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계 연예인 나 말고도 많다”
처음으로 자기가 한국계라는 사실을 알게 된 후쿠코는 엄청난 충격을 받았고, 더구나 그 후로 학교에 가면 상상도 못할 정도의 이지메(집단 괴롭힘)를 당하게 된다. 아버지는 당시 유도도장을 경영하고 있었는데, 와다의 표현에 의하면 “김정일 같은 독재자, 폭군”이었다. 이런 아버지와의 갈등과 학교에서 받는 이지메 등이 원인이 되어 사춘기의 후쿠코는 방황과 가출을 거듭, 한때는 동네에서도 알아주는 불량소녀로 발전한다.
그러면서도 후쿠코는 가수가 되고 싶다는 열망을 품고 있었다. 그 꿈 하나로 중학교도 마치지 않고 도쿄로 올라와 커피숍에서 노래를 부르는 아르바이트를 하게 되는데 발군의 가창력이 ‘호리프로덕션’ 관계자들에게 알려져 드디어 가수로 스카우트된다.
후쿠코의 가수 데뷔가 정해졌을 때, 김기숙씨가 찾아간 사람은 일본에 귀화하여 ‘와다’라는 성을 가지고 일본인으로 행세하며 금융업을 하고 있던 자신의 동생, 즉 후쿠코의 작은아버지였다. 차별이 심한 일본 사회에서 가수를 하려면 어차피 일본인으로 살아야 할 것이니 후쿠코를 양딸로 삼아 달라고, 아버지는 난생 처음으로 동생에게 머리를 숙이고 부탁을 했다. 이렇게 해서 가네우미 후쿠코는 와다 아키코라는 일본인이 되어 데뷔, 이후로는 탄탄대로를 걸으면서 대성공을 거두게 된다.
“김치라든가, 나물, 아이고, 안녕하세요 등 내가 할 줄 아는 한국말은 그야말로 불고기집에서 주문하는 수준이에요. 그러나 여태까지 재일한국인 출신이라는 사실을 일부러 숨겨온 건 아니에요. 누군가 물었다면 솔직히 대답했을 거에요. 그런데도 대놓고 묻는 사람도 없었어요. 나와 같은 경우에 처해 있는 연예인은 나 말고도 많이 있습니다.”
송미혜 일요신문재팬 기자 ilyo-japan@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