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 ‘노출증’ 약이 없다
▲ 일본 ‘몰카’ 성인물의 한 장면. | ||
최근 일본에 ‘성인 사이트 마니아’의 인기를 독차지하는 사이트가 있다. 바로 러브호텔의 한 객실을 손님과의 합의하에 생중계하는 곳. 이 사이트는 실제로 영업중인 러브호텔 주인의 전면적인 협력을 얻어, 러브호텔 내의 객실 두 개를 생중계용으로 사용하고 있다. 이 사이트의 설명에 따르면, 손님들은 이 두 객실이 인터넷으로 생중계된다는 것을 미리 알고 있으며, 그 대신 객실요금을 5백엔(약 5천원)만 받고 있다는 것.
객실 안에는 두 대의 카메라가 각각 다른 각도에서 입실에서 퇴실까지의 모든 과정을 생중계한다. 또한 고성능 마이크를 사용하고 있어 손님들의 대화도 모두 들을 수 있다. 러브호텔의 객실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을 실시간에 보고 들을 수 있는 것.
이 사이트를 즐겨 찾는다는 한 마니아는 “그 사이트에는 생중계의 무대가 된 러브호텔의 사진과 함께, 안으로 들어가면 ‘이 객실은 인터넷으로 공개중’이라는 설명이나 ‘얼굴을 가릴 수 있도록 선글라스 대여합니다’와 같이, 손님의 출연을 유도하는 문구를 찍은 사진도 공개하고 있어 정말로 현실감이 느껴진다”고 강조한다.
실제 생중계 장면은 어떨까. 저녁 8시40분 정도에 스무 살 전후로 보이는 한 커플이 들어왔다. 여성은 미니스커트에 분홍색 민소매 차림으로, 선글라스를 쓰고 있기는 하지만 긴 갈색머리의 미인형. 남성은 선탠을 하고 체격이 듬직한 운동선수 타입. 두 사람은 우선 침대에 앉아 편의점에서 사온 샌드위치와 주스 등을 마시며 이야기를 나눈다.
식사가 끝나자 남성이 여성을 안으며 키스를 하기 시작한다. 여성도 쑥스러워하는 기색 없이 키스를 받는다. 두 사람은 그대로 침대에 누워 서로를 애무하기 시작한다. 젊은 혈기 탓일까, 두 사람의 섹스는 남성이 지치는 바람에 15분도 되지 않아 끝난다. 그 후 두 사람은 옷을 벗은 채로 침대 위에서 이야기를 나누며 남은 시간을 보냈다.
이번에는 늦은 시간에 직장인으로 보이는 커플이 들어왔다. 정장을 입은 회사원으로 보이는 남성과, 단정한 베이지색 미니스커트에 흰 블라우스를 입은 여성. 두 사람은 선글라스를 쓰고 있지 않아 얼굴이 그대로 보인다. 침대 위에서 옷을 벗으며 여성이 회사에서 있었던 일을 남성에게 이야기한다. 옷을 벗은 두 사람은 사이좋게 샤워를 하러 들어가고, 잠시 후 수건을 몸에 두른 채 침대로 돌아왔다.
뒤에서 여성을 끌어안은 남성이 “여기 어때?”라며 여성의 옆구리를 간질이자 여성은 몸을 비틀며 빠져나오려고 한다. 그런 여성을 침대 위에 쓰러뜨리고 섹스가 시작됐다.
카메라를 의식한 것인지 남녀는 이불 안으로 들어가 버려 중요한 섹스 장면은 보이지 않고 단지 여성의 신음소리만이 들린다. 하지만 체위를 바꾸면서 이불이 뒤집혀 다시 두 사람이 화면에 나타난다. 이미 자신들의 모습이 생중계되고 있다는 사실을 까맣게 잊은 듯하다. 계속 체위를 바꿔가며 섹스를 마친 커플은 이야기를 좀더 나누다가 퇴실했다.
섹스는 물론이고 커플들의 리얼한 대화에서 두 사람의 사생활도 엿볼 수 있다. 어째서 아무런 저항 없이 불특정다수에게 자신들의 사생활을 내보일 수 있는 것일까.
이에 대해 호세대학 사회학부의 이나마스 교수는 “그것이야말로 IT사회의 특징이다. 인터넷이 보급되면서 개인정보 유출이 문제되고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 자신의 사생활을 공개하고 싶어 하는 사람도 많다. 인터넷에서 자신의 일상을 공개하는 블로그 등이 그 전형이다. 섹스를 포함한 자신의 일상을 사람들에게 보여줌으로써 쾌락을 얻는 것은 인터넷 문화의 산물이라 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인터넷은 이제 시대를 반영하는 거울이 된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