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 1년, 의료분쟁조정원 개혁 기억 남아” “반기문 전 총장 출마 때 충청의원 배제론 아쉬웠다”
성일종 의원은 일요신문 인터뷰에서 기억 남는 의정활동으로 의료분쟁조정원을 개혁한 일을 꼽았다.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초선으로서 경험한 국회는 어땠나.
“의원이 있는 자 편에 서면 안 된다는 사실을 절실히 깨달았던 1년이었다. 국회의원이 높은 사람들을 만나서 밥과 술 얻어먹고 골프나 치면서 놀러 다니는 시대는 끝났다. 의원은 법의 사각지대에 있는 사회적 약자들을 위해 살아야 한다. 그런 사람들이 힘들고 어려울 때 힘을 보태고 함께 응원해줄 때 의원이라는 벼슬이 빛난다는 것을 순간순간 체감했다.”
―초선의원으로서 어려웠던 점은.
“인간관계가 어렵더라. 원내대표, 대선후보 선출 등 당내 경선에서 마음이 어려워진 경우가 많았다. 대부분 의원들이 처음에는 후보로 선출한 분들을 향해 ‘알았습니다. 도와드리겠습니다’라고 얘기했지만 결국 자신이 도와준 의원은 한 사람이었다. 저는 그런 것들을 할 수가 없어서 처음부터 도와드릴 수 없다고 선언했다. 후보들의 우열이 명확하게 갈리면 모르겠는데 각 후보가 훌륭한 장점들을 지니고 있었다.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것이 어려웠다.”
―최근 법률소비자연맹이 주관하는 ‘제20대 국회 헌정대상’을 수상했다.
“지난해 국감을 앞두고 준비를 많이 했다. 특히 장애인과 아동 등 사회적 약자가 겪는 문제를 집중적으로 파고들어 정책대안을 냈다. 국감 기간 동안 매일같이 회의를 하면서 피감기관에 대한 질의를 준비했다. 국감장에 들어가기 직전 보좌진이 준비한 질의서를 대충 훑어보는 의원들도 있지만 저는 달랐다. 치열한 회의를 거쳐 질의서를 다듬고 또 다듬었다. 그런 부분들을 높이 산 것 같다.”
―특별히 기억에 남은 의정활동은.
“의료분쟁조정원을 개혁한 일이다. 의료사고 피해자들은 소송을 준비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소송비용조차 없는 분들이 태반이다. 이런 분들이 조정을 해달라고 찾는 곳이 의료분쟁조정원이다. 의료분쟁조정원이 설립된 지 얼마 안 돼서 자리를 제대로 잡지 못했다. 의료분쟁조정원이 좀 더 국민 속으로 들어갈 수 있는 새로운 시스템을 구축하도록 만들었다.”
―의료분쟁조정원 개혁에 관심을 둔 계기는.
“의료분쟁조정원에 관련된 억울한 사연을 들었다. 강남의 한 산부인과에서 아기 엄마가 출산을 위해 새벽 6시에 병원으로 갔다. 오후 2시쯤 양수가 터졌는데도 의사가 나타나지 않았다. 뒤늦게 의사가 나타났고 오후 4시 30분쯤 아이가 나왔는데 의식이 없었다. 결국 대학병원을 전전하다가 아기가 하늘나라로 갔다. 엄마가 의료분쟁조정원을 찾았지만 조정원은 병원 조치에 문제가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 이 문제를 전부 추적하고 조사해봤더니 의료분쟁조정원 차원의 진상 조사에 문제가 있었다.”
성일종 의원은 사드 논란과 관련해 사드 배치는 시대적 흐름이며 배치를 미룰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당시 반 전 총장을 에워싼 세력들에 심각한 문제가 있었다. 이들 중 의원들에게 도와달라고 방에 찾아와서 제대로 얘기한 사람은 없었다. 총장의 전화 한 통뿐이었다. 오히려 반 전 총장과 가까운 외교부 출신 인사들이 ‘충청 의원들이 빠져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대선은 의원 중심으로 치러야 하는 것이 맞다. 선거를 치러본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무대 밖 인사들은 쉽지 않다.”
―충청 의원 배제론을 들었을 당시 심경은.
“반 전 총장이 한국당 초선의원들과 식사를 하기 위해 국회에 왔을 때 제가 공개적으로 얘기했다. ‘총장님, 주변 사람이 문제가 있으니 내치셔야 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랬는데도 소용이 없더라. 반 전 총장이 국회의원 선거를 한 번이라도 치러봤으면 충청권 의원들을 배제하지 않았을 것이다. 워낙 결이 곱고 훌륭한 분이지만 그런 점이 좀 아쉬웠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했다. 문 대통령이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의 추가 배치를 보류했다(최근 성 의원은 동료의원들과 함께 사드배치 촉구 성명서를 발표했다).
“고려시대, 원나라가 중원을 장악하고 징기스칸이 세계를 휩쓸고 있었을 때 고려 조정은 송나라에 의지하고 있었다. 세계적인 흐름을 놓쳤다. 조선시대 명청교체기 때도 임진왜란 당시 우리를 도와준 명에 의지했다. 청나라가 중원을 재패하고 베이징을 점령해서 대청제국이 성립된 이후까지 그랬다. 사드 배치는 시대적인 흐름이다. 문 대통령이 사드 배치를 미룰 이유가 없다.”
―문재인 정부의 국정지지도가 80%에 육박한다. 자유한국당이 인사 문제로 문재인 정부의 발목잡기를 하고 있다라는 비판도 나온다.
“국정 지지도는 조변석개나 다름없다. 국민의 지지와 도덕적 흠결은 별개의 문제다. 본질적인 문제가 국민 지지도를 뛰어넘을 수 없다. 본질적인 부분에서 도덕적 흠결이 있는데도 문 대통령 밀어붙이면 그게 바로 오만이고 독선이다. 이대로 가면 문재인 정권이 실패할 것이다.”
최선재 기자 su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