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체력’ 있어야 건강하게 장수
코스피로 이전 상장해 성공적 평가를 받는 기업들도 순탄치만은 않은 과정을 겪어왔다. 장을 마감한 15일 오후 서울 중구 을지로 KEB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한 딜러가 전광판 앞을 지나고 있다. 연합뉴스
한때 코스닥에서 시가총액 10조 원으로 1위였던 NHN은 현재 시총 29조 원(6월 23일 기준)을 넘어섰다. 엔씨소프트 역시 코스닥 상장 시절 6200억 원 규모던 시가총액이 10배 이상 불어나 현재 8조 원을 웃돌며 코스피 시가총액기준 38위(6월 23일 기준)를 차지하고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코스피에 상장되면 회사채 발행이나 유상증자 등으로 유동성을 확보하기가 더 용이하다. 코스피200지수에 편입될 경우 외국인과 기관투자자의 투자 바구니에 담길 가능성도 커진다. 크고작은 말썽이 잦은 코스닥보다 코스피에 있는 것이 기업 이미지를 제고하는 데도 효과적이다. 하지만 모든 경우가 그렇지는 않다. 1999년 이후 코스피로 이전 상장한 기업 중 기라정보통신, 코오롱아이넷, KTF, 나자인 등은 기업가치 제고는커녕 오히려 상장폐지됐다.
한국파생상품학회에 2012년 6월 발표된 <코스닥시장에서 유가증권시장으로 상장이전과 시장의 질적 수준 : 시장거시구조 관점의 논의 (박종호, 빈기범, 엄경식)> 논문에 따르면 1999년부터 2010년 4월까지 코스닥에서 코스피로 이전한 38개 기업의 유동성과 주가가 악화했다. 또 해당 기업에 대한 기관과 외국인의 거래활동이 거의 모두 저조했으며, 그 개선도 미미했다.
네이버 역시 코스피로 이전 상장한 직후에는 투자 유치하거나 외국인 투자자 유입률이 크게 증가하지는 않았다. 네이버의 코스피 상장 첫날인 2008년 11월 28일에는 외국인 매수세가 대거 유입되고 주가가 3.38% 올랐지만, 3개월 후에는 외국인 주식 보유율이 상장 전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는 데 그쳤다.
엔씨소프트는 2003년 5월 코스피 이전을 앞두고 주가가 상승 흐름을 타다 코스피 상장 직후 한풀 꺾였다. 외국인들의 관심도 많이 떨어져 상장 전 40% 안팎이던 외국인 보유 비중이 코스피 상장 후 30% 초반까지 떨어졌다.
네이버와 엔씨소프트가 지금의 기업 규모로 성장한 데는 코스닥에서 코스피로 이전한 덕이라기보다 원래 기업의 기초체력과 경영능력이 튼튼했기 때문이라고 분석된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기업들은 잃을 게 거의 없기 때문에 코스피 입성을 바라는 경우가 많다”며 “이전 상장이 주가에 단기 호재로 작용할 수는 있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기업가치 제고와 무관하다”고 말했다.
금재은 기자 silo123@ilyo.co.kr