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교만 2만회 10만 페이지
▲ 명동성당에 마련된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분향소. 임준선 기자 | ||
기존의 엄격하고 딱딱한 분위기의 교황들과는 달리 활발한 순례 여행을 통해 일반인들에게도 친숙한 교황으로 다가왔던 그는 분명 ‘로마 교회의 역사를 새로 쓴 교황’으로 기록될 것이다.
그렇다면 혹시 그가 남긴 유산은 얼마나 될까. 만일 가족이나 친척이 있다면 혹시 얼마만큼의 유산을 물려받게 될까.
불행하게도(?) 요한 바오로 2세의 유산은 ‘없다’는 게 정답이다. 물론 공식적으로는 바티칸 교황청의 소유자이긴 하지만 이는 개인 재산이 될 수 없다. 그가 세상을 떠남과 동시에 교황청은 차기 교황이 자연히 물려받게 되며, 소유주 역시 차기 교황으로 바뀌게 된다.
그가 소유하고 있던 유일한 개인 재산인 붉은색 망토와 흰색 주교관, 그리고 평소 그가 세계 각국을 여행하면서 신고 다니던 신발 등은 그의 고향인 폴란드 바도비체에 위치한 ‘요한 바오로 2세 박물관’에 기증될 예정이다.
그에게는 또한 유가족도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8세 때 어머니가 심근염으로 돌아가신 것을 시작으로 얼마 후 형 에드문트가 성홍열로 죽고 이어 아버지 역시 1937년 심근경색으로 세상을 떠나 60년 가까이 ‘고아’로 지내왔다. 유일한 핏줄로는 현재 프랑스 북부 지방에서 신부로 재직 중인 먼 사촌이 한 명 있다.
주목할 점은 그의 재임 기간. 1978년 요한 바오로 1세의 뒤를 이어 교황의 자리에 오른 후 26년 5개월 17일 동안 가톨릭의 수장 자리를 지켰던 그는 이로써 초대 교황인 사도 베드로와 31년 7개월 22일을 통치했던 교황 비오 9세의 뒤를 역대 교황 중 세 번째로 ‘장기집권’한 교황으로 남게 됐다.
또한 요한 바오로 2세는 모국어인 폴란드어를 비롯해, 영어, 독어, 불어, 이탈리아어, 스페인어, 그리스어, 라틴어 등 8개 국어에 능통해 외교관으로서도 손색이 없을 정도였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추기경들 사이에서는 차기 교황 역시 ‘외국어에 능통해야 한다’는 무언의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는 농담조차 나오고 있는 형편이라고.
그의 ‘여행 일지’ 또한 화려하긴 마찬가지. 역대 교황 중 최다 여행 기록을 세웠던 그가 임기 중에 여행한 거리는 무려 약 1백24만7천6백km. 모두 1백29개국을 방문했으며, 시간으로 따진다면 26년의 재임 기간 중 10분의 1 이상을 해외 순방길에 오르고 있던 셈이다.
또한 총 2만 회 이상의 설교를 했으며, 그가 낭독한 설교문은 약 10만페이지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