점부터 검토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