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홍준표가 독주할지 관심…바른정당, 김무성·유승민 누가 실세인지 판가름
정우택 자유한국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왼쪽부터), 홍준표 전 경남도지사가 6월 15일 오후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원외당협위원장협의회 전체회의에서 묵념을 하고 있다. 박은숙 기자
7월 3일 전당대회를 치르는 자유한국당, 6월 26일 당원대표자회의를 하는 바른정당은 새 지도부 선출을 통해 당 쇄신에 박차를 가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전당대회 이후 새 지도부가 짊어질 짐은 한없이 무거워 보인다. 보수정당 당권 경쟁이 예전과 달리 인물난 속에서 진행됐으며 결국 흥행 부진에 빠져 국민적 관심사로 올라서지 못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강하게 나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일자리 등 민생을 집요하고도 교묘하게 파고드는 문재인 정부의 지지율은 고공행진 중이다. 최대 잔치인 전당대회를 통한 보수정당의 변신 시도가 좀처럼 주목을 끌지 못하는 이유다.
# 3파전 속 홍준표 독주?
자유한국당은 지난 19대 대통령선거에 대선후보로 나섰던 홍준표 전 경상남도지사와 19대 국회 때 원내대표를 지낸 원유철 의원,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인 신상진 의원 등 3명이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당 대표와 별도로 선출될 최고위원은 초·재선 의원 위주로 출사표를 던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새로운 얼굴이 많이 나올 전망이다.
원 의원은 15일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당 대표 후보로서는 처음으로 출마 기자회견을 가졌다. 신 의원은 16일 오전 국회의원회관에서 당 대표 공식 출마에 앞서 기자간담회를 열었고, 홍 전 지사는 후보자 등록일 다음 날인 18일 출마선언을 한다. 4선의 유기준·홍문종 의원도 당 대표 출마가 점쳐졌으나 아직 확정적으로 밝히지 않은 채 막판까지 저울질하는 모양새다. 이에 따라 차기 당 대표 선출은 ‘3파전’으로 치러질 공산이 크다.
일단 한국당 안팎에서는 홍준표 전 지사가 가장 유력한 것으로 보고 있다. 대선 후보로서의 지명도가 있는 데다 향후 강한 야당으로서의 위치를 점하기 위해서는 ‘스트롱맨’ 홍 후보 외에는 대안이 없다는 의견이 많은 것이다. 그러나 의외의 선택이 나올 가능성도 현재로서는 배제하기 힘든 상황이다.
새로운 당 대표 어깨에는 무거운 짐이 실린다. 최순실 게이트 이후 한국당이 짊어져야 했던 패배주의와 무기력증 등 이른바 ‘폐족’의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 진보 진영으로 완전히 돌아서버린 젊은 층과 도시지역 유권자들의 마음을 돌리는 것도 숙제다. 제1야당으로서의 위상을 확실히 정립하기 위한 책무가 새 대표에게 주어져있다.
뿐만 아니다. ‘복당파’ 의원들과의 관계 설정, 친박계에 대한 인적 청산론에 대한 해결 방안을 어떻게 제시해야 하는지도 새 대표 출마자는 밝혀야 한다. 이런 복잡한 퍼즐을 잘 풀어갈 ‘유능하고 강한 리더십’ 제시 여부가 한국당 전당대회 레이스의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한국당 전당대회에서는 최고위원 선거에 대한 주목도 역시 뜨겁다. 전대 선출직 최고위원은 모두 4명으로, 이들 중에는 여성 1명이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 청년최고위원 1명은 이들과 별도로 선출된다. 초·재선 의원을 중심으로 최고위원직에 출사표를 던지는 모습도 나타나는 중이다. 재선 이상 중에서는 이철우 김태흠 박맹우 의원 출마 가능성이 크고, 박대출 의원도 출마를 고려하고 있다. 초선 중에서는 주로 장관급 출신인 윤상직 정종섭 추경호 의원 출마 가능성이 자신들의 의지와 상관없이 제기되고 있지만 가능성이 높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원외 중에서는 이성헌 전 의원 출마가 점쳐지고, 이재만 대구 동구을 당협위원장은 이미 공식적으로 최고위원직 도전 의사를 밝힌 상태다. 여성 최고위원 후보자로는 바른정당으로부터 복당한 재선 이은재 의원과 비례대표 초선인 윤종필 의원의 이름이 거론된다. 앞서 김정재·전희경 의원의 이름도 나오지만 불출마에 무게가 실린다.
최고위원회는 당 대표와 원내대표, 정책위의장, 4명의 선출직 최고위원, 당 대표 지명직 최고위원, 청년최고위원 등 모두 9명으로 구성된다. 당 대표와 최고위원은 선거인단의 유효투표 결과 70%와 여론조사 결과 30%를 합산해 선출되는데 한국당은 선거인단 투표에 모바일 사전투표를 도입하기로 했다. 한국당이 전당대회에서 모바일 투표를 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뻔한 대진표, 흥행 빨간 불
소수 정당 바른정당에 대한 걱정은 지난 대선 기간 내내 이어졌다. 당의 존립이 어려울 것이란 예측이 사실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바른정당은 대선을 끝까지 완주하고 현역 의원들의 대규모 탈당 사태도 극복, 일단 교섭단체로서의 위상을 이어오고 있다. 바른정당은 ‘계속 정당’으로서의 운명을 가늠할 또 다른 시험대에 올랐다. 정의롭고 깨끗한 보수라는 이념을 실천해줄 새 대표와 최고위원을 선출할 6·26 당원대표자회의가 코앞에 닥친 것이다.
일단 구도는 5파전으로 짜여졌다. 바른정당이 13일 후보 등록을 마감한 결과 3선의 김영우 이혜훈, 재선의 하태경, 초선의 정운천 지상욱 의원 등 모두 5명이 출사표를 던졌다. 바른정당은 지난 1월 창당대회 때 초대 당 대표로 정병국 의원을 추대했다. 따라서 경선을 통한 지도부 선출은 이번이 처음이라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일단 저조한 경쟁률이 나타났고 당의 새출발을 알리는 흥행에 빨간불이 켜진 상태다.
당원대표자회의에서 최다 득표자가 당 대표에 오르고 나머지 2~4위 후보자가 최고위원직을 차지함을 감안하면 1.25 대 1의 경쟁률에 탈락자는 1명뿐이다. 당초 출마자가 4명에 그칠 것으로 예상됐지만 지상욱 의원이 출마선언을 하면서 일대일을 간신히 넘겼다.
사실 의원 수가 20명에 불과한 바른정당이 당원대표자회의를 개최키로 할 때부터 당 안팎에서는 인물난을 걱정하는 의견이 적잖았다. 의원 20명 중 현재 이미 주요 당직을 맡은 주호영 원내대표 겸 당 대표 권한대행·이종구 정책위의장·김세연 사무총장·정양석 원내수석부대표·황영철 전략홍보본부장·오신환 대변인 등을 제외하면 차기 지도부 후보군 범위는 글자 그대로 ‘뻔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일찌감치 불출마를 선언한 김무성·유승민 의원이나 정병국 의원 등까지 빼면 처음부터 전대 출마 예상 후보군 범위가 지극히 좁았다. 바른정당 지배주주라 할 수 있는 김무성·유승민 의원이 빠진 상황에서 이번 당원대표자회의가 지배주주의 당 장악력을 보여줄 수 있는 지표를 가늠하는 계기도 될 것으로 보인다.
5명의 후보 중 이혜훈 지상욱 의원은 친유승민 성향, 정운천 의원은 친김무성 성향 의원으로 분류된다. 김영우 하태경 의원은 김 의원과 가깝지만 상대적으로 중립 성향 의원으로 불린다. 김무성 유승민 두 의원 모두 중립을 선언하며 특정 후보 지지에 나서지 않겠다고 밝히고 있지만 실제 당권 경쟁 과정에서 보이지 않는 영향력을 발휘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바른정당은 17일 광주를 시작으로 6개 권역별로 정책토론회를 진행한 뒤 당원 70%(책임당원 50%·일반당원 20% 반영), 여론조사 30%를 반영해 26일 지도부를 최종 선출한다.
최경철 매일신문 서울 정경부장 겸 편집위원
보수정당 바람몰이 고전 왜? ‘문풍’에 휘말려 국민 눈 밖으로 정치는 바람이다. 그리고 바람이 일으키는 강력한 세몰이를 통해 유권자들인 국민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하지만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 보수진영은 이러한 바람을 일으키지 못하고 있다. 당의 가장 큰 이벤트인 지도부 선출 행사가 국민적 관심사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는 이유다. 보수정당은 사실 대선 패배의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민생 바람몰이’에 휘말려 보수정당의 목소리가 국민의 귀로 들어가지 않는 상황이다. 문재인 정부는 일자리 등 민생을 전면에 내세우며 국민 속으로 파고드는 중이다. 포퓰리즘이라는 보수정당 등 야권의 강한 비판이 있지만 문재인 정부 인기는 식을 줄 모른다. 사실 역대 정권 모두 정권 출범 초기 내각 인선 과정에서의 청문회 파동으로 상당 부분 지지율을 갉아먹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는 예외인 모습이다. 출범 한 달을 넘기고 ‘청문회 파동’도 겪고 있지만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지지율은 70%대 후반에 이를 정도로 높다. 큰 잔치를 앞둔 보수정당 관계자들은 “잔치를 열어 새로운 얼굴을 뽑아도 근본적인 처방이 없는 이상 전당대회 이후에도 국면 전환이 쉽지 않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특히 자유한국당 경우 대선 참패 이후 새 지도부 구성을 통해 활로를 모색하고 있지만 내부 쇄신동력이 부족해 당분간 고전을 면치 못할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이 우세하다. 당내 쇄신운동을 펴야 한다는 주장하는 한국당의 한 현역 의원은 “당이 이대로 가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는 초선의원들을 모았더니 10명도 안 되더라. 설상가상으로 이 초선의원들도 각자가 나름의 정치적 계산을 하고 있어 응집된 활동을 못하고 있다. 당에 대해 ‘똑바로 하라’고 공개적으로 의견을 표출할 수 있는 의원은 정말 손에 꼽을 정도”라고 한탄했다. 이런 상황에서는 보수정당을 근본적으로 바꿀 만한 ‘바람’이 만들어지지 않는다고 이 의원은 하소연했다. 한편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 내부에서는 전당대회를 통한 국민적 관심 모으기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강한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서는 전당대회 직후 보수진영의 대통합을 전격적으로 결정지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