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리면 더 하고 싶어 개골 개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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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이즈미 총리. | ||
지난 5월12일 호텔 오쿠라에서 열린 모임에서 고이즈미 총리는 야스쿠니 참배에 대해서 “중국이 야스쿠니에 가지 말라고 하는 것은 내정간섭 이전의 문제다. 조국을 위해서 죽어간 선열들을 위해 감사를 드리고, 다시는 국민들을 전장으로 내몰아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는 것일 뿐 다른 나라에서 이래라 저래라 할 일이 아니다”고 이야기했다고 한다. 또한 “나는 하지말라는 말을 들으면 더 하고 싶어지는 성격이다. 중국도 내가 (야스쿠니를 참배하러) 갈 것을 알고 있을 것”이라고 했다는 것.
이를 뒷받침이라도 하듯 지난 5월16일 국회의 예산위원회에서 고이즈미 총리는 “도조 히데키(태평양 전쟁을 일으킨 A급 전범으로 나중에 교수형을 당함)의 A급 전범 이야기가 가끔 국회에서 논의되는데, 본래 ‘죄는 미워해도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는 중국 공자의 말이 있다. 언제 (야스쿠니에) 갈지는 적절히 판단하겠다”고 대답했다. 중국 부총리의 갑작스러운 회담 취소가 이 발언 때문이라는 것을 짐작하기란 어렵지 않다.
중국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다음과 같이 해석한다.
“고이즈미 총리의 답변에 중국이 절대로 용서할 수 없는 말이 두 가지 있다. 하나는 ‘언제 갈지’라는 표현으로, 이는 올해에도 야스쿠니를 참배하겠다고 확실히 밝힌 거나 다름없다. 다른 하나는 도조 히데키의 이름을 꺼낸 점. A급 전범 중에서도 특히 도조 히데키는 중국에서 절대로 용서할 수 없는 인물인데, 그 이름을 꺼내 중국을 자극했다.”
야당인 민주당 관계자는 현 상황에 대해 “일본은 현재 중국과 처리해야 할 사안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데 총리의 야스쿠니 참배 문제 때문에 꽉 막혀있는 상태다. 총리가 참배를 하고 싶어 한다는 건 알겠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한 나라의 총리가 할 행동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말이 안 통하는 어린 아이 같다”고 푸념을 늘어놨다.
고이즈미 총리는 지난 4월 중일 정상회담에서 후진타오 중국 주석이 역사문제에 대한 반성을 행동에 옮기도록 촉구하자 이에 동의한 바 있다. 그런데 갑자기 야스쿠니 참배를 선언했으니 중국이 화가 난 것도 무리는 아니다. 더구나 ‘죄는 미워해도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는 공자의 말을 인용해서 중국의 분노에 기름을 끼얹은 격이 됐다. 이를 두고 중일관계연구소의 료우 교수는 “이 표현은 가해국인 일본이 사용해서는 안 되는 표현이다. 고이즈미 총리의 얕은 지식 수준을 알 겠다”고 지적했다.
중국측의 갑작스러운 회담 취소에 대해 정작 원인제공을 한 고이즈미 총리는 별로 신경 쓰지 않는 모습이다. 우이 부총리가 회담을 취소한 23일 밤 회식 자리에서 고이즈미 총리는 “중국 부총리를 어떻게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을 받았다. 이에 대해 고이즈미 총리는 “중국 부총리와는 서로 다 이해하고 있다. ‘무슨 말을 하던 모두 받아들이겠다’고 이야기했다. 하지만 그쪽도 ‘국내사정’ 때문에 곤란할 것”이라고 대답했다.
자민당 관계자는 이를 “즉 이번 회담 취소의 원인은 어디까지나 중국정부 내의 주도권싸움이라는 ‘내부사정’에 있는 것으로 고이즈미 총리 자신에게는 책임이 없다”는 것으로 해석했다.
고이즈미 정권 탄생에 중요한 역할을 한 다나카 마키코 전 외무장관은 이번 사태에 대해 “대단히 심각한 상황이지만, 고이즈미 총리는 전혀 신경 쓰지 않을 것이다. 그는 나중 일까지 생각하는 정치가가 아니다. 아마도 야스쿠니 참배를 강행할 것이며, 총리직을 그만두게 되더라고 참배를 한 후 그만둘 사람”이라고 딱 잘라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