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영국의 왕비” 무언의 ‘브로치선언’
▲ 영국의 찰스 왕세자와 오랜 연인 카밀라 파커 볼스가 지난 9일 결혼했다. 붉은 원안이 ‘문제’의 브로치. 로이터/뉴시스 | ||
카밀라는 찰스와의 공식적인 결혼 발표가 있은 후 “결혼 후에도 절대로 ‘왕비’란 칭호를 사용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왕위계승서열 1순위인 찰스 왕세자가 왕위에 오를 경우 그 부인은 자연히 ‘왕비’가 됨에도 불구하고 굳이 ‘프린세스 오브 콘소트’ 즉 ‘왕의 배우자’란 칭호를 고집하겠다는 것.
또한 결혼 후에도 다이애나비가 사용하던 왕세자비의 공식직함인 ‘프린세스 오브 웨일스’를 사양하고 대신 ‘콘월 공작부인’이란 칭호를 사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카밀라가 이와 같은 결심을 한 데에는 자신에 대한 영국인들의 반감을 고려해서 한껏 몸을 낮추겠노라는 저의가 숨어 있었다.
하지만 과연 그런 것일까. 이에 대해 일부에서는 “그저 겉으로 보이기 위한 것일 뿐 사실은 그렇지 않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이들은 카밀라가 결혼식 당일 착용했던 브로치를 거론하고 있다. 이 브로치는 찰스 왕세자가 지난 1999년 처음으로 카밀라와 함께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내면서 선물로 준 것.
문제는 이 브로치 문양이었다. 새의 벼슬 모양을 하고 있는 이 브로치의 모양은 ‘플뢰르 드 리스’, 즉 찰스 왕세자의 공식직함인 ‘프린스 오브 웨일스’의 문양인 것.
▲ 결혼식 당시 웃고 있는 윌리엄(왼쪽)과 장난스런 손짓을 보이는 해리. | ||
한편 이날 사람들의 시선을 붙잡았던 것은 주인공이었던 찰스와 카밀라 외에도 다이애나비의 두 아들인 윌리엄과 해리 왕자의 일거수일투족이었다. 당초 예상과 달리 즐겁고 기쁜 표정으로 결혼식에 참석했던 두 왕자는 결혼식 내내 여유로운 모습을 잃지 않았으며, 심지어 서로 농담도 주고 받는 등 쾌활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특히 해리 왕자의 경우 카밀라에 대해 극도의 반감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던 터라 이런 그의 행동은 더욱 놀라울 따름이었다. 시종일관 웃음을 잃지 않던 해리는 윈저 시청에서 간단한 결혼식을 마치고 리무진에 올라타는 찰스와 카밀라를 향해 익살스런 포즈로 인사를 했는가 하면 찰스를 향해 양 손의 엄지 손가락을 치켜 세우며 ‘파이팅’을 다짐하는 듯한 제스처를 취하기도 했다.
이런 두 왕자와 달리 내내 경직된 표정으로 일관했던 사람도 있었다. 바로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그러했던 것. 어찌된 일인지 내내 무표정한 모습으로 자리를 지켰던 여왕은 카밀라에게 단 한 마디의 말도 건네지 않은 채 급하게 자리를 떠 의아함을 자아냈다. 심지어 그녀가 왕실 가족의 공식 결혼 기념사진도 찍지 않고 남편인 필립공과 함께 부랴부랴 자리를 떠버리자 찰스 왕세자는 아쉬운 듯한 표정을 짓기도 했다.
또한 엘리자베스 여왕의 의상도 도마 위에 올랐다. 결혼식 당일에는 신부를 위해 흰 옷을 입지 않는다는 불문율을 깨고 보란 듯이 흰색 투피스를 입고 나타난 것. 이에 “여왕은 둘의 결혼에 반대하고 있다”며 섣부른 추측을 하고 있는 일부 언론에 대해 영국 왕실은 “결코 그렇지 않다. 여왕은 이 결혼식을 처음부터 지지하고 찬성했으며, 지금도 그렇다”고 해명했다.
어찌 됐든 숱한 루머와 비난을 뒤로 하고 마침내 웨딩마치를 울린 이 둘이 앞으로도 순항을 거듭할지 많은 영국인들이 조심스럽게 지켜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