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바 28일 주총서 최종 확정 무난할 듯
최태원 SK그룹 회장 “도시바 인수는 큰 틀”
일본 언론에 따르면 도시바는 이날 열린 이사회에서 일본 관민펀드인 산업혁신기구(INCJ), 미국 사모펀드인 베인캐피털, 한국 SK하이닉스가 결성한 한·미·일 연합에 메모리 사업부를 매각하는 방안을 보고하고 우선협상대상자로 결정됐다.
인수전에는 SK하이닉스를 비롯해 미국 반도체 기업 웨스턴디지털과 브로드컴, 대만 훙하이정밀공업(폭스콘) 등이 참여해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당초 일본 언론들은 브로드컴과 미국 사모펀드인 실버레이크 컨소시엄을 유력한 후보로 꼽아왔다.
하지만 막판에 미국계 사모펀드인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와 INCJ가 주축이된 미·일 연합에 SK하이닉스와 손잡은 베인캐피탈이 도시바 메모리 사업부문의 지분 51%를 인수하되 나머지 지분은 현재 경영진이나 도시바 본사가 갖는 ‘경영자 매수(MBO)’ 방식을 제안하면서 급반전됐다.
이는 도시바가 필요한 자금을 얻는 동시에 경영권도 유지할 수 있는 것으로 당초 원전 사업으로 인한 손실 해결을 위해 건실한 메모리 사업부를 해외에 넘기는 비난과 우려마저 완충할 수 있게 됐다. 고용 보장과 기술 유출 우려도 여기에 해당된다.
반면, 중국의 훙하이정밀공업은 30조원이라는 막대한 금액을 제안했음에도 기술 유출을 우려해 사실상 좌절됐다. 샤프의 대만 인수 여파도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SK하이닉스가 참여한 한미일 연합 측이 도시바 메모리 사업부 인수에 유력하다.
우선협상대상자인 한·미·일 연합이 최종 도시바 메모리 사업부 인수를 확정할 경우 SK하이닉스는 낸드플래시 분야에서 앞서 있는 도시바와 여러 사업 기회를 모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당장의 사업이익은 도시바의 해외 기술유출 우려로 다국적 연합군 형태인 만큼 미비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현재 한 시장조사업체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전세계 낸드플래시 시장 점유율에서 삼성전자가 36.7%로 1위를, 도시바 17.2%, 웨스턴디지털 15.5%, SK하이닉스 11.4%, 마이크론 11.1%로 차지했다. 도시바의 경영권이 유지되는 만큼 당장의 시장에도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최태원 회장은 지난 4월 SK하이닉스의 도시바 인수와 관련 “단순히 기업을 돈 주고 산다는 개념을 넘어 조금 더 나은 개념에서 예의주시해보겠다”며, “SK하이닉스와 반도체 고객에게 해가 되지 않는 방법 안에서 도시바와 협업할 수 있는 여러 방안을 알아보겠다”고 밝혔다. 이른바 도시바 인수를 ‘큰 틀’차원에서 접근하겠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앞서 일본정부와 도시바 경영진은 SK하이닉스 인수전에 회의적인 메시지를 전달했었다. 자존심이 강한 일본 반도체가 한국과 중국 등 해외기업에게 국부유출 된다는 정서가 팽배했기 때문이다. 최 회장이 꺼낸 R&D협업과 융자카드가 일본정부와 도시바의 SK하이닉스 인수 최종 결정을 이끌어낼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SK하이닉스의 도시바 인수전이 9부 능선을 넘은 지금 최 회장의 ‘큰틀’은 이제 시작인 셈이다.
서동철 기자 ilyo100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