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 부당 합병 개입’ 문형표·홍완선에 뿔난 소액주주들, 국가 상대 손해 배상 소송 추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구속된 가운데 삼성물산 합병 관련 소액주주들의 집단 소송전이 벌어질 전망이다.
법조계에 따르면, 조만간 삼성물산 주주들이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낼 계획이라고 13일 밝혔다.
일부 삼성물산 주주들을 대리해 소송을 준비 중인 법무법인 한결의 김광중 변호사는 “문형표 당시 복지부 장관이 국가 이익이 아닌 제3의 목적을 위해 국민연금공단에 공권력을 행사했고, 그로 인해 삼성물산 소액주주들이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변호사는 이번 문 전 장관 판결로 소액주주 측이 유리할 것으로 내다봤다.
앞서 지난 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1부(재판장 조의연 부장판사)는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문 전 장관과 홍 전 본부장에게 각각 징역 2년 6월을 선고했다. 법원은 문 전 장관이 복지부 직원들을 통해 전문위원회를 거치지 않고, 내부 투자위원회에서 합병 찬성 의결을 하도록 국민연금에 압력을 가했다고 판단했다.
여기에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12일 문 전 장관과 홍 전 본부장에 대한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특검은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양형부당을 이유로 두 피고인 모두에 대해 항소를 제기했으며, 문 전 장관의 범행은 국민의 노후 자산인 국민연금의 독립성을 훼손하고 최소 1387억 원에 달하는 손해를 입힌 범죄로서, 형법상 직권남용 범죄 중 가벌성이 가장 높은 수준의 중죄인 점을 강조했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문형표 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왼쪽)과 홍완선 전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장(오른쪽)에 대한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홍 전 본부장 역시 당시 국민연금 운용 책임자로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찬성 결정을 유도해 연금에 막대한 손해를 입힌 죄질에 비해 선고형량이 지나치게 가볍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일가에 제공한 이득액이 매우 커 일반 형법의 업무상 배임죄가 아닌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이 적용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번 판결로 진행 중인 삼성물산 합병 관련 민사소송에서도 소액주주들이 유리한 고지를 점하는 등 소송이 확전될 전망이다. 삼성물산 합병 무효소송에 이어 소액주주인 일성신약이 국민연금을 상대로 낸 소송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앞서 공판에서 소액주주 측이 결과를 지켜본 뒤 청구취지를 변경하겠다고 밝힌 만큼, 삼성물산 합병 관련해서도 추가로 손해배상을 요구할 가능성도 있다.
삼성물산의 주식매수가격이 적정한지에 대한 주식매수가격 결정 신청 사건은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앞서 서울고법은 삼성물산이 주주들에게 제시한 주식매수권 청구가격이 지나치게 낮게 책정됐다고 판단했다. 무엇보다 삼성물산 합병을 강하게 반대했던 미국 엘리엇의 반격이 시작될 우려마저 제기되고 있어 삼성물산 소송전은 세간의 주목을 받을 전망이다. 또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연장에도 적지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서동철 기자 ilyo1003@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