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박이냐 쪽박이냐…보험 적용 여부 변수
이웅열 코오롱그룹 회장. 연합뉴스.
퇴행성관절염 치료를 목적으로 한 인보사는 연골 등 세포 분화를 촉진시키는 유전자치료제로 알려져 있다. 인보사의 강점은 무릎을 절개하지 않고 관절 마디에 직접 주사를 투여해 관절염을 다스릴 수 있다는 것이 꼽힌다. 지난 5일 하이투자증권은 <컴퍼니 리포트>를 통해 “유전자가 개량된 세포로 퇴행성관절염을 치료하는 세계 최초의 바이오신약”이라고 인보사를 소개했다. 국내 임상실험 결과 인보사를 투여한 환자에게서 염증 및 뼈 부식물 감소, 연골부위 재생 등의 효능이 확인된 것으로 전해진다.
한화투자증권이 지난 5월 2일 발간한 <산업분석>에 따르면 인보사는 지난해 7월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에 의약품 품목 허가를 신청했고, 이르면 이달 내 품목 허가에 대한 심사 결과가 나올 예정이다. 식약처의 승인이 떨어지면 코오롱생명과학은 오는 9월 중 인보사를 정식 출시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올해는 1700명, 내년에는 1만 명 이상의 환자에게 투약하는 것이 목표다. 가격은 도즈(dos, 1회 접종분)당 400만~500만 원선이 될 것으로 알려졌다.
인보사 개발은 이웅열 코오롱그룹 회장의 ‘오랜 꿈’이다. 이 회장 스스로 “내 인생의 3분의 1을 쏟아부었다”고 할 정도로 애착을 갖고 있다. 1998년 ‘인보사 프로젝트’에 착수한 코오롱은 1999년 신약 개발의 전진기지인 미국 티슈진(Tissugene, Inc)을 세웠고, 이듬해 한국 티슈진아시아를 설립했다. 티슈진아시아는 2006년 ㈜코오롱과 코오롱유화의 화학사업부를 넘겨받아 코오롱생명과학으로 재편됐다. 화학사업부가 신약 개발에 필요한 재정 지원을 맡은 셈이다.
지난 1분기 코오롱생명과학은 바이오-신약 사업에서 30억 5800만 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전년 동기에도 20억 원의 영업적자를 나타냈다. 2015년에는 48억 800만 원, 2014년에는 54억 7500만 원의 적자를 냈다. 이 기간 매출은 0원이다. 인보사 개발이 무려 20년 가까이 추진돼온 것을 고려하면 누적 적자 규모는 수백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지난 5월 10일 코오롱생명과학은 ‘인보사 초기 상업화 계획에 따른 연 10만 도즈 신공장 건립 및 설비 건축’ 계획을 발표하면서 “785억 원을 들여 충주 신공장을 짓겠다”고 밝혔다. 인보사 시판 전까지 신약 사업부의 적자 규모는 증가할 수밖에 없다.
다만 최근 신약 개발 이후 최초로 유의미한 매출이 발생한 것은 고무적이다. 코오롱생명과학은 2016년 11월 일본 미츠비시타나베 제약사와 총 5000억 원 규모의 기술수출 계약을 맺었다. 미츠비시타나베는 일본 시장 내 인보사 판매에 대한 독점권을 갖는다. 대신 미츠비시타나베는 전체 판매액의 약 10%를 로열티 등 명목으로 코오롱생명과학에 지급한다. 이 로열티의 2%는 다시 인보사 특허권을 가진 미국 티슈진이 갖는다.
경기 코오롱 본사 건물 전경. 박은숙 기자
비상장사인 티슈진은 이웅열 회장이 지분 27%를 보유하고 있고, ㈜코오롱이 31.5%, 코오롱생명과학이 14.5%의 지분을 갖고 있다. 코오롱은 연내 티슈진을 국내 코스닥 시장에 상장시켜 최대 2000억 원 규모의 자금을 조달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티슈진은 미국 시장 내 인보사 판권을 갖고 있으며, 현지 임상실험(3상)을 추진 중이다. 증권업계는 티슈진의 기업 가치를 무려 2조 원으로 보고 있다. 티슈진이 상장 대박을 치면 그 이득은 고스란히 이웅열 회장에게 돌아간다. 시장 일각에선 인보사 흥행을 발판으로 코오롱이 바이오 중심 회사로 재편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코오롱 관계자는 “너무 이른 얘기”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그러나 인보사가 반드시 성공할 것이라고는 장담하기 힘들다. 의약품 처방 권한은 의사에게 있으며, 국내 의료계가 인보사에 대해 어떤 인식을 갖느냐가 중요하다. 인보사의 국내 마케팅을 맡은 미국계 제약회사 먼디파마는 통증 완화 분야에 탄탄한 네트워크를 구축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기존 퇴행성관절염 치료제 시장이 공고해 추가적인 수요를 확보하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더욱이 관절염치료제 시장 규모는 더 커질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지만 현재로선 4600억 원 수준으로 그다지 크지 않다.
특히 인보사의 건강보험 급여 적용 여부는 판로 확대의 중요한 변수다. 급여 적용 대상에 포함되면 환자는 공급가의 20~30% 가격으로 인보사를 이용할 수 있지만 비급여 항목이 되면 공급가보다 비싼 값에 인보사를 써야 한다. 즉 가성비 문제로 의사와 환자의 외면을 받을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보험 적용이 돼야 가격이 싸져서 처방도 많이 된다”며 “다만 꼭 필요한 약이 아니라면 보험 심사에서 대부분 탈락한다”고 말했다. 의약품에 대한 보험 급여 심사를 맡고 있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관계자는 “심사 과정에서 의약적 타당성, 비용 효과성, 대체 가능성 등을 두루 고려한다”며 “아무리 좋은 약이라도 보험 운용 측면에서 정부가 받게 될 재정 부담이 크면 급여 대상에 포함시킬 수 없다”고 했다.
강현석 기자 angeli@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