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곤, 비서실장 뇌물수수 처벌 재조명…안경환은 결국 자진사퇴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가 6월 15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교육시설공제회관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고성준 기자
정 아무개 전 비서실장은 경기교육청 관련 업체 2곳에서 수천만 원의 뇌물을 받아 지난 2014년 구속됐다. 정 씨는 재판 과정에서 “김 후보자의 비정상적인 특수활동비 지출로 인해 불가피하게 뇌물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교육감 업무추진비는 월 50만 원가량인데, 김 후보자가 매달 200만 원 이상을 쓰는 바람에 부정한 돈을 받게 됐다는 것이다. 뇌물 중 1300만 원은 김 후보자에게 현금으로 교부됐고 1400만 원은 경조사 화환 비용으로 지출된 것으로 알려졌다.
뇌물로 받은 돈 중 상당액이 김 후보자를 위해 사용된 셈이다. 그러나 김 후보자는 뇌물을 받는 데 직접 관여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처벌받지 않았다. 김 후보자는 논문 표절 의혹도 받고 있다. 교육부 장관 후보자가 논문 표절 의혹에 휘말린 것은 치명적인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조대엽 고용노동부장관 후보자는 이미 음주운전 전력이 있음을 청와대가 스스로 밝힌 바 있다. 조 후보자는 지난 2007년 고려대 교수로 재직하면서 음주운전을 하다 경찰에 적발됐다. 당시 혈중 알코올 농도는 면허 취소 기준인 0.1%를 넘었다. 조 후보자는 “일부 학생이 ‘교수 감금’ 사건으로 출교를 당했는데, 이후 학생들을 복권해주겠다는 약속을 받아 달래주는 과정에서 술을 마셨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고려대 총학생회는 6월 13일 ‘조대엽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에게 사과를 요구합니다’라는 성명을 발표하며 반발했다. 총학생회는 “조 후보자는 음주운전을 해명하며 학교와 마찰을 빚은 학생들을 달래기 위함이었다고 했다”며 “그러나 그는 작년 12월 교무위원회에선 학생들에게 호통치며 비아냥으로 일관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조 후보자가 지난해 말 학생들에게 고성을 지르고 반말을 한 영상이 공개되기도 됐다.
가장 문제가 되고 있는 인사는 안경환 법무부 장관 후보자다. 안 후보자는 지난 1975년 교제하던 여성의 도장을 위조해 몰래 혼인신고를 했던 사실이 밝혀졌다. 당시 혼인무효소송 재판에서 안 후보자는 “혼인신고를 하면 자신을 어쩔 수 없이 사랑하게 되어 혼인을 하리라 막연히 생각했다”고 진술했다. 위조 혼인신고는 사문서위조죄에 해당될 뿐만 아니라 상대 여성에게 심각한 피해를 입힐 수 있는 행위라는 지적이다.
또 안 후보자는 교칙을 위반한 아들이 퇴학당할 처지에 놓이자 학교장에게 편지를 보내 선처를 요청했고, 이후 징계 수위가 낮아졌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중앙일보> 보도에 따르면 안 후보자 아들은 2014년 이 학교 2학년 재학 당시 같은 학년 여학생을 자신의 기숙사 방으로 불러들였고, 이 사실을 친구들에게 알린 사실이 적발돼 선도위원회 회의에서 만장일치로 퇴학 처분을 받았다.
하지만 당시 교장이었던 이 아무개 씨가 재심을 요청해 선도위가 재소집됐고, 재심 후 징계는 퇴학에서 ‘개학 후 2주 특별교육 이수(추가로 1주 자숙기간 권고)’로 바뀌었다. 이는 올해 남자화장실에 휴지가 없어 여자화장실에 들어갔다가 여학생들에게 들켜 퇴학 처분을 받은 3학년 남학생 사례와 대비된다.
안 후보자가 과거 신문에 기고한 칼럼과 저서에 쓴 글 등도 논란이 됐다. 안 후보자는 지난 2014년 7월 25일자 <광주일보>에 기고한 ‘인사청문회의 허와 실’이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만일 자신이 인사청문회를 거쳐야 했다면 통과를 자신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썼다. 안 후보자는 운 좋게 적발되지는 않았지만 음주운전이 여러 차례 있었다고 고백했고 부동산 다운계약서 작성이나 논문 자기 표절, 중복게재 문제와 관련해서도 자유롭지 않을 것이라고 털어놨다.
안 후보자는 자신의 저서 <남자란 무엇인가>에서는 성매매를 하다가 적발된 판사를 두둔하는 듯한 언급을 했다. 안 후보자는 “문제 된 법관의 연령이라면 대개 결혼한 지 15년 내지 20년”이라며 “아내는 한국의 어머니가 대부분 그러하듯 자녀교육에 몰입한 나머지 남편의 잠자리 보살핌에는 관심이 없다”고 썼다. 외도의 원인을 아내에게 돌린 것이다. 같은 책에서 안 후보자는 “여성은 술의 필수적 동반자”라며 “정 여자가 없으면 장모라도 곁에 있어야 한다”고 적었다.
비난이 거세지자 안 후보자는 6월 16일 기자회견을 자청해 의혹들을 해명했다. 위조 혼인신고 건에 대해서는 “이기심에 눈이 멀어 당시 사랑했던 사람과 그 가족에게 실로 어처구니없는 잘못을 저질렀다”며 “입에 담기조차 부끄러운 그 일은 전적인 저의 잘못으로 변명의 여지가 없는 행위였다”고 사과했다.
아들 징계 완화 의혹에 대해서는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한 적이 없다”면서 “부모로서 청원서를 보낸 것뿐”이라고 말했다. 자신의 쓴 글들에 대해서는 “책과 글의 전체 맥락을 유념하여 읽어 주실 것을 간곡히 당부 드린다”면서 “다만 어떤 글에서도 여성을 비하할 의도는 추호도 없었으며 저 역시 한 사람의 남성으로서 남성의 본질과 욕망을 드러냄으로써 같은 남성들에게 성찰과 반성의 계기를 제공하고자 했다”고 해명했다.
해명을 통해 인사청문회 정면 돌파를 선언했던 안 후보자는 같은 날 저녁 후보직 사퇴를 전격 발표했다. 안 후보자는 발표문에서 “문재인 정부 개혁추진에 걸림돌이 될 수 없어 직을 내려놓겠다”라고 했다. 해명에도 불구하고 여론이 급속도로 악화될 조짐을 보이자 결국 자진사퇴를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인사를 둘러싸고 잡음이 계속되자 청와대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문 대통령이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 임명을 강행하려는 상황에서 예상치 못한 문제가 불거져 여론이 급속도로 악화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후보자들 흠결이 연이어 발견되면서 청와대 인사검증 시스템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비판도 뒤를 따른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